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금융] ①편 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TCFD(기후관련 재무공시에 관한 태스크포스), NGFS(녹색금융시스템을 위한 네트워크)는 금융 산업이 기후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자산손실 확대, 신용위험 증가, 건전성 악화라는 재무위험과 마주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생소한 두 단어를 소개하느라 먼 길을 돌아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본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석탄발전,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 문제는 어떻게 금융회사의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화석연료와의 결별 → 금융리스크 대비해야
가까운 출발점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이다. 파리기후협정은 '2℃ 목표'로 대표되는 국제기후협약이다.
‘2℃ 목표'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1800년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해 2℃ 아래로 유지해야한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2℃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하고 나아가 1.5℃까지 제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대비 약 1℃ 상승했다. <표-1850년 이후 지구 평균온도 상승추이>에서 보듯 최근 들어 가팔라졌다.
지구 평균온도 1℃ 상승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하다. <표-지구 평균온도상승이 초래하는 결과>에서 보듯 최소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질병이나 홍수에 노출시킬 수 있고 어느 지역에선 수억 명의 사람들을 물 부족 고통으로 내몰 수 있으며, 북극곰을 간단하게 멸종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지구의 평균온도상승 위험에 대비하려면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동시에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해야한다.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건 산림자원과 같은 자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건 산림 가꾸기만으로는 할 수 없다. 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줄이고 저탄소·친환경기술을 활용한 에너지원을 사용해야하는 영역이다.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선 지금은 돈을 잘 벌어다주는 산업인 석탄발전소와 차갑게 결별해야한다. 더 나아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석유화학 등 수 많은 업종의 대대적 재편이 불가피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레 이들 산업에 투자했거나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재무적 위험으로 직결된다.
예컨대 석탄발전이나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 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했는데 이들의 자산가치가 급격히 하락한다면, 돈을 빌려준 은행으로선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신용위험이 높아진다. 이는 다시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건전성 악화는 산업자금과 가계자금의 공급자로써의 은행 역할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보험의 태생이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해 경제적 손실을 보장해주는 개념이지만,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이 증폭된다면 보험사가 전통적으로 관리해온 위험수준을 넘어선다. 이는 보험사의 지급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보험사는 지급부담이 늘어나면 해당 보험 공급을 줄이려 할 것이고, 이는 보험의 혜택이 필요한 기업·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된다.
다른 사람의 돈을 대신 굴려서 수익금을 나눠줘야하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도 예외일 수 없다. 이들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업종에 다량의 투자금을 쏟아부었다면 자산 가치 하락, 투자손실의 위험과 마주할 수 있다.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의 투자손실은 가입자에게 지급할 돈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가계소득 감소나 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은행·보험·연기금·자산운용'
미세먼지나 지구온난화 따위와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금융 산업은 이처럼 놀랍게도 개연성 높은 연결 고리로 이어져 있다. TCFD와 NGFS는 바로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뒤따를 금융의 재무적위험에 대비해야한다는 움직임이다.
우리에겐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어려운 단어 TCFD와 NGFS.
그러나 세계 주류 금융권은 이미 기후변화가 해당산업을 넘어 금융시스템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영국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새로운 녹색금융전략'에 따르면 영국은 3년후인 2022년 TCFD 이행을 의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단계로 가기위해 영국은행(BOE)는 최근 기후변화 관련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측정하는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파리기후협정은 많은 나라들이 각별하게 노력해야하는 국제적 약속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이 협정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이 약속이 정해진 날짜에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선 많은 산을 넘어야한다. 그래서 섣부르게 위험요인을 부각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 '아무것도 안해도' 석탄발전은 부실자산된다
하지만 그러한 반론을 잠재우는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기후변화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영국의 금융싱크탱크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는 올해 3월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한국전력시장의 재무적 위험'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기후정책이나 대기오염 정책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5년뒤 2024년이면 신규 태양광건설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보다 저렴해지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7년이면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운영하는 비용보다 새로운 태양광을 건설하는 비용이 더 저렴해진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곧 석탄화력발전에 들어간 금융의 자금들이 수익성 없는 부실자산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기후솔루션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적금융기관 7개(국민연금·농협·산업은행·기업은행·우정사업본부·공무원연금·교직원공제회)가 석탄발전에 회사채·대출 등으로 투자한 금액은 12조원을 넘어선다. 해마다 투자금이 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러한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을 대비해야하는 것은 이른바 '리스크매니지먼트'의 기본 중 기본이다.
보고서는 더 나아가 한국이 전체 발전량의 43%를 담당하는 석탄발전에 계속 의존할 경우, 정부는 석탄발전을 지탱하기 위해 더 높은 전기요금을 부과하거나, 반대로 인위적으로 전기요금을 묶어두는 대신 국가 재정으로 석탄발전을 보상해주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높은 전기요금을 부과하거나 국가 재정으로 보상하는 방식, 어느 것도 납세자의 큰 반발을 불러오거나 국가 재정 여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안이라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해외의 연기금과 은행·보험 등 금융기관들은 앞 다퉈 석탄발전 투자를 줄이거나 철회하고 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단지 '착한투자'를 한다는 생색내기용이 아니다. 미래에 닥칠 재무적 위험에 대비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지속가능금융]③편에서는 해외연기금이 어떻게 친환경투자를 하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