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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사업' 자신감 찾은 건설사…회사채 시장 돌아온다

  • 2025.06.24(화) 06:36

HL디앤아이한라, 수요예측 흥행…900억 증액
HDC현대산업개발, 1200억 모집액 초과달성
자체사업 중심 수익성 회복…건설채 투자심리 개선

지난해까지 자금난에 시달렸던 건설사들이 올해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며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는 이른바 '자체사업'으로 수익성을 되찾으면서 채권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회복한 결과다. 건설채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면서 업계 자금 조달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HL디앤아이한라 이미지월/자료=HL디앤아이한라 제공

23일 투자은행(IB)증권업계에 따르면 HL디앤아이한라는 최근 900억원 규모 공모사채를 발행했다. 만기별로는 1년물 440억원, 1년6개월물 460억원으로 구성됐다.

당초 1년물 400억원, 1년6개월물 200억원 등 600억원 규모 발행을 준비했으나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증액 발행하게 됐다. 지난 9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HL디앤아이한라는 목표액의 2배가 넘는 2120억원어치 주문을 받았다. 만기별로는 1년물에 1140억원, 1년6개월물에 980억원 수요가 몰렸다.

HL디앤아이한라는 앞서 올해 초에도 회사채 시장에서 호성적을 거둔 바 있다. 지난 1월 총 71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 수요예측에서 1560억원 주문을 받아 810억원으로 발행 금액을 늘렸다. 약 5개월 간격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셈이다.

HL디앤아이한라 신용등급이 BBB+로 비우량채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흥행이라는 평가다.

우선 같은 BBB+급 회사채들의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높은 금리가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다. 회사채 수요예측 당시인 이달 9일 기준 BBB+급 개별 민평금리 평균은 1년물 기준 5.1%였다. 당시 HL디앤아이한라는 공모희망금리로 1년물 연 6.00~7.00%, 1년6개월물 6.20~7.20%를 제시했다.

HL디앤아이한라는 1년 전만 해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2월 실시한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한 사례가 있다. 결국 당시 발행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6개 증권사가 전액을 인수했다. 금리 또한 당시 제시했던 범위 내 최상단인 연 8.50%에 발행해야 했다.

1년 새 시장에서 평가가 달라진 데는 올해 주요 자체사업장을 통해 확보한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HL디앤아이한라는 올해 자체사업장인 이천아미, 울산 태화강변 등 사업장에서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체사업은 일반 도급사업 대비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만큼 매출창출력, 영업수익성 등이 점차 우상향할 것으로 점쳐진다. 주요 사업장인 시흥은행2지구, 인천작전동 등 또한 준공을 앞둬 잔금 유입이 예정돼 있어 자금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HL디앤아이한라 관계자는 "현재 수주 잔고도 역대급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그동안 진입장벽이 높던 서울·수도권 핵심 지역에 양질의 수주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고 수익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 건설업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그래픽=비즈워치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형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 2021년 이후 4년여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일 총 1200억원 규모 공모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만기별로는 2년물 700억원, 3년물 500억원으로 구성됐다. 수요예측 결과 목표 모집액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최대 24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해 최종 확정 공시할 예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이후 한동안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되는 등 실적 회복세가 가시화하면서 올해 본격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다시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대산업개발 또한 투자자들이 혹할 만한 금리를 제시했다. 개별 민평금리 대비 –0.60%포인트~+0.60%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설정했다. 일반적으로 가산 범위를 –0.30%포인트~+0.30%포인트로 제시하는 것에 비해 희망 밴드를 넓게 잡았다.

서울원 아이파크, 청주 가경 6차 현장 등 자체 대형 복합개발사업을 바탕으로 한 수익성 회복도 흥행에 기여했다. 광운대역세권을 개발하는 서울원 아이파크는 지난해 실시한 분양에서 95%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실적에 힘입어 HDC현대산업개발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54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풍부한 수주잔고, 진행 현장의 우수한 분양실적, 서울원 아이파크 등 자체사업의 양호한 수익성 등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매출 기조와 더불어 점진적인 영업실적 제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건설사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설업황 불황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으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는 자체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한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채권시장에서 투자심리를 회복해가는 모양새다. 회사채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은 채무 상환 등 당장 급한 불을 끄고 사업 추진에 필요한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높은 금리를 제시하더라도 회사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투자에 나선다"며 "HL디앤아이한라, 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들이 잇따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투자자들이 각 사가 보유 중인 사업장, 부채비율,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을 채무 상환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증액이 결정되는 경우 증액분 또한 운용자금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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