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AI 가상 은행원' 기능 강화 검토
"기계음 설명 대체해 전달력 높일 것"
우리은행이 홍콩 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기계음으로 진행한 금융상품 위험성 및 상품 특성 설명 등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AI를 통한 설명 기능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LS 판매를 중단한 시중은행들도 향후 상품 판매 재개 시 AI 기술을 활용해 불완전판매 방지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홍콩 ELS 사태 이후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판매 과정에 AI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은행들은 지난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상품 투자에 AI 기술을 도입했다. 상품 구조와 손실 가능성 등을 설명하고, 투자상품 판매과정을 녹취하고 상담 내용을 검증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홍콩 ELS 가입자들은 은행들이 빠른 속도의 기계음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성 및 상품 특성을 설명한 것이 금융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러자 우리은행은 상품 가입 시 기계음 대신 사람과 소통하는 것처럼 대화가 가능한 'AI 가상 은행원'을 통해 AI를 통한 상품 설명 및 위험성 고지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중에는 실무에 적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기계음 소리를 대체할 수 있는 AI 은행원을 도입해 상품 가입 시 위험 고지 단계 등에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불완전판매를 방지하는 방안을 도입 검토 중에 있다"며 "향후 대부분의 은행들이 비대면을 비롯한 모든 상품 가입 시 AI 가상은행원이 상품을 설명해 주는 기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또 상품 가입 후 숙려기간 동안 투자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투자자들이 시청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 고객들은 고위험 상품 가입 시 원금 손실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은행 고객들은 원금손실 위험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위험 상품에 대한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고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AI 기술을 강화하는 대응 방식이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데 핵심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취지는 투자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라는 것인데 AI를 적용하는 것은 부수적 절차"라며 "상품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됐을 때 형식적인 절차를 지켰다면서 면피를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고 향후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1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가 있음에도 불구, 불완전판매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아 좀 더 실효성 높은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