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특별기획 좋은기업

두산②'한국의 스티브잡스' 만들어야죠

  • 2015.05.18(월) 09:55

비즈니스워치 창간 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함께가자!]
최상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인터뷰
"중소기업 해외시장 진출 돕겠다"

경상남도 진주의 주부 A씨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템은 빨래건조대다. 빨래를 널 때마다 허리를 굽혀 집어들어야 하는 것이 불편했다. 그래서 빨래건조대 위에 빨래를 놓아둘 수 있는 거치대를 만들었다. 생활 속의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한 셈이다. 하지만 주부였던 그가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았다.

 

"딸이 창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곁에서 보신 아버님이 찾아왔습니다. 저희 센터에서 원스톱 상담을 해드렸죠. 어찌나 고마워 하시던지.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진주의 주부 A씨 이야기를 꺼내놓던 최상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저도 그 빨랫대를 직접 봤습니다.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 겁니다. 그런데 이런 제품이 판로가 막혀있다면 우리가 뚫어줘야죠. 그게 우리가 할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35년간 현장을 누빈 현장 전문가다.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터빈과 발전기 부문에 있어 그는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지역 내 중소기업과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 최상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사진=이명근 기자)

그는 "우리 센터의 가장 우선 순위는 지역 내 기계 관련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일"이라며 "중소기업들은 역량이 있어도 그것을 현실로 옮기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런 점들을 뚫어주는 것이 한국의 기계 산업 발전은 물론 지역 경제 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 센터장은 우선 대기업 설계·기술진들과 중소기업 간의 만남을 주선하고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대기업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또 대기업의 구매팀과 중소기업을 매칭해 주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센터를 방문해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들과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3D프린터 강좌다. 센터에는 직접 센터를 방문해 3D 프린터 수업 참가 신청을 한 인원들의 명단이 화이트보드에 빼곡히 적혀있다. 그는 "시제품을 만들고 싶어도 3D 프린터를 다룰 줄 모르면 못한다"며 "마침 센터 내에 인큐베이팅 기업으로 선정된 업체가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업체여서 그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주제의 강연도 준비중이다. 이달에만 센터 내 교류공간에서 두 건의 강연회가 준비돼 있다. 강연도 딱딱한 기계 관련 강연이 아니다. 웹툰 관련 강연 등 다양한 소재의 강연을 마련했다. 센터가 개소된 지 한달 여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일을 계획, 추진중이다.
 
 
최 센터장은 "되도록이면 많은 분들이 센터를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적어도 몰라서 좌절하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최 센터장에 따르면 센터 개소 이후 하루에 40여명 정도가 찾는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센터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한번은 젊은 여성 세명이 센터 이곳 저곳을 둘러보더라"면서 "그래서 누구신가 하고 여쭈었더니 실내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이었다. 여기 디자인이 훌륭하다는 소문이 있어서 보러 오셨다고 했다. 그런 분들도 환영이다. 여기가 더 북적거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센터 곳곳을 직접 둘러보며 설명하던 최 센터장은 '메이커 스페이스'에 놓여진 터빈 날개 모형을 들고는 잠시 감회에 젖었다. 3D 프린터로 제작된 모형과 실제 터빈의 날개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그는 "우리 때는 이런 것 생각도 못했다"면서 "일일이 외국 회사들 쫓아다니며 사정하고 구걸하다시피해도 기술을 넘겨주지 않았다. 그때는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최 센터장은 인터뷰 내내 중소기업 육성과 창업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만들지 못하면 그것이 얼마나 한이 되겠느냐"며 "우리 센터는 그런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고 그것이 제품으로 연결돼 수익을 낼 때까지, 나아가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국 최고의 성과를 내는 곳으로 만들 생각"이라면서 "우리 지역에서 센터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우리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면 이곳에서도 언젠가는 스티브 잡스 같은 세계적인 창업자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상기 센터장
최상기 센터장은 부산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78년 현대양행에 입사, 창원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현대양행이 현대중공업과 합병되면서 울산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지난 80년부터는 다시 한국중공업 창원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한국중공업이 두산중공업으로 합병된 이후에도 창원에서 계속 근무하던 최 센터장은 지난 2013년 두산중공업 터빈·발전기 BU장(전무)을 끝으로 현장을 떠났다. 작년 11월부터는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