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공시가 126→112%' 빌라 전세보증 문턱 더 높아지나

  • 2024.11.22(금) 06:36

전세가율 90→80%로 더 낮춰 가입대상 제한
HUG 대위변제 4조원…회수율은 8% 불과한 탓
'역전세' 번져 비아파트 전세시장 붕괴 우려도

전세사기 사태 이후 재정난을 겪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문턱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아파트 전세금이 공시가격의 112% 이내여야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임대차시장에서는 현재 적용되는 126%를 더 높여 가입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오히려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이다.

올해 들어 HUG가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갚아준 전세보증금은 4조원에 달한다. HUG는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강화해 악화한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임대인 입장에선 신규 임차인에게 받을 보증금이 줄어 '역전세'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추가적인 보증사고는 물론 전세의 월세화를 급격히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공시가격 112%'만 전세보증 가입 추진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 대상 담보인정비율(전세가율)을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 더불어민주당(경기 용인을) 의원실에 제출했다. HUG 관계자는 "전세보증 사고율을 낮추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를 보고한 것"이라며 "확정된 건 아니고 국토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강화했다. 비아파트에 적용되는 1순위 주택가격을 '공시가격의 140%'로 조정하고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인하했다. 전세금이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 140%*전세가율 90%) 이내여야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빌라 전세보증 '공시가 126%룰' 유지…'감정가' 제한적 허용(6월16일)

HUG가 국회에 보고한 대로 전세가율이 더 낮아지면 공시가격의 112%(공시가격 140%*전세가율 80%)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2억원인 빌라는 현재 2억5200만원, 새 기준이 적용되면 2억2400만원까지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하다.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받으며 기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2800만원을 더 조달해야 하는 '역전세'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세보증 가입 문턱을 높이려는 이유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잇따르면서 HUG가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HUG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세보증 사고액은 4조291억원(1만8687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위변제액은 3조327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HUG가 임대인으로부터 받아내는 회수율은 8%대에 불과하다. 이 공사는 이 때문에 2년 연속 4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HUG는 오는 26일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기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1993년 공사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발행 조건은 3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에 금리 4.1%다.

비아파트 주택가격 산정방법 우선순위 조정 연혁 /자료=국회 입법조사처

전셋값 떨어지면 또 다른 사고 우려도

소위 '126% 룰'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 왔다.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조치가 임대인과 임차인의 경제적 부담을 늘리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빌라 거쳐 아파트?' 비아파트 살아날까요(8월16일)

HUG와는 반대로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6월 연구보고서에서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공시가격의 135%'로 조정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비아파트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고 월세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담보인정비율 90%를 유지하되 주택가격을 공시가격의 150%로 조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HUG가 '공시가격 112%'를 추진함에 따라 비아파트 임대인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임차인이 보증 가입할 수 있는 전셋집만 찾다 보니 '공시가격 126%'가 전셋값 상한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더 낮은 금액에 새로운 세입자를 맞이하게 되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이용하는 '역전세 반환대출'도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한시적으로 시행된 전세보증금 반환목적 대출 규제 완화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후속 세입자에 대한 전세보증 가입 등을 조건으로 DTI(총부채상환비율) 60%까지 대출해 주는 제도다.

성 회장은 "방 공제 적용으로 서울 최우선변제금(5500만원)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돼 비아파트 임대인이 이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후속 세입자에 대한 전세보증 가입까지 하면 이중으로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을 구입하거나 건설할 때 자기자본 100%로 하기 어려워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비아파트 주택가격 산정에 있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