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AX 인사이트]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최훈 이사 인터뷰
B2B로 AI 시장 공략…1000억원 투자유치
조력자 하나금융·SKT…스타트업 '가려운 곳' 긁어줘
'자비스', '영실이', '빅스비', '시리'
우리 생활을 도와주는 인공지능(AI) 비서들의 이름이다. '자비스'(아이언맨)와 '영실이'(지배종)처럼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 상상속에서만 등장하던것이 '빅스비'와 '시리'처럼 이제는 현실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화룡정점은 지난 2022년 말에 찍혔다. 오픈AI가 내놓은 CHAT GPT가 훌륭한 완성도로 AI 활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올해들어서는 AI가 단순 학습한 내용에서 답을 단순 분석하고 보기좋게 건내주는 것을 넘어 답을 직접 창조해내는 '생성형 AI'가 눈부시게 발전하는 모습이다.
현실에서 주목받는 AI서비스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거대한 '자본'을 업고 탄생했다. 소위 '대기업'의 엄청난 투자를 바탕으로 탄생했다는 얘기다. 시쳇말로 금수저인 셈이다.
'금수저' AI들이 큰 틀에서 우리 삶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고 있다면, 더 적은 범위에서 적용되지만 '맞춤형'으로 인공지능을 뿌리내리는 곳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스타트업이 주도한다. 인공지능 전환(AX)의 최전선에 있는 곳은 스타트업들이라는 얘기다. 국내를 대표하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업스테이지를 만나봤다.
인공지능, AI 비서만 있는건 아니다
AI가 불러올 변화를 떠올리면 가장 흔하게 생각하는 것이 AI 비서다. 이미 휴대전화를 통해 익숙하고 친숙해진 '빅스비'와 '시리'처럼. 2022년부터 각광받고 있는 오픈AI의 CHAT GPT역시 챗봇 방식을 빌려 사용자가 원하는 답, 예컨데 학교 숙제 같은 것을 정확하게 해준다고 한 것이 입소문이 난 것이 대표적이다.
업스테이지의 주력 AI서비스는 이러한 '비서'들과는 사뭇 다르다. B2C가 아닌 B2B에 초점을 맞춰서다. 현재 업스테이지가 제공하는 핵심 AI서비스 '솔라'는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더 쉽고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기업들은 일찌감치 '자동화'에 목을 메 왔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라고 칭할 수 있는 자동화 기능은 지난 2018년 이후로 기업들이 사용처를 늘리고 있다. 쉽고 빠르게 일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차원이다.
업스테이지의 서비스는 이러한 RPA를 한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최훈 업스테이지 사업개발 이사는 "RPA는 일률적으로 진행되는 업무에 한해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업스테이지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때그때 요구되는 자료를 추가로 인공지능이 분석해 근로자의 능률을 향상시켜준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스테이지의 무기는 OCR(광학문자인식)기술이라고 소개한다. 컴퓨터가 이미지로 돼 있는 글자를 텍스트로 바꿔주는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인공지능이 수만장의 문서를 한번에 텍스트로 바꾸고 이를 '데이터 화' 한다. 이를 '솔라'에 대입하면 시너지는 극대화 된다. 각 기업에서 사용하는 문서화 된 서식을 직접 눈(카메라 등)으로 보고 학습해 결과를 내놓는다는 얘기다.
최훈 이사는 "업스테이지의 AI서비스 등은 특히 금융, 법률 분야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정도 받고 있다. 업스테이지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아울러 올해 초에는 미국 법인까지 설립하며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X를 위해 넘어야 할 것들
AI기술 확산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업스테이지는 모든 AI 관련 기업들이 하는 고민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윤리, 보안 등의 문제다. CHAT GPT가 사용자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사용기부터 한 기업의 대외비 데이터가 AI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과정에서 유출된 사고 등이 대표적인 윤리문제다.
최훈 이사는 이에 대해 AI에 기대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AI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의사결정에 까지 관여할 수 있겠으나 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의사결정의 도우미로만 사용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AI는 '도우미'일뿐 결정을 대신 내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또다른 걸림돌인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꼽았다. 지금까지 업스테이지가 제공하는 AI서비스에서 보안 문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혹시나 발생가능한 모든 변수를 찾고 있다는 게 최 이사의 설명이다.
의외의 복병도 있다. 바로 '사람'이다. 최 이사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인공지능 '스카이넷'을 떠올리며 인공지능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라며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는것도 과제"라고 꼽았다.
숨은 조력자 하나금융
사실 업스테이지엔 숨은 조력자가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은 지난해 인공지능 분야의 스타트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AI LAB'을 개소했다. 업스테이지 역시 AI LAB 참여기업으로 선정, 두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날 인터뷰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 마련된 'AI LAB'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AI LAB에서는 사무공간 대여 뿐만 아니라 사업 멘토링, 하나금융지주와 SKT와의 사업협력 기회, 외부 IR, 벤처캐피탈 투자 검토 등 스타트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는 곳을 핀셋처럼 지원한다. 두 그룹 모두 AI를 미래 핵심 먹거리로 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후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최 이사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스타트업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들을 지원한다"라며 "비슷한 프로그램에 매년 수백개의 기업들이 신청을 낼 정도로 인기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하나금융지주가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AI 생태계 스케일업의 일환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자사의 AI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AI스타트업 들이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보고 파트너 SK텔레콤과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AX로의 대전환을 위한 AI경쟁력은 이처럼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