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 내부통제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금융사고는 되레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인에 의한 사기가 다수이긴 하나 횡령 사고도 꾸준해 내부통제를 보여주기식으로 운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금융당국에서도 나온 만큼 은행들은 내년 내부통제 강화 방안 마련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합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사고는 총 94건이다. 이미 지난해 총 금융사고 건수인 87건을 훌쩍 넘겼으며, 지난해 1~3분기(53건)보다는 약 2배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23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은 20건, 우리은행은 19건, NH농협은행은 9건으로 뒤를 이었다.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는 KB국민은행이 9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은 6건, 신한은행은 4건 있었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2건씩 발생했다. 이 중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100억원 이상인 금융사고도 각 1건씩 확인됐다.
올해 1~3분기 금융사고는 외부인에 의한 사기가 45건, 횡령과 배임은 각각 11건, 7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금융사고를 공시한 은행들은 외부가 아닌 '자체 조사'에서 적발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금융사고 공시가 대폭 늘어난 것도 자정작용이 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횡령과 배임 등 내부 소행 사고가 발생하고 장기간에 걸친 사고를 뒤늦게 인지하게 된다는 점에서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신한은행은 한 직원이 2년 6개월에 걸쳐 17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을 3년 만에 알게 돼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질타를 받았다.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와 같은 해외법인 배임 사건도 최근 금융사고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팎으로 계속되는 금융사고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임원의 내부통제 활동이 형식적 점검에 그친다"면서 "이를 뒷받침할 내규나 전산시스템 구축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은행들은 이사회에 내부통제위원회를 두고 올해 1월에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했음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들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해 금융사고를 방지하고자 시행됐다.
책무구조도로도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자 은행들은 포상금을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도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내부 비리에 대한 고발 포상금을 기존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올렸다. KB국민은행은 올해 1월부터 책무 관리를 전담하는 고객관계전문역을 배치했다. 하나은행은 50명에 그쳤던 준법감시인원을 2배 가까이 늘렸다.
은행들은 오는 23일 열리는 '금감원 하반기 내부통제 워크숍' 이후 내부통제를 강화할 추가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점쳐진다. 워크숍에서는 내부통제 미비점과 우수사례 등이 각각 공유될 예정이다. 각 은행 책무구조도 실무 담당자가 참석해 사례를 발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