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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 심사에서 보험사기 방지까지…AI, 설계사 지원까지 '톡톡'

  • 2024.07.05(금) 10:09

연중 기획 [AX 인사이트]
보험업계 AI 활용 영역 전방위 확장
AI 챗봇에서 보험금 청구서류 판단까지
해외선 생성형 AI로 잠재 고객 추천도

사람과 종이 위주의 인지(人紙) 산업으로 불리던 보험업계가 고객 서비스는 물론 인수심사, 보험금 지급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며 혁신을 가속화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온라인화가 사회 전체에 확산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이 편리함과 신속성을 갖춘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데 따른 것이다. AI 기술은 업무 효율성 강화 및 비즈니스 혁신을 목표로 보험사에 적용돼 미래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보험산업의 AI 시대는 이미 활짝 열렸다. 현재 대표적인 AI 활용 방안은 △AI 보험계약 청약·심사 △광학문자인식(OCR) 등 AI 기반 보험금 청구 접수·지급 △AI 챗봇·음성봇 △보험사기 예측 시스템 등이다. 계약심사 등 보험업 핵심업무에서 고객 서비스까지 AI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AI를 통해 업무절차를 자동화하고, 고객과의 소통에 신속하고 만족스러운 대응을 제시해 보다 나은 보험 소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AI 활용 박차 가하는 보험사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반가운 건 AI를 통한 보험금 청구·지급 서비스 강화다. 한화생명은 2021년 업계 처음으로 AI OCR 기술을 실손보험금 접수·지급에 활용했다. 진료비 영수증, 세부 내역서, 처방전 등 보험 청구서류를 AI가 인식한 뒤 스스로 판독한다. 도입 당시 한 달간 일 평균 약 8000건의 서류 인식 테스트를 거쳤다. 그 결과 병원 진료비 영수증 인식률이 16%에서 76%로 5배가량 향상됐다. 실손보험금 청구서류 접수가 더 빠르게 처리돼 보험금 지급기일을 단축할 수 있었다는 게 한화생명 측 설명이다. 

이미 업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AI 챗봇(채팅 로봇) 기능도 반길 만하다. KB손해보험 '콜봇'이 대표적이다. 콜봇은 음성인식기술(STT, Speech to Text)과 음성합성기술(TTS, Test to Speech)을 결합해 채팅이 아닌 음성으로 신속한 상담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손보업계 최초로 AI 기술이 적용된 콜봇으로 365일 24시간 이용 가능한 '자동차 고장출동 서비스'를 선보였다. KB손보 관계자는 "고객의 출동 서비스 의도를 파악하고 GPS 기반의 위치를 제공받아 일반도로뿐 아니라 고속도로까지 쉽고 빠른 접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험사 AI 인공지능 활용 예시/그래픽=비즈워치

갈수록 지능화·조직화하는 보험사기 방지에도 AI가 활용된다. 대부분 대형 보험사는 자체 AI기술을 활용한 보험사기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AI가 보험금 청구 내역을 분석해 사기 여부를 가려낼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사기 공모를 미리 알아내기도 한다. 삼성화재는 보험사기방지시스템인 'IFDS(Insurance Fraud Detection System)'에 사전탐지 예측 기능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에 고객 정보를 입력하면 기존 사고 이력을 바탕으로 보험사기 위험군인지 여부가 가려진다. 주로 쓰는 사기 수법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난 1월까지 약 6~7개월 만에 총 63건, 액수로 따지면 33억1000만원 규모의 보험사기를 적발했다는 게 삼성화재 설명이다.

AI는 보험업 종사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맞춤형 보험 설계와 사전 인수심사 업무를 돕는 'AI 비서'를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작년 6월 첫 도입된 이후 월 6000명의 설계사가 10만명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AI비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보험설계사가 AI비서 활용에 동의한 고객에 대해 기존 가입 상품의 보장을 분석해 가입 설계 내용을 정할 수 있다. 이후엔 고객의 사고 정보 등을 확인해 미리 인수심사를 하고 그 결과를 제공한다.

최근 신한라이프는 업계 첫 생성형 AI 적용 영업지원플랫폼을 오픈했다. 이른바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와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키는 AI를 의미한다. 신한라이프는 영업지원플랫폼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스마티(SMART와 AI의 합성어)' 서비스를 탑재했다. AI설계사 '스마티'는 고객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유형별, 생애주기별 위험요인이나 관리방안을 생성해 고객과 설계사에게 제공한다. 또 고객의 보장현황을 분석해 최적화된 담보로 구성된 상품을 자동 추천하고 설계까지 원스톱으로 진행시킨다.▷관련기사 : 신한라이프, 생성형 AI적용 영업지원플랫폼…경쟁력 '업'(6월14일)

"생성형 AI 활용법 고민해야"

해외에선 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질병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위험관리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한 일본 보험산업은 사후보장보다 사전예방으로 그 역할이 변경됐다. 이에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 솜포히마와리생명 등은 일본 통신사 NTT 커뮤니케이션즈와 합작해 AI로 인지기능 상태를 측정하는 앱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인지기능이 정상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정한다.

/자료=보험개발원

일본 동경해상일동 등은 AI를 신속한 자동차보험 손해사정 및 보험금 지급에 활용하고 있다. AI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판정 기간은 길게는 1~2주다. 단순 사고는 며칠 내 판정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해외 보험사들은 다양한 생성형 AI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보험사 클리어커버는 특정 잠재 고객이 실제 고객이 될 수 있을지 판단해 설계사에게 알려준다. 미국 보험사 리버티뮤추얼은 AI로 교통사고 수리비를 산출한다.

보험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국내 보험사들이 관련 시장 성장에 주목하고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보험연구원은 전 세계 보험산업에서 생성형 AI가 차지하는 시장 규모가 2022년 3억달러에서 2032년 55억달러로 18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손재희 연구위원은 "생성형 AI로 비정형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짐에 따라 이전부터 보험이 보장해 온 위험측정, 심사 및 상품개발 모델을 고도화하고 새롭게 발생하는 위험도 평가·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