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은 커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공시기준'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공시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기업부담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기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 경제단체와 삼성전자, 현대차, SK, 포스코 등 기업 및 금융감독원, 한국회계기준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이 참석했다.
기업들, 기후공시 필요성은 공감
김소영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 공개 이후 의견수렴을 하면서 29개 국내 투자자 및 18개 해외투자자들이 의견을 보내왔다"며 "이는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과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기후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의 운영 및 제품 제조 과정 등에서 얼마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알리는 방법이다.
기업의 운영 역시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속가능성 공시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스탠다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은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기업들도 지속가능성 공시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초안에 대한 의견을 보내온 국내외 투자자들은 "기후 공시는 필수이며 글로벌 자본시장에 일관되고 비교가능한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 채택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의견수렴 결과 대다수 기업이 지속가능성 정보 중 기후관련 공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고 의견을 제출한 106개 기업 중 96개 기업이 기후 관련 사항을 먼저 의무 공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기후공시 '자율공시'부터 시작해야
다만 기후공시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기업들은 공시에 대한 부담 역시 호소했다.
기업들은 공시대상 범위를 지적하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보유한 해외 자회사의 경우 기후 관련 신뢰성있는 정보 확보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사슬 내에서 발생한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통합한 것)도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아직 없으며 주요국 중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중 하나인 정책목적 공시(가족친화 경영, 산업안전 등 강조)는 유용성은 동의하나 공시부담 가중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기후 관련 공시 필요성은 있으나 기업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자율공시부터 시작하거나 보다 구체적인 기준 제공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개별기업들도 "기후 공시를 우선 추진하는 것에 동의하나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공시기준이 빠르게 결정돼야 하며 보다 명확한 지침 및 우수사례 제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는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어렵고 배출량 산정에 과도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만큼 유예가 필요하며 기업 범위도 기업 판단 하에 일부 제외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소영 부위원장은 "기업들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이 정책목표 달성을 저해하지 않고 기업의 수용가능성을 제고할 부분이 있는지 보다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기업들의 혼선을 해소하고 공시보고서 작성을 지원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제공, 실무진 교육 등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