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자랑거리에서 오히려 걱정거리가 돼 버렸다. 구성원들이 뼈를 깎는 개혁과 혁신을 추진해 공항 운영체계 전반에 걸쳐 누적된 문제점을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2016년 2월 비상경영 선포식)
2년 전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당시 수하물 사고와 밀입국 등으로 공사의 운영체계가 허술하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다. 정 사장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개혁과 혁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잠잠하나 싶던 공사가 최근 다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해외에서 산 명품을 밀반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사가 관리하는 공항 상주직원 통로의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엔 제1 여객터미널 면세점 입찰 과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롯데면세점의 탈락을 두고서다. 공사가 사업권을 중도 반납한 롯데면세점에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분석과 함께 심사의 공정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공사는 즉각 반박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했으며, 근거 없는 루머엔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가 이번 입찰에서 최고가를 써낸 것은 맞지만 다른 평가 항목인 사업제안서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관련 기사 ☞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또 '뒷말'…누가 유리할까
사실 이번 입찰에서 롯데의 탈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번 입찰 자체가 롯데의 사업권 반납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롯데는 앞선 사업자 선정 당시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사업권을 따냈지만 사드 여파로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고민 끝에 철수를 결정했다. 더는 영업을 못 하겠다면서 빠진 자리에 롯데가 다시 들어가는 건 모양새부터 좋지 않았다.
공사가 이번 입찰 공고를 내면서 '면세점 운영 중도 해지 경력'에 감점을 주겠다고 공식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감점의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감점이 이번 입찰의 등락을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대부분의 예상이었다.
그런데도 이번 입찰 과정이 계속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번 입찰은 각 업체가 제시한 가격을 제외하면 '깜깜이 심사'로 이뤄졌다. 롯데는 호텔신라보다 800억원을 더 써내면서 가격평가에서 10점가량 앞섰지만 사업평가에서 크게 밀리면서 결국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사업평가 중 어떤 대목에서 얼마나 밀렸는지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국내 1위 면세점 사업자로 800억원을 더 써낸 롯데가 사업평가에서 큰 점수 차이로 밀렸다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사는 면제점 중도 해지 경력이 얼마나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신세계 역시 과거 김해공항에서 중도 해지 이력이 있어 똑같이 감점을 받았을 텐데도 롯데를 제치고 1차 관문을 통과했다. 그러자 롯데와 신세계의 감점 정도가 달랐다거나 신세계는 아예 감점을 받지 않은 게 아니냐는 '설'만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번 입찰 심사를 진행한 심사위원회의 구성도 입길에 오른다. 공사는 내부 규정에 따라 심사위를 공사 직원 7명과 외부 위원 5명으로 구성했다. 공사의 입맛에 따라 심사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시내면세점의 경우 관세청의 점수 조작 등이 드러난 이후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심사위원 25명을 전원 민간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공정성 시비로 관세청은 이미 폐기한 '과거 방식'을 공사는 계속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그간 면세점 심사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불거진 건 '깜깜이 심사'와 '심사위원 구성'이었는데 공사는 이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입찰을 진행하면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정일영 사장이 2년 전 "뼈를 깎는 심정으로" 공언한 "누적된 문제점"이 아직도 신속하게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쌓여 있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