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전북은행 (경영에서) 역점을 둘 부분은 캐피탈과의 협업입니다. 캐피탈이 축적해온 신용대출 등 노하우는 은행이 활용할 수 있고, 반대로 은행이 강점을 가진 부분은 캐피탈에 전수하는 식의 상호 보완도 가능합니다. 서로 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북은행 차기 은행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는 16일 비즈워치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자신했다. 정통 뱅커(은행원) 출신도 전북은행 출신도 아닌 아닌 2금융권 인사가 은행장 후보로 낙점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캐피탈에서 괄목할 성과를 낸 박 후보자의 경영 스타일이 은행 성장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박 후보자는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아주산업, 아주캐피탈, 아주저축은행 대표를 역임했다. 2021년부터는 JB우리캐피탈 대표를 맡았다.
금융권에선 JB우리캐피탈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박 후보자가 차기 전북은행장으로 추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자가 JB우리캐피탈 대표로 취임한 이후 연결기준 순이익은 2021년 1705억원에서 2023년 1875억원으로 늘며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4년에는 2239억원을 기록해 JB금융 핵심 계열사인 광주은행(292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이익을 냈다. 전북은행(2212억원)보다도 높은 실적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2116억원이다. 광주은행(2336억원)과 차이가 220억원에 불과하다. JB금융 전체 3분기 순이익(5787억원)의 36.6%를 차지할 정도다.
JB우리캐피탈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여신전문금융사 KB부코핀파이낸스와 AI(인공지능) 기반 핀테크 스타트업 에이젠 지분을 연이어 확보하며 현지 사업 확대에도 나섰다.▷관련기사 : 김기홍 JB금융 회장 "인니 KB부코핀파이낸스 290억원에 인수"(2025.07.24.)·[단독]국민은행, 인니 손자회사 '부코핀파이낸스' JB금융에 매각(2025.6.16)·JB우리캐피탈 대표 "인니서 리테일·전기 오토바이 금융 확대"(2025.07.30.)
보수적인 은행권 관행을 감안하면 은행 경력이 없는 인사의 은행장 후보 낙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이 이번 인선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3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이 2028년 3월까지 그룹을 이끌게 된 가운데, 자회사 CEO 인사권을 쥔 그가 박 후보자를 차기 은행장 후보로 낙점한 것은 전북은행 쇄신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관측이다.
박 후보자는 "지역사회를 위한 금융 역할은 지속해야 하지만 지역 경제의 기반 자체가 제한적인 만큼 포트폴리오를 지역 밖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수금융 확대나 생산적 금융 영역 강화가 필요하다"며 "벤처캐피탈(VC) 관련 조합 출자나 신기술금융 투자 등은 정부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고 금융권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북은행은 그동안 지역사회 중심의 대출과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높아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차이) 확대, 이른바 '이자장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역 금융 역할은 유지하되 인수금융 등으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캐피탈에서 자본시장·투자금융을 중심으로 성과를 낸 박 후보자가 은행장에 낙점된 배경도 이러한 포트폴리오 전환 기대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캐피탈은 이미 이러한 생산적 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했고 실제 수익도 창출해 왔다"며 "이 과정에서 전북은행이 캐피탈과 협업해 공동 투자에 나설 경우 투자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시장 내 지위가 강화되면서 더 좋은 딜을 확보하거나 더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기존 전략에 캐피탈과의 협업과 생산적 금융 요소를 얹으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일(16일) 전북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은행장 최종 후보로 박 후보자를 추천했다. 함께 후보군에 올랐던 백종일 전북은행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박 후보자가 단독 후보로 확정됐다. 전북은행 임추위는 JB금융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17일 제14대 전북은행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