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AX 인사이트]
'STOCK AI'서비스 담당자 '윤길웅 리더' 인터뷰
KB증권, 증권사 최초로 '생성형 AI'서비스 도입
룰베이스 기반 챗봇아닌 '챗GPT 유료버전' 적용
"삼성전자 주가 10만원 갈까?"
이 질문을 주변 동료나 친구에게 한다면 나올 대답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간다"고 확신하는 반면 다른 누구는 "못 간다" 또는 "모르겠다"라는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물론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답변할 사람도 있다. 다만 명확한 근거를 대려면 그만큼 알고 있는 정보가 충분해야 가능한 일이다.
반면 똑같은 질문에 대해 사람보다 신속하고 수월하게 답을 얻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에게 똑같이 삼성전자 주가 방향에 대해 물었더니 "주가를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외국인의 삼성전자 주식매수와 AI관련주의 증시상승으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주식 매도 등 여론이 차가워지고 있다"며, 긍정과 부정적인 시장 분석 모두를 담아 답변했다.
이 친구는 KB증권이 내놓은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STOCK AI'이다.
이 정도의 답변을 얻으려면 투자자는 최소한 삼성전자에 대해 언론 기사나 증권사 리포트 등 다양한 정보를 직접 찾아보고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STOCK AI를 활용하면 일일이 정보를 찾지 않아도 삼성전자 종목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빠르고 손쉽게 얻을 수 있다.
STOCK AI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든 윤길웅 KB증권 마블(M-able)미니스쿼드 리더를 직접 만나봤다.
그는 "공공성이 강한 데이터 위주로 사실을 전달하면서 투자자의 시간을 절약해 드리자는 게 STOCK AI서비스의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증권사 최초 생성형 AI 서비스 도입
STOCK AI는 지난 1월 KB증권이 내놓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서비스다. 생성형 AI는 기존 AI서비스가 룰베이스(Rule-Based), 즉 정해진 질문에 대해 정해진 답변만 가능한 기능이 아닌 AI가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능이다. 데이터를 학습하고 AI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머신러닝을 넘어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다 더 진화한 형태다.
KB증권은 지난해 생성형 AI서비스가 한국시장에 열풍을 일으키면서부터 관련 서비스를 증권업에 도입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기존에 챗봇(Chatbot)형식의 AI서비스는 많은 증권사들이 도입해왔지만 보다 더 진화한 형태인 생성형 AI를 증권사 AI서비스에 접목한 건 KB증권이 최초다.
윤길웅 마블미니스쿼드 리더는 "생성형 AI가 나오고 한국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던 것이 지난해 1분기"라며 "생성형 AI를 활용해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계속 해왔고 지난해 3분기부터 STOCK AI 서비스 연구와 개발을 했다"고 말했다.
윤길웅 리더가 이끄는 마블미니스쿼드 부서는 KB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한 종류인 마블미니어플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부서다. 마블미니스쿼드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생성형 AI 연구를 통해 STOCK AI 서비스를 3개월 만에 개발했다. 이후 지난 1월부터 KB증권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STOCK AI 서비스를 먼저 오픈했다.
실제 STOCK AI 서비스를 가장 먼저 접해 본 KB증권 임직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윤 리더는 "임직원들은 상당히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기존 증권사의 AI챗봇 서비스가 정해진 질문과 정해진 답변만 기계적으로 가능했다면 STOCK AI는 정말 투자자가 원하는 정보를 Q&A방식으로 물어보기만 해도 최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답변만? NO…STOCK AI와 대화한다
임직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건 STOCK AI 서비스가 기존보다 확실한 차별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길웅 리더는 "기존 챗봇 서비스는 내가 물어본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하는 등 퀄리티가 좋지 않았다"며 "이는 룰베이스, 즉 정해진 질문과 정해진 답만 할 수 있는 AI기술을 챗봇에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증권사들이 자사 MTS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AI기술이라며 챗봇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지만 고객들에게 획기적인 AI기술 경험은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STOCK AI는 다르다는 것이 윤길웅 리더의 설명이다. 윤 리더는 "가령 투자자가 전기차 관련 종목을 찾고 싶다면 해당 종목에 대한 정보부터 종목 관련 기사와 재무제표, 다른 투자자들의 해당 종목에 대한 반응까지 종합적인 정보를 단순 질문만 해도 얻을 수 있다"며 "STOCK AI를 활용하면 기존 챗봇 서비스만 이용하던 것과는 달리 고객들의 경험이 다양해지고 정보를 찾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TOCK AI의 핵심은 생성형 AI서비스를 적용한 챗GPT의 유료버전을 KB증권의 AI기술과 접목했다는 점이다. 온라인에 퍼져있는 각종 정보들을 KB증권이 자체 개발한 데이터 수집 및 요약기능에 적용하면 챗GPT가 명령어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요약해 투자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실제 STOCK AI서비스를 사용해 본 결과 종목 정보부터 시장관련 이슈, 현재 금융당국이 진행하고 있는 자본시장 정책에 대한 최신 정보도 단순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투자자가 직접 질문할 수도 있지만 STOCK AI를 주요 이슈들을 공부할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KB증권은 자체적으로 적용한 기술을 통해 투자자가 검색한 내용의 연장선에서 추가적인 질문이 자동으로 뜨게끔 AI서비스 기능을 강화했다. 가령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가가 얼마냐고 물어보면 실제 주가 현황에 대해 STOCK AI가 답변한 뒤 바로 삼성전자 관련 질문(목표주가가 상향된 이유, 삼성전자 관련 타 종목에 대한 정보 등)이 자동으로 나타나는 방식이다.
