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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방관자 되지 않겠다"

  • 2021.03.09(화) 16:42

9일 국내 112개 금융기관 '2050 탄소중립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
KB·신한·삼성·한화 계열 금융사 모두 참여.. 국민연금·산업은행 불참

국내 112개 금융기관들이 기후금융에 적극 노력해 탄소중립 목표달성에 기여하겠다는 자발적 의사를 밝혔다. 기후금융이란, 기업과 사회의 탄소배출 줄이기를 유도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대출과 투자, 금융상품 개발에 노력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 주최, 환경부·금융위원회·주한영국대사관 후원으로 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식’에서 112개 금융기관들은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시대의 방관자나 수동적 대응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가가 되고자 한다"며 기후금융 실행 약속을 강조했다.

이날 기후금융 지지선언에는 KB, 신한, 우리, NH, 하나, BNK, DGB 금융그룹의 모든 계열사와 삼성,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가 참여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한국지방재정공제회 동 연기금·공제회도 동참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은 참여하지 않았다. 자금운용 규모와 영향력이 막강한 이들 공적금융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제공)

한편 이날 지지선언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은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이행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이날 지지선언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은 ▲탈석탄 선언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지지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서명기관 가입이라는 3가지 사항 중 최소 2가지 이상을 오는 5월 말 우리나라 주도로 열리는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담 전까지 충족하기로 약속했다.

신한은행, 한국지방재정공제회는 이번 지지 선언식에서 탈석탄 선언을 했다. 하나금융그룹, DGB금융그룹, 미래에셋대우는 상반기 중에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이날 열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식'에서 참여 기관들이 서명한 선언문이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문]

전 세계는 지금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격동기에 직면해 있다.  

배제적 성장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고 탄소 사회에서 탈 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전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은 이러한 시대 전환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 탄소’는 이러한 전환을 강력하게 추동하는 기관차이며, COVID-19 팬데믹(pandemic)은 이를 가속화 하는 계기다. 

기후위기는 인류와 다양한 생물종의 대멸절(great dying)을 초래할 전 지구적 위협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체결은 지속가능성 위협에 대한 인류의 다급한 대응이다. IPCC는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하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엄중 경고한다.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는 순 제로(net-zero) 배출, 즉 '탄소중립'을 반드시 달성해야만 한다고 제시한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인류의 공멸을 막고자 하는 기후과학의 명령이자,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사회질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회원국 등 전 세계의 국가는 물론 기업과 금융기관들도 탄소중립 선언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화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확정하여 발표하는 등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닻을 올렸다. 

사회 변화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바로 자본의 이동이다. 자본이 고 탄소 산업에서 저 탄소, 궁극적으로는 탈 탄소 산업에 대규모로, 그리고 빠른 속도로 유입되어야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때문에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금융은 핵심이다.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지속가능한 경제로 자본의 흐름을 재조정하고, 리스크 관리에서 지속가능성을 주류화하며, 금융과 산업 활동에서 투명성과 장기주의를 촉진하고자 하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는 건 바로 이를 자각한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하여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금융안정 관련 국제기구들은 그린스완(green swan)을 경고하며,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 포스인 TCFD, 금융시스템을 녹색화 하고자 하는 녹색금융네트워크인 NGFS를 내놓으며 기후금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 투자자를 대변하는 7개 글로벌 기관들(PRI, CDP, UNEP FI, IGCC, IIGCC, AIGCC, Ceres)의 협력 이니셔티브인 '투자자 어젠다'(Investor Agenda)는 금융기관들에게 탈석탄 투자(Investment), CDP 서명을 통한 정보공개 요구(Corporate Engagement), TCFD 지표에 따른 투자자 정보공개(Investor Disclosure), 기후위기 관련 정책지지(Policy Advocacy)이라는 4대 중점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인 '1.5℃ 기후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금융기관이 직면한 가장 우선 순위에 있는 ESG 이슈이며,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와 실천은 국제적인 상식이 되었다. 

우리 금융기관들은 오늘, 기후금융이라는 이 국제적인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자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웅변(雄辯)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시대의 방관자나 수동적 대응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가가 되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제 시작 단계인 우리나라의 기후금융 수준과 속도를 높이고,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험난한 항해의 물길을 주체적으로 열어가고자 한다. 오늘 미처 동참하지 못한 민간과 공적금융 기관들도 함께 해주기를 요청한다. 아울러 우리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시대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기후위기’를 고려한 시장친화적인 법과 제도와 정책들이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논의 속에 만들어 지기를 기대한다. 

실패한 사회에서 모든 비즈니스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늘, 이러한 신념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를 선언하고 각 금융기관마다 자사의 여건에 부합하는 기후금융 실천을 약속한다. 

우리의 약속

하나, 우리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하여 ‘2050 탄소중립’을 적극 지지한다.
하나, 우리는 투자, 대출, 보험 등 금융 비즈니스 전반에 기후리스크를 비롯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적극 통합한다.
하나, 우리는 기후변화 관련 국제적인 기준의 정보공개를 지지하고 이에 따른 재무정보공개에 최선을 다한다. 
하나, 우리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공개를 대상기업에 적극 요구한다.  
하나, 우리는 투자, 기업관여, 정보공개, 정책지지 등 다양한 기후행동을 통하여 자본이 고탄소 산업에서 저탄소, 궁극적으로 탈탄소 산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
하나, 우리는 고객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대응 관련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책임성과 투명성의 원칙하에 설계하고 출시한다. 

2021년 3월 9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 참여기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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