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총 42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시중은행들도 출자에 참여해 9조원 규모의 미래에너지펀드와 기후기술펀드(9조원) 등을 조성하고 후순위대출 공급(14조원)을 통해 모험자본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밑그림이다. 모두합쳐 452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녹색분류체계 적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녹색채권과 여신 등 지원을 통해 녹색투자도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 민간위원장,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과 '저탄소 체계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한 녹색투자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을 비롯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장들도 참석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공정을 전환해 탄소를 적게 배출하거나 탄소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발전 전기를 청정에너지 발전 전기로 바꿔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기후기술 발전도 뒷받침돼야 해 크게 3가지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 2030년까지 420조 공급
우선 금융위는 각국 탄소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수출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2030년까지 정책금융기관의 연평균 녹색자금 공급량을 직전 5개년 평균(연 36조원) 대비 67% 확대해 매년 60조원, 총 420조원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으로 갈수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연도별 공급량을 조절한다. 가령 올해는 48조6000억원, 내년에는 51조7000억원으로 늘리고 2030년에는 74조4000억원(추정)을 공급하는 방안이다.
주요 지원분야로는 저탄소 공정 개선 시 우대보증, 에너지전환 프로젝트 보증 등 저탄소 전환(141조원 추정)과 초기 녹색기술·사업 투자, 탄소배출 감축 시 금리우대 등 저탄소 설비투자·제품제작·기술지원(279조원 추정) 등이다.
청정에너지 수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도 늘린다. 2030년까지 필요한 신재생발전 증설 총 소요자금은 약 188조원, 이 가운데 금융수요는 약 16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해상풍력 등은 대출부터 회수까지 최대 약 25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여 금융기관들이 대출에 소극적인 상태다.
이에 후순위 대출과 지분투자 등 모험자본(약 54조원)을 공급하고, 이 중 일부(23조원)는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공급해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그림이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14조원의 후순위 대출을 공급해 민간 금융사들의 후순위 대출을 유도하고, 시중은행 5곳(7조2000억원)과 산업은행(1조8000억원)은 2030년까지 9조원을 출자해 미래에너지펀드를 신규로 조성한다.
산업은행의 위험흡수역할을 고려해 위험가중치를 100%로 인하(현행 400%)해 은행 부담을 줄여 적극적 투자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진행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1.6%를 달성할 것이란 기대다.
기후기술 육성에도 금융을 투입한다. 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이 출자해 2030년까지 총 3조원 규모의 기후기술펀드를 만든다. 기업은행 2625억원과 시중은행 각 1575억원에 민간자금 1조9500억원을 매칭하는 구조다. 또 혁신성장펀드(5조원)와 성장사다리펀드(1조원) 등에서도 기후기술 분야에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는 기후기술분류체계와 기후테크 유형, 혁신성장공동기준 등을 참고해 주목적 투자대상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제도정비로 민간 기후금융 지원 촉진
환경부를 중심으로 민간의 기후금융 지원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개선에도 나선다.
먼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에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은행이 여신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에 지원하려면 녹색성 판단이 쉬울 필요가 있어서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2021년 제정됐지만 원활한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여신에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금감원이 금융권과 공동으로 '녹색여신 관리지침' 연내 마련을 추진한다.
금융권 기후리스크 관리도 강화한다. 기업들이 저탄소 이행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면 금융사 수익성 악화로 연결돼 신용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금융부문 기후 리스크에 대한 회복능력과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와 금융사 내규 간 차이를 분석해 기후리스크 관리 실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지침서를 재개정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권 기후리스크 관리능력 강화 지원을 위해 전 금융권 대상 기후리스크 심포지엄도 진행한다.
이번에 마련한 금융지원 방안은 2030년까지 필요한 내용으로 2050년까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해 추가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미래대응금융 TF'를 통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장기 과제를 발굴·검토한다.
아울러 미래에너지펀드와 기후기술펀드는 상반기 중 투자 환경 조성을 마쳐 연내 투자 개시를 추진한다.
김주현 위원장은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8월 수출기업 지원 대책 10조원, 올 2월 76조원 규모의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에도 20조원 규모로 기업을 지원해줬다"며 "미래에너지펀드 등에 출자를 결정한 것에 감사하고 이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을 계기로 은행업이 가계대출을 넘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한 혁신금융 지원산업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