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ISA 리부트…이렇게만 한다면?(feat. 일본 新NISA)

  • 2025.07.23(수) 09:00

[커피챗 경제]휘청휘청 ISA 어쩌다③
일본판 ISA, 혜택 확대·정부 지원 업고 성장
비과세 기간 없애, 한도 늘려 '젊은층 관심'

/삽화=황은진 기자

[편집자주] 경제 얘기, 꼭 딱딱하게 해야 할까요? '커피챗 경제'는 커피 마시며 가볍게 수다 떨듯 경제 이슈를 풀어갑니다. "아니, 그거 들었어?"로 시작해서 "아~ 그렇구나!"로 끝나는 재미있는 경제 수다. 지금 가장 핫한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호기심 어린 솔직한 질문과 속 시원한 답변으로 채워가겠습니다.

▶관련 기사① "한때 '만능통장'이었는데"…ISA 위상 흔들린다고?

▶관련 기사② '부자 감세' 논란에 1년반 표류 ISA '드디어 빛 볼까'

국내에선 ISA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하고 있으나 바로 옆 일본에서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일본에도 ISA와 비슷한 'NISA(Nippon Individual Saving Account)'가 있었는데요. 작년부터 기존 NISA를 개편한 '신(新)NISA'를 출시하며 일본 내 투자 열풍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일본 가계 금융자산 항목별 총액./그래픽=비즈워치

무엇보다 일본의 2030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NISA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일본 투자신탁협회 조사에 따르면 일본 20대의 주식·펀드 투자 비율이 2016년 13%에서 2023년 36%로 3배 가까이 증가한 바 있습니다. 30대도 24%에서 42.5%로 늘었고요.

전체 가입자는 지난 3월 기준 총 2300만명입니다. 신NISA가 일본에 거주하는 약 18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고, 우리나라처럼 '1인 1계좌'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입니다.

'현금과 저축'의 이미지가 강한 나라 일본의 젊은층 사이에선 신NISA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얘기인데요. 일본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투자열풍이 불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과연 일본의 사례가 우리나라의 'ISA 리부트'를 위한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일본이 투자에 보수적?

네,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일본 하면 적극적인 투자보단 안전지향적인 저축을 선호하는 등 재테크에 있어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잖아요. 

그도 그럴것이, 일본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다는 점이 한 몫하고 있거든요. 특히 이제 막 돈을 모으기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에겐 더더욱 그렇죠. 

먼저 일본 주식을 매매할 때는 기본 100주 단위로 거래를 해야합니다. 이를 '단원주' 제도라고 부르는데요. 글로벌 주요국 증시에서는 보기 드문 일본 증시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보니 시작부터 요구되는 시드머니도 큰 편이죠.

예시를 들면 더 확 다가오실겁니다. 일본 사회초년생 A씨가 첫 매수종목으로 자국의 대표 기술주, '도쿄일렉트론'을 매수한다고 가정해볼까요? 

이달 18일 종가기준, 이 종목의 주당 가격은 2만7850엔(약 26만원)인데요. 최소 100주는 담아야하니 최소 투자금액도 278만5000엔(약 2615만원) 이상으로 계산됩니다. 거의 목돈 수준의 초기 투자금이 요구됩니다. 사회초년생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한국 증권시장이 1주 단위 거래는 물론, 그 미만인 '소수점 투자'까지 보편화된 것이랑 비교하면 진입 문턱이 꽤 높죠?

거기에 세금 부담도 상당한 편입니다. 기존엔 일본 주식을 통해 배당을 받거나 매매차익을 실현하게 되면 그 수익금에 20%씩 세금이 부과됐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내주식 매매차익엔 과세를 하지 않습니다. 또 배당금에 매기는 배당소득세도 일본보다 낮은 14%에 불과하죠. 위 요인들을 감안하면 일본 증시가 시드가 적은 초년생들이 진입하기엔 까다로운 환경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10년 간 젊은 투자자층을 중심으로 이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4년, NISA가 출시돼 세제혜택을 폭넓게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었죠. 이제부터는 2024년에 개편된 신NISA와 구별하기 위해 이것을 편의상 '구(舊)NISA'라 칭하겠습니다.
구 NISA는 어땠나요?

구NISA는 적립투자형, 성장투자형으로 분류됩니다. 

일본 구NISA 상품유형별 특성 및 혜택 구분./그래픽=비즈워치

적립투자형은 장기투자를 위해 설계된 유형입니다. 비과세 기간을 20년으로 설정하고, 해당 기간 내에 벌어들인 투자수익에서 최대 800만엔까지 비과세 처리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단 장기투자로 설계된 만큼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는 투자할 수 없죠. 담을 수 있는 상품은 저위험 펀드 등의 안전자산에 국한됩니다.

