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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집 보려면 돈 내?"…임장크루 막을 수 있을까

  • 2024.11.19(화) 07:49

부동산 공부하려는 젊은층, 중개업소는 '골머리'
예약금, 통장잔고인증 등 요구 목소리도
실수요자 부담 늘고 거래제약 부작용 우려도

최근 20~30대 청년들의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임장크루(crew)'라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임장이란 부동산을 직접 조사하는 것을, 크루는 어떤 일을 함께 하는 동료를 뜻한다. 즉 삼삼오오 모여 직접 부동산을 방문해 조사하는 부동산 스터디다. 그런데 일부 임장크루는 매수자인 척 꾸며 실제 매물을 보러 다니면서 공인중개사나 매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중개업계 일각에선 "집 보러 오는 사람에게 예약금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는 법적 근거가 없어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부동산 시장의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가시지 않는다. 거래 절차가 복잡해진다면 결국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20~30대 청년들의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임장크루'라는 모임들이 생겨나고 있다. 자료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아이클릭아트

"여럿이 정보 공유" 장점…사생활 침해 문제도

네이버 스토어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 '임장'을 검색하면 유료 임장 클래스가 여럿 뜬다. 클래스는 입지 분석과 아파트 및 상권 임장, 뒤풀이 순으로 진행된다. 리뷰를 남긴 참가자들은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와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유익했다", "혼자 온 사람도 짝꿍을 만들어 임장을 다닐 수 있어 좋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부작용도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13일 임장 클래스 운영 업체 11곳에 대해 '임장 클래스를 위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방문 주의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임장크루들이 매수, 매도, 임차 등 의도 없이 정보를 얻거나 경험을 쌓기 위해 임장을 다니면서 공인중개사와 임대인, 임차인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됨에 따른 조치다.

협회는 "임장크루의 이러한 활동이 공인중개사에게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업무방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임대인과 임차인에게는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있다"며 "임장 클래스가 기본적인 배려와 에티켓을 갖추고 내부 규칙을 마련하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던 A씨는 "집을 보러 온다고 하면 청소도 하고 손님맞이도 해야 하는데, 딱 봐도 안 살 것 같은 사람들이 찾아와 힘들었다"며 "한번은 신혼부부와 그 부모라며 4명이 왔는데 서로 말 한마디 없이 어색하게 둘러보고 가더라"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누리꾼들은 "매물을 볼 때 일정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통장 잔고 인증한 사람에게만 집을 보여줘야 한다", "공인중개사들이 선별해서 데리고 와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네이버 스토어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임장'을 검색하면 유료 임장 클래스가 여럿 뜬다. /자료=네이버,카카오톡

임장은 단지 '밖'에서…에티켓 필요성

하지만 매물을 보여주는 대가로 공인중개사가 수수료를 받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협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계약이 완료돼야 중개보수 청구권이 발생한다. 예약금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며 "계약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돈부터 내라고 할 순 없다. 그렇게 하면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사지도 않을 거면서 거짓으로 집을 보러 오는 경우 중개사가 진짜 고객을 놓칠 수 있는 만큼 영업방해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집 볼 때 예약금을 내고 거래가 성사된 경우 중개보수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등에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예를 들어 한 부동산에서 5곳을 보면 예약금 50만원을 내야 하지만 그중 1곳을 계약했다면 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 중개보수로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수의향서 등 검증 장치를 도입할 경우 거래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상가나 꼬마빌딩 등 상업용부동산의 경우 매수의향서를 보여주고 증빙해야만 매물을 보여준다"며 "주택도 이렇게 된다면 실수요자 입장에선 거래가 복잡하고 불편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임장족의 자정 작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임장으로 평면도나 학군, 후기 등을 충분히 찾아보고 오프라인 임장에 나설 때는 단지 주변을 둘러보고 동네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집주인이나 임차인이 살고 있는 집 내부에 들어가는 건 사생활 침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윤 위원은 "개별 매물에 대한 확인은 실제 매수할 때나 필요하지, 임장 단계에서 굳이 내부를 볼 필요가 없다. 단지를 둘러보는 걸로 충분하다"라며 "임장 클래스 운영 업체들은 돈벌이에 앞서 사생활 보호,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 역시 "중개사와 매도자에게 '임장 왔다'고 솔직하게 밝혀야지, 마치 매수할 것처럼 거짓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견학 비용을 내고 정식으로 임장하는 건전한 문화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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