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의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 발표에 주택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12월2일부터 방공제 면제 및 후취담보대출이 제한되면 대출 가능 금액이 수천만원은 줄어들게 돼서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경기·인천에서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수요자들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경기도 일부 지역 경우 디딤돌대출 여파가 최근 미분양 증가와 맞물리며 냉기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외곽 어쩌나?
국토교통부는 6일 '디딤돌대출 맞춤형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방공제 면제 대출과 후취 담보 조건의 아파트 담보대출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관련 기사:'수도권 아파트만'…디딤돌대출 12월2일부터 한도 축소(11월6일)
이번 방안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소재한 아파트에 대해서만 적용키로 했다. 이로써 수도권 5억~6억짜리 중저가 아파트 매수 희망자들의 대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디딤돌대출은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신혼가구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이 5억원(신혼 6억원) 이하의 집을 구입할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 4억원)까지 저리(연 2.65~3.95%)로 빌려주는 정책 금융 상품이다. LTV는 최대 70%, 생애최초는 최대 80%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3조~5조원의 디딤돌대출 신규 취급액이 줄어들것으로 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연간 신규 취급액이 25조~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내년엔 3조원, 내후년엔 5조원가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서울은 애초에 집값이 비싸서 디딤돌대출 이용이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중위매매가격은 9월 기준 8억8400만원이다. 디딤돌대출 대상 주택 가격을 훨씬 웃돈다. 외곽 일부 지역 아파트만 해당한다.
경기 외곽과 인천 아파트들이 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과천(16억7800만원), 분당(13억3350만원), 하남(9억1700만원), 수지(7억6600만원), 광명(7억100만원) 등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5억원 이하인 지역들이 많다. 경기 전체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4억5000만원, 인천은 3억2400만원이다.
이번 규제 방안이 적용되면 이들 지역에 소재한 5억~6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대출 한도가 수천만원은 줄어들게 된다. 가성비 높은 실속형 서민 아파트가 이에 해당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현재 경기도 소재 5억원 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는 A씨의 현재 대출 가능액은 3억5000만원이다. 5억원에 LTV 70%를 적용한 금액이다. 앞으로는 여기에 방공제를 적용해 4800만원(과밀억제권역 기준)을 제외해 대출 가능액이 3억200만원으로 줄어든다. 무려 13.7%(4800만원)이 축소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외곽의 집값이 출렁이면서 지역간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기도는 최근 미분양 증가와 수요 위축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경기도에서 미분양,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받아줘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디딤돌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도 미분양주택은 올해 1월만 해도 6069가구에 불과했으나 점점 늘어 7월(1만187가구)엔 1만 가구를 넘겼다. 지난달에도 9567가구로 1만 가구에 근접했다.
비아파트·신생아특례는 되고?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에 일부 예외를 두면서 '형평성' 논란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에서 △신생아특례대출 △전세사기피해자지원대출 △공유형모기지(신혼희망타운)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3억원 이하 주택 구입 등의 경우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저출산 대응 및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조치다. 이중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맞벌이 가구 소득 요건도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혜택이 지나치게 쏠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가지 뷰 포인트(시각)가 다른 것 같다"며 "(일반 디딤돌대출도) 자금을 안 빌려주는 게 아니라 LTV 취지를 고려해 방공제 부분만큼을 축소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출생률이 터닝포인트고 출생 문제는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신생아특례를 규제 강화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신생아특례대출이 과하게 늘진 않을 거라고도 봤다.
그는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생에 관한 의사 결정, 자산 요건 등이 있어서 그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날거라고 보긴 어렵다"며 "올 초 신생아특례를 만들면서 굉장히 많이 이용될거라고 생각했지만 전체에서 15~16% 정도 나가고 있다"고 했다.
연 소득이 4000만원 이하·3억 이하 주택 구입자를 예외로 둔 것도 가계 대출 안정적 관리 등의 정책의 목적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상위계층 통계에 따라 5분위로 나눴을때 2분위에 해당되는 가구소득 기준이 4000만원 수준"이라며 "전국 PIR(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이 10.5 정도인데, 소득 4000만원의 가구가 3억원짜리 주택을 사면 PIR은 7.5 정도라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범위"라고 설명했다.
비아파트에 대한 대출 한도는 유지한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아파트에 비해 전세사기 등 위험이 있는 비아파트야말로 방공제 대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공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변제금이라 대출 금액에서 빼는 게 맞지만 과거 여러 정책적 이유로 인정했던 걸 이번에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비아파트는 시장 상황도 함께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도 대출이 어려워 서울을 떠나 경기도 외곽에서 내 집 마련하려는 분들이 많은데 그 수요가 발목 잡혔다"며 "수도권에선 아파트를 사지 말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저가 아파트는 2030 주택 수요자가 많은데 정부가 정책을 오락가락하고 여러 조건을 붙이면서 내 집 마련 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