성장투자형은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위해 설계됐습니다. 비과세 기간은 비교적 짧은 5년, 기간 내 벌어들인 투자 수익을 최대 600만엔까지 비과세 적용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상품은 적립투자형과 달리 개별주 직접투자나 ETF 등 고위험 상품들도 자유로이 담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중개형ISA와 제일 유사한 형태라 볼 수 있죠.

투자자들은 각자에 성향에 맞게 한 가지를 택해 투자자산을 운용할 수 있었습니다. 세 부담이 전보다 덜해진 만큼 비교적 수월하게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덕에 젊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투자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기존의 NISA가 신NISA로 개편되면서 투자 열풍이 정점을 찍게 된 것이죠.
신NISA가 뭐길래 그렇게 인기야?

일본의 신NISA가 도입되며 개선된 주요 혜택 중 하나는 비과세 기간을 철폐한 것입니다. 기존에는 NISA 유형에 따라 비과세 기간이 최대 5년 또는 20년으로 나뉘었잖아요? 이제부터는 한번 가입하면 투자 수익이 비과세 한도에 도달할 때까지 평생 투자수익에 대한 세금을 안 내도 되는 거죠.

또 적립투자형, 성장투자형 중 하나만 택해야했던 기존의 제약도 사라졌습니다. 한 ISA 계좌 내에서 두 유형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는데요. 전보다 더욱 유동적인 투자가 가능하게끔 개선된 것이죠.

투자 한도도 대폭 늘렸습니다. 연간 투자 한도를 최대 360만엔(약 3380만원)으로, 총 비과세 한도를 1800만엔(약 1억 6900만원)으로 확대한 바 있죠. 이는 우리나라 현행 ISA 한도인 연간 2000만원, 총 1억원보다 큰 규모입니다.

한국 중개형ISA vs 일본 신NISA./그래픽=비즈워치

그로 인해 신NISA는 폭발적으로 가입 수가 증가했습니다.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신NISA 출시 첫 해인 2024년, 월평균 신규 가입 건수가 53만 건에 달했는데요. 이는 직전년도의 한 달 평균 18만 건에 비교해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 신NISA가 출시한 지 반 년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그해 신규가입자가 200만명을 훌쩍 넘겼다고 하는데요. 대대적인 NISA 개편 작업이 큰 성과를 거둔 것이죠. 
신NISA 도입, 전부는 아니었을텐데요?

사실 신NISA의 성공 뒤에는 일본 정부가 지난 13년간 꾸준히 추진해온 밸류업 정책이 있었습니다.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먼저 조성한 뒤, 신NISA라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한 셈이죠.

지금부터는 이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10년이 넘는 밸류업 역사를 좀 돌아볼 겁니다.
 
먼저 2012년, 아베 정부가 시작한 '아베노믹스'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일본 증시 밸류업 정책이 시작됐습니다. 2014년에는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지침을 담은 '스튜어드십 코드', 2015년에는 '지배구조 코드'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바 있죠.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난 2022년 4월, 도쿄증권거래소가 기존 5개 시장을 '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 3개로 재편했습니다.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해 우량 기업 위주로 시장을 재구성한 겁니다. 이듬해 2023년부터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기업들에 대해 개선 방안 공시를 의무화했죠.

십수년 간의 빌드업 과정이 결국 빛을 발했던 걸까요. 일본의 대표적인 지수인 니케이지수는 2021년말 2만8000선에서 2024년 7월, 4만2000선까지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올해 4월, 글로벌 관세 리스크로 한번 주춤하긴 했지만 다시 4만 선으로 빠르게 회복 중에 있죠. 

이처럼 장기간 텀을 두고 점진적으로 개혁하는 방식을 통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한국 상황은 어때요?

일본의 사례처럼 ISA가 주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먼저 증시 활성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ISA의 자체적인 혜택을 넓힌다 한들, 투자자들의 머니무브를 견인하기 어렵겠죠. 

한국의 새 정부도 '코스피 5000'을 목표로 대대적인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통과하는 것을 필두로 여러 증시 부양책을 고안하고 있는 상황이죠.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약에도 제도 개선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장기화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시장에서도 증시가 부양될 것에 많은 기대감을 쏟는 상황이죠. 

물론 관건은 역시나 정치계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젊은 세대의 자산 형성을 돕는다는 명확한 목표를 두고,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