가파르게 오르던 전국 아파트 주간 가격 지수가 5개월 만에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 규제로 매수자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수도권 부동산도 강보합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에요.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상승폭이 전보다 많이 줄었어요. 한때 0.30%까지 올랐던 상승률이 0.06%로 다소 차분해진 모습이죠. 수요자들은 매매시장에서 임대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대출 규제를 받기는 매한가지랍니다.
"주담대요? 나간 대출도 회수해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주(1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0.01%) 대비 보합 전환했습니다. 지난 6월 둘째주(0.00%) 이후 22주 만에 상승세를 멈춘 모습이죠. 서울(0.07%→0.06%)과 경기(0.04%→0.02%), 인천(0.02%→0.00%) 모두 상승폭이 축소됐어요.
서울(0.06%)의 경우 5월 넷째주(0.06%) 이후 24주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어요. 7월 0.30%까지 올랐던 걸 떠올려 보면 열기가 한풀 꺾인 모습인데요. 서울 25개 자치구 중 15개가 평균 상승률에 못 미쳤어요.
강남(0.19%)과 서초(0.11%), 용산(0.10%) 정도만 뜨겁고요. 송파(0.04%), 강동(0.02%), 구로(0.01%) 등은 전주 대비 상승폭이 줄었어요.
실제로 송파구 파크리오 전용 84㎡는 지난 2일 23억5000만원(34층)으로 최고가(25억7000만원·23층) 대비 2억2000만원 낮은 하락거래가 이뤄졌어요. 강동구 명일중앙하이츠 전용 84㎡ 역시 직전 거래(9억3000만원·1층)보다 7000만원 떨어진 8억6000만원(3층)에 손바뀜했고요.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 단지에서는 상승 거래 신고 등 수요가 꾸준하다"면서도 "그 외 단지는 대출 규제에 따른 매수 심리 위축으로 거래가 정체되는 등 혼조세를 보인다"고 분석했어요.
9월 이후 계속되는 대출 규제로 매수 희망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다음 달 2일부터 디딤돌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 5억~6억원짜리 수도권 외곽 아파트가 특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요. 금융업계 전반에 퍼진 대출 옥죄기 여파는 서울도 예외가 아니고요.
광진구의 한 은행에서는 "모든 은행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받고 있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보수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새로 내주기는커녕 나간 대출도 상환시키는 상황"이라고 귀띔했어요.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더 이상 받지 않거나 금리를 높여서 우리에게 엄청나게 몰렸다"며 "수천건이 쌓여있어서 지금 신청해도 한 달 이상 걸린다"고 말했어요.
매수 심리 위축은 매매수급지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요. 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3으로 전주 대비 0.1포인트 내렸어요. 10월 셋째주 이후 4주 연속 하락세죠. 이 지수가 100보다 낮아지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예요.
매수 희망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아파트 거래량도 뚝 떨어졌어요.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만9545건으로 전월 대비 31.1% 감소해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어요. 서울 아파트 거래량(2896건)은 한 달 새 53.2% 줄어 하락률 1위를 기록했고요. 경기(7608건)와 인천(1762건)이 -41%, -39.3%로 뒤를 이었어요.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시장이 위축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그동안 시장 상승을 이끌어온 아파트 거래가 감소했다"며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한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어요.
전세대출도 까다로롭지만…강보합 지속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0.04%) 수준을 유지했어요. 서울(0.06%→0.05%)과 인천(0.14%→0.11%)은 상승폭이 줄었는데 경기(0.06%→0.07%)는 소폭 커졌어요.
서울(0.05%)의 경우 2월 넷째주(0.05%) 이후 37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25개 자치구 중 11개는 평균 상승률을 밑돌았어요. 송파(-0.07%), 강동(-0.05%), 구로(-0.02%)는 하락세를 보였어요.
부동산원 관계자는 "선호단지의 임차 수요가 꾸준해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시중 대출금리 인상 영향과 일부 단지에서 하락거래가 발생한 영향으로 서울 전체 상승폭이 좀 줄었다"고 분석했어요.
전세시장에서도 대출 규제 여파가 여전한데요.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전셋값은 강보합 수준에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전세보증금 대출에 대해서도 은행들이 개별 차주의 조건을 과거보다 까다롭게 평가하고 있어 유동성이 줄어드는 분위기고요.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매시장이 위축됨에도 불구하고 신축 공급을 통해 수요가 자연스럽게 분산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오갈 곳 없는 수요가 대체재인 임대차로 이동해 전세 거래량이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고 분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