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사회책임투자를 늘리고 싶지만 정보의 제약이 있습니다.”
“그건 무책임한 말입니다. 책임투자를 하기위해 투자기업에 정보공개를 요청해본 적 있습니까. 국민연금은 TCFD와 같은 세계적 흐름에 전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노력해야합니다.”
지난 4월 열렸던 어느 사회책임투자 세미나에서 세계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을 향해서 나온 질의응답 내용이다.
이 대화에서 등장하는 낯선 용어 TCFD는 기후관련 재무공시에 관한 태스크포스(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의 약자다. 풀어쓰더라도 무슨 뜻인지 잘 와 닿지 않은 어려운 단어다.
하지만 이 단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만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사회가 꼭 기억해야한다.
# TCFD, NGFS... 그 낯선 단어들
학창시절 누구나 '환경은 인류공동의 자산'이라고 배웠지만 정작 금융회사나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환경이란 자산 항목도, 환경오염이란 부채항목도 존재하지 않는다. 화석연료를 마음껏 사용하고 환경을 파괴해도 이익 잘 내고 주가가 오르면 좋은 기업, 훌륭한 투자처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바뀌고 있다.
이제는 사회책임투자의 대표 용어로 자리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에서도 환경(E).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와 관련해 각종 정보를 공개하고 재무적 위험요인을 분석해야한다는 국제적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 움직임 중 하나가 바로 TCFD이다.
TCFD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발전으로 이익을 향유하는 기업, 그리고 이러한 산업들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들의 재무제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TCFD의 접근법은 단지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선언적 문구가 아니다.
환경 특히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투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직접적인 재무위험으로 되돌아오고 이러한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자산손실, 투자자·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것이다.
NGFS(Network of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란 용어도 있다. 역시나 쉽게 이해하거나 기억하기 어려운 단어지만 의미는 중요하다.
NGFS는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들이 녹색금융을 위해 만든 국제네트워크. 얼핏 과거 정부의 '녹색성장' 기억을 떠올릴법하지만 내용을 알고 나면 전혀 다른 개념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할 때 기후변화 위험을 파악해 적극 반영하라는 게 NGFS의 핵심이다. NGFS는 올해 4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녹색금융 촉진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다시 정리하면 TCFD는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산건전성을 분석을 하자는 것, NGFS는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 기후변화 위험을 건전성관리 항목에 포함해 적극 감독해야한다는 것이다. 둘은 모두 '지속가능한 금융(자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맞닿아있는 개념이다.
# 지속가능금융=세계적 흐름(feat. 소외된 우리)
한때는 생소했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단어 '스튜어드십코드'는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를 다시는 마주치지 않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TCFD와 NGFS는 기후변화가 제2 또는 제3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미리 대응하자는 것이다. 몇 년 전 스튜어드십코드가 그랬듯이 TCFD와 NGFS란 개념은 아직 우리나라의 경제전문가는 물론 금융당국, 중앙은행, 연기금 등 금융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에게도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TCFD와 NGFS로 대변되는 '지속가능금융'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TCFD의 방향에 동참하는 이들을 서포터(Supporter)라고 하는데 지난 6월 기준으로 전 세계 785개 기관이 가입해있다.(우리는 5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금융회사는 3곳뿐이다.)
이와 별도로 각 국가별로도 TCFD 이행을 위해 법안을 만들거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정부 차원의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국가가 주요20개국(G20) 중 14곳이다. 아무런 활동 없는 나머지 6개 국가 중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다.(한국 외에 러시아 사우디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
NGFS도 6월말 기준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 47개 주요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속가능금융]②편은 미세먼지가 어떻게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