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전세대출과 2금융권 대출 등 현재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지 않는 대출상품의 DSR 도입에 대해 확답을 피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검토는 필요하지만 실수요자 보호 등을 위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논란이 됐던 정책금융상품 운영과 관련해선 섬세하지 못했다는 부분을 인정하며 세밀하게 협의하고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던 은행대리업 도입에 대해서도 은행법 개정 등을 전향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DSR 도입 신중론…정책 후퇴는 아냐
김병환 위원장은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주요 현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필요성이 제기된 DSR 적용 확대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도입 시기 등을 못박지 않았다.
김병환 위원장은 "전세대출 차주는 실수요자로 볼 수 있고 상당수가 무주택자"라며 "이전 정부에서도 전세대출 DSR 도입을 논의했지만 실행은 어려웠는데 그 만큼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DSR 도입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숫자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등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부분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2금융권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전달보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는데 실제 얼마나 늘었을지는 최종 숫자를 보고 추가 대책 필요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세대출과 2금융권 DSR 도입 여부 등은 조치가 필요하면 충분히 설명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연초 업무계획에 전세대출 DSR 적용 등 이전보다 가계부채 관리를 강도높게 시행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금융권에서도 전세대출 DSR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세대출 DSR 도입 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부분을 두고 정책 후퇴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후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연초 계획했던 것과 입장은 같다"며 "도입하더라도 시장과 실수요자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은행대리업' 논의 테이블로 올려야
은행들의 지점 축소 등으로 금융 접근성이 급격히 떨어지자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은행대리업 도입에 대한 검토와 요청이 있었다. 이전에도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며 진전되지 않았다.
김병환 위원장은 은행대리업 도입과 관련해 정무위원들의 의견에 동의하며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적으로 우체국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는데 결제 등 위탁 형식으로 허용되는 부분 외에 대출도 가능토록 해달라는 요구가 있다"며 "대출을 위탁하면 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슈가 있어 법률을 개정할지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할지 살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법을 개정한다면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디딤돌대출 등 정책금융상품 운영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국토교통부와 공급 속도 필요성에 공감하되 미숙했던 부분은 시인했다. ▷관련기사: '조였다 풀었다' 대출 정책 오락가락 언제까지(10월21일)
김병환 위원장은 "정책금융은 이유와 목적이 있고 신생아 특례대출 확대 등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면서도 "정책대출 증가 속도 등은 가계부채 증가와 연계해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국토부와 금융당국은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혼란이 발생한 부분은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하고 섬세하게 운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를 계기로 세밀하게 협의하고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 혁신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5대 금융지주들이 은행의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역대급 성장을 달성했는데, 이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이자이익에 대한 비판은 궁극적으로 금융사의 혁신이 충분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일 수 있다"며 "일반 제조 기업이 수출 시장에서 더 많은 이익을 거두면 경쟁과 혁신의 결과물로 칭찬하지만 은행의 이익 성장에 대해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것은 혁신을 통한 이익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MG손해보험 매각 관련해선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절차와 원칙에 따라 특혜 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매각 주체는 예금보험공사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구체적 일정은 예측이 어렵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