또 투자자는 STOCK AI로부터 받은 답변의 출처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답변 하단에 연결되어 있는 링크 버튼을 누르면 STOCK AI가 정보를 수집한 원천 데이터(언론사 뉴스 등)를 바로 확인해 정보가 정확한지 여부를 팩트체크 할 수 있다.
STOCK AI 주 고객층, MZ세대 될 것
STOCK AI는 지난 3월 22일부터 KB증권의 MTS 중 하나인 마블미니(M-able mini)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기본 MTS인 마블은 주식부터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선물옵션 등 다양한 투자상품 거래가 가능하지만 마블미니는 국내 및 미국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등 일부 투자상품만 거래 가능하다. 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들만 압축적으로 모아 놓은 MTS인 셈이다.
KB증권이 마블보다 마블미니에 STOCK AI서비스를 먼저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윤길웅 리더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포티(young forty·젊은 척하는 40대) 등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마블미니를 더 많이 사용한다"며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UI·UX(사용자 환경·경험)를 갖춘 만큼 마블미니에서 먼저 STOCK AI를 선보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KB증권 마블미니 MTS의 이용 고객 수는 16만명(모바일 인덱스 기준) 정도다. 이 들 중 상당수는 MZ 등 젊은세대이고 주로 여성들이 많이 포진해있다. 윤 리더는 "실제 마블미니 사용자의 연령대가 마블보다 낮고 여성 비율 높다"며 "사용환경이 아기자기한 면이 있어 젊은 세대의 이용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은 장기적으로 5~10만명 정도가 STOCK AI를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5월에는 맥북이나 태블릿PC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마블 와이드(WTS)에도 STOCK AI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윤 리더는 "공교롭게도 챗GPT는 PC버전이 먼저 나오고 나중에 모바일 버전이 나왔지만 STOCK AI는 모바일 버전이 먼저 나오고 PC버전이 나중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STOCK AI, 어디까지 발전할까
STOCK AI는 기존 챗봇 서비스보다는 훨씬 정교하고 고도화된 답변을 할 수 있다. 다만 생성형AI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STOCK AI도 가지고 있다. 생성형 AI도 오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STOCK AI가 답변하는 내용들이 항상 투자가가 원하는 질문에 맞는 대답만 정확하게 한다는 보장은 없다.
윤길웅 리더는 "금융사의 AI서비스는 특히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며 "STOCK AI를 개발할 때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즉 AI가 잘못된 정보를 생성해 내는 환각현상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 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생성형 AI는 할루시네이션을 100% 없앴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점차 시간이 갈수록 기능이 나아질 것이고 현재 STOCK AI는 할루시네이션을 최대한 제거하고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고객들이 보기에 전혀 이상한 대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향후 STOCK AI가 발전해 나갈 방향성도 무궁무진하다.
윤 리더는 "지금은 STOCK AI가 대체로 언론 기사를 위주로 답변을 하고 있지만 기업 재무제표나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리포트 등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많다"며 "답변 퀄리티를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STOCK AI가 고객의 포토폴리오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특정 종목이 오를 것이라고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직까지는 어렵다. 고객데이터 사용에 따른 개인정보문제가 관건이다. 종목을 추천하는 기능도 향후 주가가 떨어질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를 명확하게 정하기 어렵다.
윤 리더는 "개인 자산관련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서비스를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영역이기 때문에 아직은 조심스럽다"며 "투자권유 행위도 규제문제이기 때문에 개별 증권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은 STOCK AI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용 고객이 늘수록 KB증권이 부담하는 비용은 늘어난다는 점이다. STOCK AI가 챗GPT의 유료버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KB증권은 아직까지는 STOCK AI를 유료로 전환하는 것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
윤길웅 리더는 "보통 챗GPT 유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곳에선 고객들의 이용 횟수를 10회로 제한하는데 저희는 50회로 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이용할수록 비용이 늘어나지만 저희는 고객들이 충분히 질문하고 충분히 피드백을 주고 실제로 도움 받으실 수 있도록 STOCK AI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