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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열풍]④민간영역? 정부개입 필요할까

  • 2019.10.31(목) 09:00

배달앱 비용완화 정책 내놨지만 수수료 부담 목소리 여전
식당점주 62.1% "정부차원에서 수수료 조정·관리해야"
"배달앱 선택아닌 필수…영세소상공인 보호장치 필요"

마카롱을 만들어 파는 A씨에게 정부가 "마카롱 가격이 너무 비싸 국민들이 간식을 즐기기 어려우니 1000원짜리를 500원으로 가격을 내리세요"라고 한다면 A씨는 정부의 가격인하 요구안을 수용할 수 있을까

정부가 민간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행위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시장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사례는 의외로 많다.

예를들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는 일을 하는 공인중개사가 거래 당사자에게 받을 수 있는 수수료율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주택에 대한 중개보수는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특별시·광역시·도 또는 특별자치도의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부동산뿐만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사 가맹점인 영세상인들을 대상으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시장상인같이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기존보다 더 할인된 우대수수료율로 카드결제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역시 민간기업인 카드사가 정할 수 있는 수수료율을 정부가 개입한 사례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배달앱 수수료도 얼마든지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외식업은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창업 업종이다. 그만큼 규모가 영세한 점주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동산도 중개업소가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수수료율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그 가이드라인 안에서 자율적으로 경쟁하는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수수료율 인하 요구"정부 개입하라"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부담은 지난 2014년부터 불거졌다.

배달앱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시장점유율(55.75%)을 과반 이상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은 2014년 4월 배달의민족 앱에서 주문하고 바로결제하는 방식의 중개수수료율을 기존 12%에서 9%까지 낮췄다. 이듬해 7월에는 중개수수료를 아예 폐지했다.

요기요도 이에 맞붙어 중개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 상품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배달앱들이 치킨게임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개수수료를 배달앱 본사들이 아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과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였다. 배달앱 본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반면 (관련기사 [배달앱 열풍]①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앱을 이용해 음식서비스를 하는 점주들은 수수료 부담을 여전히 호소하고 있다. (관련기사 [배달앱 열풍]②'다른듯 같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점주들이 모인 한 인터넷카페에는 "점주들이 자체 배달앱을 만들어 수수료없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체제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며 "특정 배달앱의 독점하에 수수료를 내면서 어쩔 수 없이 배달앱을 이용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점주들은 정부의 개입을 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KBIZ)가 지난 5월 발표한 '배달앱 가맹점 실태조사'에 따르면, 506개 조사대상업체 가운데 62.1%가 '정부차원에서 판매 수수료를 조정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배달앱 수수료가 비싸니 정부가 나서서 이를 조정해 달라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수차례 배달앱 업체에 수수료 부담 완화를 요구한 바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지역에 깃발을 꽂아(배달의민족 기본상품인 월 8만8000원 정액제 형태의 울트라콜을 구매하는 행위) 점주들의 비용부담이 큰 만큼 이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에 대해 당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가격 인하를)고려 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관련기사 [배달앱 열풍]③깃발 꽂고 쿠폰 뿌리고)

이후 배달의 민족은 입찰경쟁 광고인 '슈퍼리스트'를 폐지했지만 주문 건당 수수료를 받는 '오픈리스트'를 도입하면서 사실상 중개수수료가 부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달앱 선택아닌 필수…영세소상공인 보호장치 필요" 

20대 국회에는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정부 개입을 허용하는 법안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11월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배달앱과 같은 통신판매중개업자가 통신판매중개의뢰인(음식점 점주)과 중개수수료율을 정할 때 준수해야 할 상황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도록 했다.

또 통신판매중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거래 빈도 또는 규모가 일정 규모 미만의 영세한 통신판매중개의뢰자에게 공정위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배달앱 시장에 정부의 직접 개입이 타당한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다. 다만 음식점 점주 입장에서 배달앱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가 된 상황에서 적절한 영세소상공인 보호장치가 마련돼야한다는 점에선 일치된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오창석 전문위원은 김재경 의원안에 대한 법률검토보고서에서 "통신판매중개의뢰자 중 상당수가 영세소상공인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높은 중개수수료율을 합리적으로 조정·적용함으로써 영세 통신판매중개의뢰자를 보호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긍정적이다"고 판단했다.

다만 오창석 전문위원은 "공정위가 중개수수료율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 침해 우려와 함께 가격통제시 예상되는 부작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충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배달앱사업자와 음식점주 사이의 상생을 위한 과제"란 보고서에서 "음식배달이 주 수입원인 음식점 점주에게 배달앱 이용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배달앱 이용에 따른 비용을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배달앱 이용에 따른 비용을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충렬 입법조사관은 특히 "정부가 적정한 광고료와 수수료의 기준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참여하는 경제주체 모두가 만족하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며, 이를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배달업 서비스가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배달앱 본사가 점주들에게 수수료율을 과도하게 부과해서 피해를 준다면 정부가 개입을 해야된다"며 "다만 정부의 개입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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