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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열풍]③깃발 꽂고 쿠폰 뿌리고

  • 2019.10.30(수) 09:00

4km 떨어진 지역도 추가비용 내고 광고…영업지역 침해 논란
대형프랜차이즈 위주 쿠폰 할인행사…영세업체들 주문 감소

배달앱의 등장은 배달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꿨다. 몇 번의 손 터치로 문 앞까지 따끈따끈한 음식이 배달되는 편리함은 외국인도 놀라는 한국의 문화 중 하나다.

하지만 소비자의 편리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이지는 치열한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편하게 이용하고 있는 배달앱의 각종 서비스들이 음식을 판매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마냥 좋은 서비스만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지금의 배달앱은 쏟아지는 할인쿠폰과 30분이 넘는 거리까지 배달을 나가야 하는 새로운 생존 경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의 동네까지 깃발 꽂아야 살아 남는다

강서구 마곡동에서 치킨을 주문하려고 배달의민족 앱을 들어간 A. 마곡역에서 4.5Km 떨어진 등촌동에 위치한 치킨집도 A씨의 지역에서 배달이 가능한 매장으로 떴다.

배달주문이 일상이 되면서 덩달아 커지고 있는 배달대행업체에서 보통 배달을 나가는 영업지역은 2km내다. 하지만 A씨의 사례처럼 마곡동에서 살지만 배달앱을 들어가면 4km이상 등촌동에서도 치킨을 주문할 수 있다. 사실상 기존 영업지역을 넘어서서 치킨배달 주문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점주들은 일명 '깃발 꽂는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배달의민족의 기본 광고상품인 울트라콜을 이용하려면 광고하려는 매장의 주소를 특정 지역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된 주소를 기준으로 1.5~3km 반경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매장 이름이 노출되는 방식이다. 울트라콜은 월 8만8000원 정액요금제다.

문제는 외식업계가 경쟁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실제 매장이 있는 주소뿐만 아니라 다른 주소를 만들어 많게는 수십 개 지역에 깃발을 꽂는다는 점이다. 깃발을 한 개 꽂을 때마다 8만8000원이 추가된다. 10개 이상 깃발을 꽂으면 월 88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배달의민족은 사진처럼 실제 매장이 있는 주소와 광고주소를 다르게 해 앱에 매장 이름을 다양한 지역에 노출시킬 수 있다. 이를 배달앱 이용 점주들 사이에서는 '깃발 꽂는다'고 표현한다. [사진=배달의민족 사장님광장]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깃발 하나 꽂을 때마다 똑같은 비용을 받고 있다"며 "중복지역은 가격을 인하해달라는 점주들의 요구가 많은 만큼 배달의민족에서 가격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개의 지역에만 울트라콜 광고를 하는 점주는 드물다. 대부분 최소 3개 이상의 깃발을 꽂는다. 이러다보니 매장점주 입장에서 비용은 더 들고, 같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인데도 영업지역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프랜차이즈는 정보공개서에 반드시 영업지역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BBQ는 4000세대를 기준으로 매장을 하나씩 두고 해당 가맹점의 영업권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앱에서는 이러한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정하는 영업권과 배달앱상 '깃발을 꽂는' 영업권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지점이다.

28일 배달의민족 앱 화면 갈무리. 하나의 지역에서 똑같은 우리동네치킨 범이네 매장이 다수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8만8000원 정액제 광고 울트라콜과 주문 건당 6.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오픈리스트를 복수로 사용하고 있는 매장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2016년부터 일정한 반경으로 영업권을 설정해주는 지오펜싱 기능을 적용하고 있지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업주들의 선택사항"이라며 "배달의민족이 영업권 문제에 직접 개입할 경우 갑질, 영업권 침해 등으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폰이벤트소비자는 좋다지만...

점주 A: "요기요 다음주 할인은 치킨, 버거킹, 홍콩반점이네요"

점주 B: "다 죽자는 거죠"

점주 C: "아 맥도날드 끝나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엔 버거킹.."

배달앱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할인쿠폰 이벤트에 참여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상 배달앱의 쿠폰 이벤트는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25일 기준 평일 동안 35개 브랜드의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요기요도 슈퍼레드위크라는 이름으로 일주일 동안 할인쿠폰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할인쿠폰은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지만 정작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점주들에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배달앱은 유명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이름이 덜 알려진 소규모 프랜차이즈, 개인매장도 입점해 있다. 하지만 배달앱이 진행하는 할인쿠폰 이벤트는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이다.

배달앱 요기요에서 10월 한 달간 진행하고 있는 할인쿠폰 이벤트. 대형 프랜차이즈업체 브랜드가 주로 할인쿠폰 적용대상이다. [자료=요기요 앱 갈무리]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먹으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다보니 쿠폰이벤트를 진행할 때마다 특정 브랜드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몰리게 된다. 이 때문에 정작 비용을 들여 배달앱에 들어간 소규모 프랜차이즈나 개인매장 점주들은 주문을 못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점주들이 모인 한 인터넷카페에는 배달앱이 진행하는 쿠폰이벤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제과제빵업을 하고 있는 한 점주는 "이번 주 요기요 이벤트는 또 특정기업을 정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개인자영업자 피 뽑아 대기업에 수혈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 이벤트 할 때마다 피눈물 흘리며 재고 정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배달앱업체에 따르면 소비자가 이용하는 할인쿠폰의 부담은 이벤트 성격마다 달라진다. BBQ·롯데리아 등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 쿠폰이벤트는 주로 프랜차이즈 본사 쪽에서 절반 정도의 금액을 부담한다. 반면 소규모 프랜차이즈와 개인매장을 포함해 진행하는 업종별(치킨, 한식, 카페·디저트 등) 쿠폰이벤트는 배달앱업체 본사에서 진행한다.

우아한형제들·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등 배달앱업체 본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프랜차이즈 본사가 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의 할인쿠폰 이벤트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배달앱업체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로 쿠폰이벤트가 진행돼 소규모·개인점 점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저희도 우려했던 점"이라며 "다만 최대한 소규모·개인점들도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본사 차원에서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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