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리대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대상은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수입돼 판매된 56개사, 896개 품목이다. 올해 5월말 현재 국내 유통이 허가돼 있는 전체 생리대(1534종)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식약처는 이르면 9월말까지 우선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 가량을 선택해 생리대 제품에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 어느정도 유해한지를 검사한다는 계획이다. 조사대상 후발성유기화합물 성분은 28~29일 양일간 전문가 자문을 거쳐 결정짓기로 했다. 28일에는 독성 전문가 회의를 열어 조사성분 VOCs 10여종을 결정하고, 29일 식약처 법조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포함해 검사방법을 최종 결정짓는다.
전수조사를 마치는대로 해당 성분이 생리대에서 검출된 원인 규명도 추진하기로 했다. 접착제, 향, 부직포 등 다양한 원료가 원인으로 거론되는만큼 이들중 어떤 원료가 생리대 내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유발하고, 이것이 인체에 실제 얼마만큼 유해한지를 따지는 작업이다.
이는 식약처가 지난해 10월부터 실시중인 휘발성유기화합물 86종·농약14종 조사와 병행된다. 당초 식약처는 생리대에 함유된 104종 성분의 위해평가 연구기간을 1년 가량으로 잡아 올 11월쯤 끝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우선 10가지 성분을 정해 주요하게 판매되는 생리대 896품목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식약처가 생리대 안전성과 관련해 진행하고 있거나 예정인 조사나 검사가 6가지에 달해 감당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 파문과 관계없이 추진중이던 ▲생리대 53개품목 정기 품질조사(9월) ▲유해물질 104종 위해평가(11월) 2가지에 더해 ▲5대 제조사(깨끗한나라·유한킴벌리·LG유니참·한국P&G·웰크론헬스케어) 제조공정 현장조사 ▲생리대 896품목 VOCs 10여종 함유조사(9월) ▲VOCs 10여종 위해평가 ▲어린이 및 성인용 기저귀 안전성 검사가 추가됐다.
◇ "왜 우리만 문제냐, 모든 제품 공개하라"..제조사-시민단체 갈등
식약처 조사가 예정된 가운데, 이번 생리대 파문 과정에서 집중포화를 맞은 '릴리안' 제조사인 깨끗한나라가 "우리 회사 제품만 문제있는 것처럼 공개돼 피해를 입고 있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3월 10개품목에 대해 유해물질 조사를 의뢰했는데, 자사제품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공개됐다"며 "10개제품 모두 조사결과가 공개되지 않으면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깨끗한나라는 28일 입장자료에서 "3월 시험의 공정성과 순수성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들의 불안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나머지 9개 제품명을 조속히 공개해달라"고 밝혔다. 릴리안의 경우, 연구를 직접 수행한 연구팀쪽에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제품명이 공개됐다.(아래 표 참조)
이에 대해 여성환경연대는 "생리대 위해성의 문제는 릴리안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릴리안이 거론된 것은 유감이나 우리는 애초에 특정 제품명을 밝힐 계획이 없었고 그런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지난 3월 생리대의 유해성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업체들과 생리대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개선해나가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며 "식약처에서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 생리대 제조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식약처 전수조사대상에도 오르지 않았다"면서 "자체점검 결과 휘발성유기화합물질을 유발할만한 접착제라든지 원료가 들어가 있는게 없다고 확인했지만, 또 다시 어떤 원료로 불똥이 튈지몰라 시시각각 모니터링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생리대 제조사 관계자는 "식약처 조사결과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결과가 빨리 나와서 사태가 안정이 되길 바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