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와 토큰증권(ST) 법제화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사업 모두 금융투자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을 받았지만 수년째 입법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에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실제 관련 제도가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법 개정 뿐 아니라 세부적인 규정 마련과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ETF 도입 후 인프라 마련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발표한 중앙정책 공약에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도입이 포함됐다.
가상자산 ETF 제도화는 수년간 자산운용사들이 기대하던 정책이었다. 코인 등 가상자산이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했음에도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의 발행 및 거래 중개가 모두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개정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의 가상자산 보유 허용 여부도 풀어야할 숙제다. 예를 들어 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발행하려면 비트코인을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 거래소만이 가상자산을 매매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규제 완화 뿐 아니라 ETF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필수적이다. ETF를 설정하고 유통하려면 자산 수탁부터 대차, 유동성 공급 등 여러가지 지원이 필요하다.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둔 ETF를 거래할 땐 은행·증권사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가상자산을 전문적으로 다룰만한 지원 사업자가 아직 부족하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증권사들이 일반적으로 다루던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자산을 공급해줄 수탁과 브로커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고 나서도 문제없이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는지 체크하는 등 세팅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TF 거래에 필수적인 유동성공급자(LP)가 짊어져야할 부담도 크다. LP는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출해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NAV)와 차이가 심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이때 ETF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 대비해 공매도나 장내선물 매매를 통해 헷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가상자산의 경우 현재 미국 가상자산 선물시장을 통해서만 헷지를 할 수 있어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법제화가 이뤄지더라도 상품 발행까지 상당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거래량이나 보유금액을 봤을 때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는 입증됐고 ETF 체계 안으로 들어온다면 자산관리 수단으로 의미가 크다"면서도 "아직은 해외사례를 스터디하며 논의를 시작한 단계"이라고 말했다.
토큰증권 법제화 후 세부 인가요건에 주목
토큰증권 법제화도 공약집에 담기면서 추진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토큰증권은 미술품, 한우, 음원 저작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조각투자 상품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자 이를 분산원장 방식을 접목해 디지털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3년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아직 국내에선 발행 사례가 전무하다.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전자증권 발행을 허용하는 전자증권법과 투자계약증권을 기존 자본시장법 체계에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가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소관위원회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이미 토큰증권 법제화엔 합의를 이룬만큼 법 통과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게 금투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리포트를 통해 "발의된 주요 법안들은 일부 구체적인 내용에서 차이는 있으나 입법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향후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물론 법제화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구체적인 인가 요건, 자산 가치 평가 기준 등 세부적인 제도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다.
토큰증권을 가장 많이 활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조각투자 분야 인가와 유사한 요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오는 9월부터 조각투자 유통플랫폼 인가 단위를 신설하는데 증권사에 적용하는 투자중개업 인가 규정과 유사한 요건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법제화 진행 상황과 당국의 세부 지침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디지털자산 전략 관계자는 "법제화된다는 건 사업을 하기 위한 요건이 명확해진다는 의미"라며 "투자계약증권이나 STO(토큰증권 발행)의 유통플랫폼 중개업 관련 인가를 신설할 경우 유사한 기준으로 갈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일단 당국이 제시하는 요건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