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
프랑스가 펄펄 끓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낮 기온 45.9℃를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 기록한 가장 최고 온도는 2003년 8월의 44.1℃였다.
세계기후기여네트워크(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지난 2일 프랑스의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의 영향이라고 결론 내렸다. WWA는 현재 기후 조건으로 인해 1901년보다 100배나 더 많은 열파(heat wave)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상장기업들, 탄소정보공개 의무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은 프랑스는 사실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나라 중 하나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 시절인 2015년 7월 통과돼 시행중인 에너지전환법(Energy Transition Act)은 프랑스가 국가 차원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다.
에너지전환법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대한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한 법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40% 줄이고 재생에너지 점유율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32%까지 늘리는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주목할 점은 '기후금융'을 언급한 173조다. 173조는 상장기업의 탄소정보공개 요구사항을 강화하고 자산소유자 및 투자관리자로 정의된 기관투자자에게 탄소정보를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에 따라 프랑스 상장기업들은 매년 공개하는 사업보고서에 자사의 탄소배출량과 기후변화로 인해 해당 기업에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
에너지전환법을 기반으로 프랑스은행(Banque de France)은 금융 산업 전반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은행과 보험업계에 기후변화에 따른 스트레스테스트(Stress Test)를 진행하고 어떤 위험이 나타날지를 분석하도록 했다. 프랑스은행은 내부에 재무정보공개를 위한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정책을 관리한다.
프랑스은행은 녹색금융시스템을 위한 네트워크(NGFS) 결성(2015년)을 주도한 곳이기도 하다. NGFS는 프랑스·영국·일본·중국 등 40여 곳의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 모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관련기사 NGFS가 무엇인지 더 궁금하다면?>
#프랑스 민간은행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
프랑스 민간 금융기관들의 행보도 눈에 띤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화석연료관련 활동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이 대표적 사례다.
프랑스 대형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로 제한하는 파리기후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자체적인 정책을 만들었다. 석탄을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녹색채권 형태로 발행하는 등의 정책을 쓰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0년까지 석탄기업에 대한 금융자금 지원 비중을 19%까지 줄이고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녹색채권 형태로 1000억 유로(약 132조 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규제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영국
프랑스와 함께 NGFS 결성에 힘을 보탠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은 금융규제당국이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사례다.
영국의 건전성감독원(PRA)과 금융규제원(FCA)은 지난 3월 공동으로 기후재무리스크 포럼의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이들 기관은 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관리와 시나리오 분석,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론 마련을 위해 4개의 실무 그룹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PRA와 FCA는 모두 은행, 보험사, 투자회사 및 금융서비스 회사를 관리하는 규제감독기관이다. PRA는 영국 내 1500개 은행과 신용조합, 보험사, 투자회사를 관리하고 FCA는 5만800개의 금융서비스 회사와 금융시장을 담당한다. 영국판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인 셈이다.
이들 규제당국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이유는 단 하나.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요소가 금융기관의 건전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홍수나 태풍 등 자연적인 기후문제가 발생하면 보험가입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보험회사의 손실로 잡힌다. 또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석탄 기업에 투자하는 금액비중이 높은 금융회사들은 재무적 손실로 연결된다. <관련기사 기후변화가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다면?>
PRA와 FCA는 금융기관들에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재정적 위험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과 대차대조표 변화들을 분석하고 서면으로 리스크관리를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 중에서는 '뮌헨 리'가 선도적
독일의 뮌헨 리(Munich Re)는 세계 1위의 재보험사다. 재보험은 쉽게 말해 보험사에 판매하는 보험이다. 1차 보험사가 천문학적 액수를 보험금으로 지불해야 할 때를 대비해 위험관리 분산 차원에서 보험에 대한 보험을 드는 것이다.
재보험사 뮌헨 리가 환경을 고려한 책임투자를 강조하는 것도 자신들의 보험금 지급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닥쳐 1차 보험사의 보험금 지불액수가 늘어나면 재보험사인 뮌헨리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뮌헨 리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석탄을 캐는 광산업 등 수익의 30% 이상을 석탄자원으로부터 얻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1차 보험사의 석탄발전소에 대한 보험인수도 중단했다.
또 회사 내 자산관리부서가 태양광발전소나 풍력발전소와 같은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투자를 진행한다. 현재까지 재생에너지 인프라구축에 투자된 자본은 10억 유로(약 1조 3000억원)다.
#국내 금융사 기후변화 대처 아직 미흡
국내 금융산업은 아직까지 해외만큼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조금씩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기존의 투자방식을 전환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3곳이 TCFD(기후관련 재무공시에 관한 태스크포스) 참여 선언을 했고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3000억원과 2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지난해 발행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눈에 띤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지속가능 기후금융을 주제로 1차 스터디를 개최한 것이다. 스터디에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한국거래소, 삼성화재보험 등 16개 금융·보험업 및 연구원과 기구가 참여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지난해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가 TCFD에 참여 선언을 하면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불과 6개월 사이에 134개의 일본 기관(민간 포함)들이 TCFD참여 선언을 했다"며 "우리도 정부와 연기금 등이 나서야 민간기업의 기후변화 책임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