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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올림픽대로 위 공원, 괜찮을까요?

  • 2025.01.06(월) 08:34

반포 덮개공원 놓고 서울시-한강청 충돌
걸어서 한강으로…"정비사업 특혜" 지적도
한강청 '홍수' 우려에…서울시 "건설기술 강국"

이르면 2027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 변에 서울 첫 '덮개(도로를 덮은)공원이 조성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서울시와 한강유역환경청(한강청)의 줄다리기로 사업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2탄인 '그레이트 한강'의 일환으로 한강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어요. 한강변 도시정비사업과 연계해 한강 덮개공원이나 입체 보행교 등의 설치를 추진하고 있죠.

하지만 한강청은 홍수 취약성과 안전성을 이유로 하천구역 내 구조물 설치를 반대하고 있어요. 특히 민간 아파트 단지 주민이 주로 이용한다면 공공성에 어긋난다고 봤고요. 한강 덮개공원, 밑그림처럼 지을 수 있을까요?

2027년 완공 예정인 반포동 한강변 올림픽대로 상부 1만㎡ 규모의 서울 첫 덮개공원이 정원과 숲놀이터, 오솔길과 산책로를 갖춘 생태공원으로 조성된다. /자료=서울시

서울시 "한강청 돌연 반대로 시민 피해"

서울시는 지난해 6월 반포지구 한강 연결공원 및 문화시설 조성 사업의 국제설계공모 1등 작을 발표했습니다. 이소진‧신혜원 건축가와 루카스 슈와인구루버의 공동 응모안이 최종 선정됐어요. 

설계공모가 완료된 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12월 설계자 계약을 맺었고 현재 기본설계를 진행 중이에요. 이후 실시설계를 앞두고 있고요. 조합의 공공기여로 '1호 덮개공원'이 조성되면 신반포로와 반포 한강지구를 걸어서 지나다닐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사업이 돌연 멈춰 섰어요.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서초구는 2017년부터 한강청(당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과 협의하면서 사업을 추진해 왔어요. 한강청은 '세부계획 수립 후 검토 가능'이란 입장이었고요. 그러다 지난해 7월 서초구의 사업시행계획 관련 협의 요청에 '시설 설치 불가' 의견을 통보했어요.

이후 10~11월 서울시가 한강청을 방문해 '실시설계안이 제출되면 공공성 확보, 유수 흐름 지장 최소화, 제방 구조물 충격 최소화 등을 고려해 검토·판단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아왔어요. 하지만 한강청은 다시 '시설의 최대 수혜자는 민간 아파트단지 주민'이라는 이유로 설치 불허 입장을 밝혔어요.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19일 한강청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하천구역 내 구조물 설치 허용을 촉구했어요. 다만 '귀청의 의견은 상식적으로 수긍이 어려우며, 비상식적인 판단으로 인해 피해를 목전에 둔 시민들의 입장에선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란 강력한 표현이 눈에 띄네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한강공원으로의 보행 접근성 향상을 요구했고 2017년 이를 반영한 정비계획이 수립됐다. 지난해 6월 선정된 공모전 당선작에도 이 내용이 반영됐다. /자료=서울시

한강청 "홍수 위험…공공성도 부족"

한강청도 맞불을 놨어요. 김동구 한강청장은 지난달 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홍수 취약성과 안전성이 가장 문제"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어요. 기존 협의를 뒤집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17년엔 백지상태라 검토가 곤란하다는 의견을 보냈던 것"이라며 "덮개공원 얘기는 최근 느닷없이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어요.

하천구역 내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하천법 제33조에 따라 하천 점용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허용 여부는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고 하천의 유지·관리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최소의 범위 내에서 검토돼요.

덮개공원과 같이 콘크리트 등 재료를 사용해 고정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원천 불허되고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의 경우 일명 '토끼굴(도로 밑 터널) 반포 서래섬 나들목을 활용한 통행이 바람직하다는 게 한강청 입장이죠.

홍수 취약성 지적도 이유가 있습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한강공원을 든든하게 만들어놨지만 반포천과 탄천 등 샛강은 홍수 때 넘칠 수 있다"며 "시설물을 설치하면 와류(물이 회오리치는 현상)가 발생해 제방이 파일 수 있어 하천법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특히 반포 덮개공원에 대해서는 "반대쪽 동부이촌동과 달리 반포동은 한강 물이 곡류로 휘어져 흘러 유속이 빠르다"라며 "잠수교 근처에 세빛둥둥섬을 지을 때도 토목공학 전문가들이 반대했었다.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최소한 수위에 따라 오르내리는 부동식 형태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한강 수변공간과 선사유적지를 연결하는 암사초록길 조성공사를 실시했다. 현재 공사 막바지다. /자료=강동구

비슷한 형태의 마포구 '망원 초록길'과 강동구 '암사 초록길'은 존재하는데요. 반포 덮개공원과 달리 공공성을 갖췄고 환경에 문제없게 하는 조건으로 허용했다는 게 한강청장의 설명이에요. 조원철 교수 역시 "암사동은 비교적 하천 폭이 넓어 홍수 우려가 크게 없다"고 봤고요.

서울시는 "준공 즉시 서울시로 기부채납되는 공공시설로 모든 시민에게 개방 운영된다"며 공공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어요. 기술적인 지적에 대해서는 "건설기술 강국인 대한민국의 가용한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고요.

서울시와 한강청의 입장 차이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듯합니다. 중간에 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이번 사태로 설계비 110억원,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 1700억원 등 피해가 추산된다고 밝혔어요. 반포 외에도 압구정, 성수 등 약 4만가구 규모의 한강 변 재건축 단지들이 덮개공원을 계획 중인데요.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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