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AX 인사이트]
미래·NH·키움 등 AI 전담 조직 신설
하반기 퇴직연금시장서도 활용 가능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금융투자업계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사들은 AI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가장 적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자산관리(WM) 부문이다. 대표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종목을 추천해주거나 포트폴리오를 대신 짜주는 서비스다. 투자자들에게 AI가 요약, 정리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인기다.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AI 알고리즘을 생성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곳도 있고,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손을 잡아 시장 선점에 나선 곳도 많아졌다. 앞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 AI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올 하반기부터 로봇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퇴직연금 투자일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AI 전담 조직 꾸리는 증권사들
금융투자업계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7월 AI솔루션본부를 신설했다. AI솔루션본부는 AI 개발 및 서비스를 총괄한다. 보통 TF나 부서 단위가 AI사업을 맡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AI솔루션본부는 AI전문가를 포함해 1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계속해서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AI솔루션 본부가 맡은 미션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핵심 인프라의 한 축은 머신러닝오퍼레이션(MLOps) 플랫폼이다. 본부는 AI 모델에 대해 효율적인 학습과 테스트 과정을 거쳐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축 중이다.
또 다른 한 축은 실시간 데이터 플랫폼이다. 트레이더들에게 주가 데이터와 뉴스 등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해 주식, 채권 등 트레이딩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전날 해외증시와 투자정보를 요약, 번역해주는 기능을 비롯해 퀀트 모델을 활용해 시장을 분석하고 당국이나 시장전문가 코멘트를 해석해주는 기능이 담길 예정이다.
AI솔루션본부를 이끄는 주세민 상무는 "회사 내 가장 뛰어난 개발자들이 모여 사내 AI 스타트업 같은 분위기로 일하고 있다"며 "현업부서와 긴밀한 소통으로 세상에 없는 AI서비스 개발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AI솔루션 본부가 인프라를 개발한다면, AI자산관리솔루션팀은 투자자들에게 AI를 활용한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 투자성향과 시장상황에 맞춰 보유종목의 시세, 관심 종목 리포트, 글로벌 투자 자료를 제공하는 'AI 투자비서' △미국 기업의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내용을 요약·번역하는 '어닝콜 읽어주는 AI' △수익률이 높은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알려주는 '초고수의 선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WM 디지털사업부 산하 빅데이터센터와 디지털플랫폼본부 내 AI솔루션부에서 AI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빅데이터센터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AI기술 내재화를 담당한다.
AI솔루션부는 로보어드바이저 및 생성형 AI 기반의 서비스 기획하는 부서다. AI기술에 대해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뒤, 이를 토대로 'GPT뉴스레터', '종목탐험'이란 고객 서비스를 런칭했다. 이 외에도 대고객 서비스인 '종목탐험', 내부직원 서비스인 '마켓플레이어 뉴스레터' 등 서비스를 개시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전략기획부문 산하 AI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전환)팀을 신설했다. 자산관리와 금융상품 투자 플랫폼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생성형AI 기술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답변 생성, 종합적인 정보 분석을 제공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이달 AI솔루션 부서를 새롭게 신설했다. 현재는 두물머리와 제휴해 체험판 서비스인 'AI 투자메이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고객과 실무진을 대상으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방침이다.
"AI비서가 추천하는 상품 어때요?"
한국투자증권에서는 AI만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두지 않고, 디지털혁신부가 지원하는 형태다.
한국투자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가 랩 상품을 추천해주는 'MY AI'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투자자의 개인정보 및 투자성향·투자계획·소득정보을 바탕으로 약 1억3000만번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뒤, 랩 상품을 추천해준다. 추천 대상은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것으로 코스콤 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한 상품들이다.
리서치센터에서는 '에어'(AIR· AI Research)라는 서비스를 도입해 활용 중이다. 이는 2020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인공지능 리서치 서비스다. 최근 주가 추이, 재무 상황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비롯해 성장성과 수익성, 배당 수준, 동일 업종 내 비교 등 정보를 정리해 준다.
KB증권에는 디지털 전략부에서 AI 관련 사업을 컨트롤한다. 이 부서에선 작년 10월 비대면 랩 'KB AI 모아'를 내놨다. 고객 투자성향 분류 기준에 따라 맞춤식 투자엔진을 제공하고 투자자가 설정한 목표에 맞춰 자산을 운용한다는 콘셉트다.
삼성증권은 '로보굴링'이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다. 투자목표와 투자기간을 설정하면 국내주식, 해외주식, 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투자자는 특정 테마와 연관성이 높은 종목들을 추천받은 후 편입여부와 수량을 정해 투자할 수 있다.
하나증권은 자체 개발한 국내 시황 예측 모델 등을 활용한 '하나로 연결랩'을 운용 중이다. AI, 반도체 등 성장주와 자산가치가 높은 가치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글로벌 자산을 담은 ETF를 분산 투자하는 '로보랩'을 포함해 '더 원 AI스퀘어랩', '4차산업 1등주랩'도 운용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21년부터 자체개발 로보어드바이저 '키우GO'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상품인 키우GO-멀티전략형(혼합자산 달러)의 수익률은 최근 1년 기준 17.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퇴직연금도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가능
독자적으로 AI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곳도 있지만, 로보어드바이저와 제휴를 맺은 곳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해외주식 실시간 번역·요약 서비스를 출시했다.
NH투자증권은 콴텍과 제휴를 맺는 동시에 90억원을 지분 투자했다. 콴텍과의 제휴를 통해 로봇알고리즘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밖에 업라이즈투자자문과도 제휴를 맺고 있다.
KB증권은 디셈버앤컴퍼니, 파운트, 쿼터백, 콴텍, 업라이즈 등 8개사와 제휴를 맺었다. 하나증권도 콴텍, 디셈버와 손을 잡았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콴텍과 제휴를 맺고 있으며 다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의 협업을 추진 중이다. SK증권은 업라이즈투자자문과 제휴를 맺고 있다.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와 손을 잡는 이유 중 하나는 퇴직연금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7월 퇴직연금에 대해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서비스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증권사들은 코스콤 테스트베드 심사를 거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퇴직연금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신청해 둔 상태다.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콤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상품은 2017년 8월 5825개에서 2024년 4월 기준 30만9506개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일임, 자문, 추천 등 운용규모는 115억9000만원에서 8244억4000만원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