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이복현 금감원장, 디딤돌·버팀목대출 다시 꼬집은 이유?

  • 2025.01.14(화) 17:24

2022년 이후 정책자금대출 180% 급증
은행 재원으로 운용→수익·건전성 훼손
앞서 정책대출 놓고 국토부·금융당국 엇박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 정책자금대출에 우려를 표했다. 사실상 은행 재원으로 이뤄지고 있는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대출이 1년 6개월 새 180% 확 늘면서 수익·건전성 훼손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앞서 금융당국과 정책자금대출을 주도하는 국토교통부 간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시장 혼선이 거셌던 만큼, 은행권은 자체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라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감원

이 원장은 14일 임원회의에서 “디딤돌‧버팀목대출이 2022년 말 24조7000억원에서 2024년 6월말 69조5000억원으로 180.8% 증가하는 등 가계대출 내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의 기회비용 등을 고려할 때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자산쏠림 및 건전성 악화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이 이 같이 당부한 이유는 정책자금대출을 줄여 가계부채 증가세 및 은행 손실을 막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이 재원인 정책자금대출은 은행이 자체 재원을 활용해 먼저 저리로 대출을 내주면 정부가 이후 정책상품 금리와 시중금리 차를 감안해 6개월마다 차액을 보존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문제는 은행이 취급하는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정책상품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취급량도 늘면서 발생했다. 정부가 약속한 이차보전 한도를 넘어서 발생한 역마진은 은행 스스로 떠안게 된 것이다.

더불어 지난해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각종 제한정책을 두면서 대출 조이기에 나섰으나 정책상품 관리는 '무풍지대'로 남으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공급한 정책대출은 총 36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은행권의 자체 주담대 공급액인 34조원보다도 2조6000억원 많다. 

은행 자본비율(CET1)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은행은 대출을 많이 팔수록 자본비율 산정에 쓰이는 위험가중자산(RWA)이 불어난다. 원래대로라면 정책성 대출이 RWA에 잡히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엔 정부 기금이 일찌감치 바닥나면서 은행 재원을 쓰자 RWA에 잡히게 됐다. 디딤돌 대출 만기의 경우 최장 3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 자본비율에 장기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그간 은행권이 정책자금대출을 줄이지 못한 건 정책대출 상품 주무기관인 국토부 눈총이 매서워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담대가 은행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국토부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수요가 여전한 등으로 대규모 정책자금대출 감축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앞서 금융당국과 국토부 등 부처 간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시장 혼란이 초래됐다"며 "예년 수준의 대출 총량 안에서 자체적으로 정책자금대출을 '잘' 관리하라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뒤늦게 원팀? 가계대출 금융·부동산 엇박자 사그라들까(2024년 9월13일)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