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웨이블, '배출-운반-폐기' 폐기물처리 디지털화
시간낭비·휴먼에러 줄이고 데이터 쌓이고
대기업이 나선다…"자원순환 1위 기업으로"
"해외 선진국도 폐기물을 싸게 버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데이터 관리예요. 일단 정보가 있어야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 순환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죠. 그걸 웨이블이 합니다."(SK에코플랜트 웨이블팀 관계자)
'배출-수거-운반-폐기' 폐기물 처리 4개 단계를 거치는 동안 관계 업체들 사이에선 수많은 전화와 팩스, 신고가 오간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에서 '휴먼 에러'가 발생하고 또 다른 낭비가 생긴다.
SK에코플랜트는 '웨이블'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했다.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 높인 결과 출시 5개월 만에 80개 이상의 가입 사업장을 확보하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꿈꾸는 '글로벌 자원순환 1위 기업'의 발판이 될 웨이블 사용 현장에 직접 가봤다.
"아직 팩스 쓰는 곳도.." '웨이블'은 클릭 한 번이면 OK
지난달 22일 오전 충남 당진에 위치한 충청환경에너지에서 만난 운전 기사가 스마트폰만 챙겨 트럭에 올라 탔다.
웨이블 앱을 실행하니 배출 장소, 폐기물 종류 등 배출운반 정보가 떴고 '운반 업무 시작' 버튼을 누르자 앱과 연동된 T맵이 배출처인 A제약회사로 길을 안내했다.
전화나 문자 등 별도의 커뮤니케이션 없이 클릭 한 번으로 폐기물 처리가 시작된 셈이다.
허동영 SK에코플랜트 웨이블팀 프로는 "기존엔 폐기물 배출을 신청하고 배차를 할 때 일일이 전화하거나 팩스를 보내면서 소통을 했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렸다"며 "웨이블로 디지털라이징 되면서 배차 효율이 150%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소요되던 시간의 절반이 줄어든 셈으로, 이 같은 효율성 제고가 웨이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폐기물을 배출하면 누가 언제 수거·운반해서 처리를 할 건지 등을 계약자 간에 정해야 하는데 이에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웨이블의 '스마트배차' 기능은 효율적인 배차가 가능하고 폐기물이 소각·매립장까지 제대로 운송되는지 경로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업장이 여러 곳인 기업은 전체 사업장의 폐기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대시보드'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폐기물 인계 및 처리를 신고할 때도 수기가 아닌 촬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각 사업 주체자들은 작업이 끝난 뒤 2일(48시간) 이내 환경부의 '올바로'(폐기물적법처리시스템)에 전자인계서 입력을 마쳐야 한다.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웨이블은 올바로 시스템과 연동해 '사진 촬영' 만으로도 자동으로 인계서를 작성하게 했다.
운전기사가 웨이블 앱에서 △상차 시 △계근(화물차에 실린 짐의 무게를 잼) 시 △하차 시 총 세 번 사진 촬영을 하면 된다.
이날 동행한 운전기사 B씨는 "처음엔 앱이 손에 익지 않아서 낯설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할 일이 훨씬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일환 충청환경에너지(처분처) 선임도 "그동안 약속을 잡으려면 전화 등 연락을 여러 번 해야 했는데 웨이블에선 클릭만 하면 내역도 확인하고 올바로 시스템 인계서도 자동으로 해결돼서 편하다"고 말했다.
'휴먼 에러'(human error·사람이 일으키는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허동영 프로는 "최대한 사람의 손을 안 타게 되면서 효율성과 함께 투명성도 높아졌고 휴먼 에러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특히 폐기물이 버려지는 시점, 인계되는 시점에 인계서가 자동 생성돼 신고 누락, 오입력, 부정입력 등의 우려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봤다.
향후 웨이블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배차시스템이 고도화되면 운송 차량 대기 시간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단순 시간 절약에서 나아가 탄소 배출까지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웨이블이 가진 잠재력 중 하나다.
허 프로는 "배출처나 처분처에 차량이 몰리면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데 공차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생각보다 많다"며 "웨이블을 활용하는 업체가 늘어나면 배출·처분 차량의 배차 시간, 도착 시간 등을 미리 알고 조정할 수 있어 대기 시간도 탄소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모아 향하는 곳은…'자원순환 1위 기업'
웨이블의 혁신은 안팎에서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식 론칭한 뒤 올해 1월 '2023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출시 5개월 만에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등 80개 이상의 사업장이 가입해 웨이블을 쓰고 있다.
다만 폐기물 산업의 3자 이해관계 모두 동의해야만 웨이블을 쓸 수 있는데 아직 디지털 활용을 꺼리는 곳이 많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앱 사용이 낯설거나 단가 정보 등의 유출을 우려하는 경우 등이다.
웨이블은 AI 기술로 폐기물 성상을 파악·분류해 자동으로 재활용, 소각 등 최적화 처리가 가능한 폐기물 처리 업체를 매칭해주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재활용률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여주는 컨설팅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허 프로는 "현재는 베이직 서비스(스마트 배차·대시보드)라 무료로 제공하는데 프리미엄 서비스를 론칭해 운영비 이상을 벌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웨이블은 수익 창출보다는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웨이블을 통해 먼저 폐기물 산업의 데이터부터 쌓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영세사업자 위주로 일궈져 투자 여력이 부족했던 폐기물 산업에 대기업이 나서면서 처리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동시에 그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허 프로는 "글로벌로 봐도 환경 사업자나 폐기물 사업자라고 할 수 있는 대형 플레이어가 거의 없고, 그러다 보니 데이터 확보도 안 돼 있는데 웨이블은 바로 거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웨이스트(낭비)는 낮추고 순환률은 올리겠다'는 게 SK에코플랜트의 목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에너지 관리가 가능한 모든 자원들을 순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목표"라며 "전 세계 자원순환 1위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