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수형 보험' 개발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역시 기상이변 등 기후 리스크 확대에 맞춰 보험사들의 지수형 날씨보험 상품 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 대응 뿐 아니라 보험사들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지수형 보험을 선택한 셈이다.
지수형 보험은 손해사정 없이 보험금을 빠르게 지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기초위험 해결 등 상품 개발 난이도가 높다. 금융당국 지원 아래 보험사들이 다양한 형태의 지수형 보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보험권 공통 화두 중 하나 '지수형 보험'
지수형 보험은 사전에 정한 지수(Index)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보험업계에선 지수형 보험을 기후대응 상품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그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보장하는 보험으로는 풍수해보험과 농작물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 등이었다.
이들 상품은 실제 손해사정을 통해 손해액을 파악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전통적 보험 상품 구조다. 정확한 피해 산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재해로 인한 손해 발생 후 실제 보험금 지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비판이 많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지수형 보험은 강우량과 일조량 등 기후와 관한 데이터를 지수화해 일정 기준을 넘으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보험개발원은 올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손해보험상품 개발과 개선을 담았다. 가령 벼농사의 경우 1년에 일조량이 200일(기준) 정도 돼야 하는데 실제 일조량이 150일이었다면 일조량 감소에 따른 생산량 축소분, 즉 일조량이 50일 줄어든데 따른 부분을 지수화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은 지난 달 초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자연재해가 최근 굉장히 빈발하고 있는데 여기에 맞춰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도 기후보험 모델 마련 계획을 담았다. 구체적으로는 기후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정책성보험 모델 제시와 미래 기후보험 운영 체계를 마련해 환경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 해당 사안을 건의해 정책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정책성보험은 무더위나 강추위 등 기후위기로 더 큰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야외근로자, 저소득 고령층 등)의 경제적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미래 기후보험은 특정 기후 조건(온도, 강우량 등)에 도달하면 사전에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 상품이다.
보험금 신속 지급…연내 윤곽 가능할까
지수형 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상품과 비교해 신속한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삼성화재가 지난 2월 출시한 '출국 항공기 지연·결항 보상 (지수형) 특약' 상품은 보험업계 최초로 나온 지수형 상품이다. 기존 실손형 항공기 지연 보장은 항공 지연 증명서와 지연으로 인한 대기시간 중 발생한 비용 등 별도 증빙서류가 필요했다.
반면 지수형 상품은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여객기가 결항 혹은 2시간 이상 출발이 지연되면 지연 시간에 비례해 최대 10만원(6시간 이상 지연 혹은 결항)까지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한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공공데이터와 연동해 항공기 지연 혹은 결항 발생 시 계약자에 알림톡을 발생하고, 안내에 따라 탑승권 사진만 업로드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지수형 날씨보험도 손해사정 없이 빠른 보험금 지급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보험사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수형 보험처럼 손해사정 없이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원하면 보험사는 불필요한 손해사정 절차 대신 보험 가입자의 신속한 복구에 집중할 수 있다"며 "보험금 지급 관련 경험은 가입자의 보험에 대한 긍정적 태도로 이어져 보험사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기후 정보를 지수화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손해 규모를 어떻게 산정해 보험금을 책정하느냐다. 보험개발원은 현재 담보범위와 보상방식 등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신규 보상방식 상품 개발 방안을 검토하고 국내 기상 정보를 활용한 상품 개발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손해보험협회는 기후보험 관련 연구·용역, 환경부·금융위 등과 관련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올 하반기 상품 개발과 함께 보험사에서 상품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보협 관계자는 "지수형은 기상 정보와 실제 피해 상관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손해사정 없이 사전 계약(지수에 따른 보험금)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라 초과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도록 보험사고(지수 트리거)를 무엇으로 잡고 보험금은 얼마나 책정할지를 위해 많은 통계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수형 날씨보험 개발 시 위험통계가 부족하면 재보험자 협의요율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재보험자 협의요율은 손해보험사가 재보험사롭루터 제공받아 사용하는 요율(비통계 요율)이다. 또 보험 실수요자에 한해 위험을 보장토록 피보험이익을 명확히하고 날씨지수 정교화 등을 포함해 상품 개발 원칙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