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지 모양이 한강을 따라 길게 뻗어 있어 재건축 후 대다수 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선정을 두고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치열한 접전이 예고됐다.
이곳은 기존 용적률이 199%인 단지여서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엔 조합원이 가져갈 이익이 크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공사 단가가 급등했지만 분양가상한제 탓에 일반분양 수익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져서다. 조합원이 기존과 비슷한 면적의 새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면 4억원 넘는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반포2차 시공사 선정 돌입…현대 '디에이치' vs 대우 '써밋'
'신반포2차'는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최고 12층, 13개동, 1572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14개동, 2057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신반포2차는 인근 래미안원베일리(35층)나 아크로리버뷰신반포(35층)보다 더 높은 최고 49층으로 지어진다. 늘어나는 485가구 중 임대주택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은 225가구다. 용적률은 199%에서 299%로 높아진다.
이곳은 2020년 1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2022년 6월 서울시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듬해 3월 신통기획안이 확정돼 조합이 6월 서초구청에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서울시는 올해 5월 이를 조건부 가결한 데 이어 이달 11일 고시했다. 정비계획 접수부터 고시까지 불과 13개월이 소요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는 "한강 주변의 열린 경관 형성과 바람길을 고려해 단지 중앙 통경축(30m)을 확보하고 한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보행통로와 나들목을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라며 "단지 주민 외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한강변 개방형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일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정비계획고시는 재건축 진행의 첫 단계로 조합원 3분의2 이상 동의가 이뤄져야만 인가되는 가장 힘들고 오랜 시간이 필요한 험난한 단계"라며 "주민재공람 없이 정비계획고시를 인가한 경우는 신반포2차가 유일무이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은 즉시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개최해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10개월 넘는 기간 동안 시공사 선정 준비를 해왔다. 차질 없이 투명하게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달려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신반포2차 시공사 선정 입찰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인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수주해 둔 현대건설은 신반포2차에도 하이엔드(고급) 브랜드 '디에이치'를 제시했다. 세계적 설계 회사인 '2포잠박(2Portzamparc)'과 손잡고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2포잠박'과 협업해 신반포2차를 한강변에서도 손꼽히는 랜드마크 단지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며 "향후 한강변 초고층 권역에서 브랜드 입지와 위상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반포16차 시공권을 따낸 대우건설도 신반포2차에 '푸르지오 써밋'을 내걸 예정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한강의 입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신반포2차의 위상에 걸맞은 주거 명작을 선보일 것"이라며 "신반포를 중심으로 압구정, 성수 등에서 상류 주거문화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잠원동은 한강변과 인접하고 신규 아파트 공급이 계속되는 지역이라 강남권 중에서도 입지가 가장 좋은 지역"이라며 "현대건설이 강남권에 사업지를 많이 확보해 인지도가 높지만 향후 조합에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대우건설이 뒤집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전용 68→65㎡ 4.6억…79→75㎡ 5.4억
높은 조합원 분담금은 변수다. 서초구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일반분양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진 탓이다. 조합은 공사비를 기존 3.3㎡(평)당 750만원에서 950만원으로 높였다. 일반분양가는 평당 7500만원으로 조합원 분양가와 비슷할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시 고시에 따르면 신반포2차의 일반분양, 조합원분양 등 총수입은 4조8316억원, 공사비 등 총지출은 1조3882억원으로 추정된다.
전용 68㎡(22평)를 가진 조합원이 재건축 후 전용 65㎡를 받으려면 4억6100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평형(84㎡)'으로 이동할 경우 추정분담금이 10억2900만원에 달한다. 전용 79㎡(25평) 소유주가 신규 75㎡를 받으면 5억3900만원, 신규 84㎡를 받으면 8억3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국평'을 분양받으려는 전용 92~93㎡(29~30평) 소유주는 4억1100만원, 전용 107㎡(34평) 소유주는 2억원의 분담금이 예상된다. 동일 평형으로 가려면 추정분담금 6억2800만원, 7억4000만원이 각각 필요하다.
분양가가 높은 전용 150㎡ 펜트하우스의 경우 추정분담금이 더 크다. 전용 135~137㎡(44평) 소유주는 39억5800만원, 전용 150㎡(49평) 소유주는 36억57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전용 68㎡(22평) 소유주라면 53억1400만원을 내야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을 수 있다.
송승현 대표는 "최근 공사비 이슈가 사업 속도에 워낙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시장에서 제시하는 금액에 맞춰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되면서 높은 사업비와 추가 분담금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고 분석했다.
잠원동의 A 공인중개사는 "조합이 전 가구 조합원에게 한강 조망을 약속한다고 해 매수 문의가 많다"며 "동일 평형으로 이동할 때 추가 분담금이 6억~8억원 정도 나올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 공인중개사는 "신반포2차가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 속도를 내는 듯했는데 생각보다 더뎌 2030년경 입주가 예상된다"며 "오히려 신반포7차가 더 빠를 것 같다. 전 가구 한강 조망은 아니지만 추가 분담금 없이 오히려 환급이 가능할 걸로 기대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