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적격비용 제도 도입 이후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적용으로 카드론 확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지만, 새로운 수익원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카드업권을 위한 제도 개선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공약은 물론이고 이후 새 정부에서도 카드업 및 지급결제와 관련한 정책은 늘 그렇듯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자조섞인 목소리들이 나온다.

본업에서 고전, 카드론으로 버티는데…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7월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적용된다. 이는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차주의 대출한도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기존 2단계 규제 적용대상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과 2금융권의 주담대였다. 그러나 3단계 규제에서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과 기타대출 등 가계대출 전반이 적용대상으로 포함된다. 3단계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는 1.50%(지방 주담대 0.75%)다.
3단계 스트레스 규제가 시행되면 전 금융권의 대출한도가 축소된다. 카드업권 대출도 규제 영향을 받는 만큼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한도도 줄어들 전망이다. 카드론 취급을 늘려 수익을 올렸던 카드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8개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카드론 수익은 총 5조9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론 수익은 2020년 4조1025억원 수준이었는데, 4년 만에 1조원가량 늘어나 지난해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카드론 수익이 늘어난 데는 신용판매 부진에 따라 카드사들이 카드론 공급을 늘린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카드론 잔액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5005억원을 기록했다.
더욱이 카드업계는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절대 수치는 늘어났지만,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전체 수익의 35%를 차지하던 가맹점 수수료가 2024년에는 29%로 떨어졌다. 이는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인해 중소가맹점 수수료 우대 수수료가 작용한 결과다.
카드사 입장에선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수익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 속에서 자율적 수익모델 전환에는 한계가 있다. 대출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수수료 수익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절실하지만, 마땅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제도 개선 지지부진·새 정부서도 '뒷전' 불보듯
카드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치권에 제도 개선을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지만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지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대표적인 사안으로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개선과 지급결제 전용계좌의 허용이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카드사 수익성 악화를 고려해 기존 3년마다 재산정하던 적격비용을 6년 주기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가맹점수수료율은 2012년 적격비용 제도가 시행된 이후 재산정 주기마다 인하돼 제도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수료율 인하 시기를 늦추는 정도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 역시 번번이 좌초됐다. 지급결제 전용계좌는 카드사가 직접 발행하는 계좌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은행 계좌를 통해 대금 결제 시스템을 운용한다. 지급결제 전용계좌가 허용되면 카드사들은 자체 입출금 계좌 발급(신한카드 통장·삼성카드 통장 등)이 가능해져 은행을 통한 거래과정과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은행에 주는 수수료 부담을 줄여 실적 개선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급결제 전용계좌를 운영하려면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카드사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편입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카드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예금자보호법 등을 적용받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반대에 부딪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 업계 차원에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과 카드사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을 요청하기는 했다"면서 "지급결제 전용계좌는 한은의 우려가 크고 이번 대선 공약에서도 카드업계과 관련한 사안은 포함돼지 않아 큰 기대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