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추진 중인 조 단위 사업비의 현장들이 내년 착공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1조원 넘는 브릿지론에 연대보증을 서고 있는 만큼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 시 재무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사들인 이마트 가양점 땅은 리파이낸싱(차환)을 위해 최근 새로운 브릿지론을 일으켰다. 2019년 매입한 가양동 CJ 공장 부지는 인허가 리스크를 해소한 데 이어 조만간 본PF 전환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 연대보증 선 이마트 부지…내년 착공 목표
이마트 가양점 부지 개발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449-19 일대에 최고 21층 높이의 지식산업센터 및 판매시설,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9호선 증미역 앞에 위치한 부지는 현재 주차장으로 임시 사용 중이다.
현대건설은 2021년 이스턴투자개발, 코람코자산운용, 신한자산신탁과 컨소시엄을 이뤄 이 부지를 6820억원에 사들였다. 당초 28층 높이의 오피스텔을 지으려 했지만 가양 9단지 등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이마트 가양점은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추후 재개점할 예정이다.
시행을 맡을 케이스퀘어그랜드강서 피에프브이(PFV)도 설립했다. 보통주와 종류주를 합친 지분율은 현대건설 29.9%, 이스턴투자개발 49%, 코람코자산운용 15.1%, 신한자산신탁 6% 등이다. 현대건설은 14억9500만원을 출자해 보통주 기준 75% 지분율을 가졌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PFV는 2021년 9월 브릿지론 약정을 체결했다. 대출한도는 지난 6월 말 기준 9020억원이다. 현대건설은 8961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만기는 내년 3월17일이다.
지난달 일으킨 새로운 브릿지론에도 현대건설이 연대보증 의무를 부담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비욘드 스카이 제13차 유동화전문회사(SPC)는 PFV 및 현대건설과 대출약정금 2080억원의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만기는 내년 5월8일이다.
작년 말 기준 PFV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장기차입금은 3000억원 규모다. 대출 만기일까지 건축허가 및 착공 신고를 완료해야 하는 차입약정도 있다. 당초 지난 9월 건축허가를 받는 게 목표였지만 다소 지연된 상태다. PFV는 지난달 29일 서울시로부터 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요청을 받아 작업 중이다.
본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PFV는 지난해 49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누적 결손금이 524억원에 달한다. 유동부채가 총자산을 474억원 초과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PFV는 "연대보증인인 현대건설의 리파이낸싱(차환)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라며 "인허가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 내년 중 착공을 목표로 사업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인허가 애먹던 CJ부지 순항…내년 3월 착공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은 강서구 가양동 92-1 일대에 최고 14층 높이의 지식산업센터와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9호선 양천향교역과 가깝다. 이곳엔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 빌리지'도 들어선다. 인창개발과 현대건설이 2019년 말 컨소시엄을 꾸리고 1조501억원에 부지를 매입했다.
하지만 4년 넘게 첫 삽을 뜨지 못했다. 2021년 서울시 도시·건축 공동 위원회 승인, 2022년 건축협정인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던 중 지난해 2월 돌연 인가가 취소됐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담당자 전결 및 소방 관련 부서 협의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해 10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이곳을 취임 1호로 결재하면서 사업이 재개됐다. 올해 초 건축허가를 받아 현재 토지 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제2의 코엑스' 꿈꾸는 가양동 CJ부지…PF가 관건(1월12일)
본 PF로의 전환도 앞뒀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의 본 PF를 대표 주관할 금융기관으로 KB증권을 선정했다. 다음 달 말 대출 약정 체결을 위한 기표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2일 "3조원 규모 본 PF 조달 관련 사항을 이사회에서 승인받았다"며 "경쟁적인 금리 조건으로 PF 주관기관을 선정 완료했고, 연내 공사도급계약 후 내년 3월 착공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브릿지론에 머물러 있던 사업지가 본 PF로 전환되면 현대건설의 우발채무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대건설은 인창개발에 1조6940억원 규모로 연대보증을 섰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양동 CJ부지 등 본 PF 전환으로 미착공 PF 보증 잔액이 현재 4조원대에서 연말 1조7000억원 규모로 축소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