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가 1차 관문을 통과하면서 관세청의 최종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1위 롯데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고도 탈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과 함께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인천공항이 이번에 내놓은 2개 사업권의 향방에 따라 면세점 업계의 구도도 요동칠 전망이다. 호텔신라가 사업권을 모두 따낼 경우 롯데를 바짝 추격하게 되고, 반대로 신세계가 승기를 잡으면 신라가 쫓기는 신세가 된다.
◇ 최고가 써낸 롯데 탈락…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31일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T1) 2개 구역 면세점 사업자 최종 후보로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를 선정했다. 두 업체는 2개 사업권에서 각각 복수사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입찰에서는 '중복 낙찰'이 허용된 만큼 관세청의 최종 판단에 따라 한 업체가 2개 사업권을 모두 따낼 가능성이 남아 있다. 관련 기사 ☞ 인천공항 T1면세점, 신라·신세계 2파전…롯데 '탈락'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면세점이 써낸 가격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입찰로 나온 DF1과 DF5 사업권 모두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다. 최종 후보로 오른 신라와 비교하면 각각 600억원, 200억원가량 더 많았다.
이번 입찰은 사업평가(60%)와 입찰가격평가(40%)로 이뤄졌다. 가격으로만 따지면 롯데가 입찰평가에서 신라를 10점 가까이 앞섰다. 뒤집어보면 신라가 사업평가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롯데를 따돌렸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신세계 역시 예상 밖의 통 큰 배팅을 하면서 롯데와 큰 차이 없는 가격을 써냈다. 가격평가에서는 신라에 크게 앞서고 있는 셈이다. 결국 남은 관건은 가격 부문에서 열세인 신라가 사업평가에서 신세계를 얼마나 앞서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 신라, 사업계획 평가 점수에 '촉각'
롯데가 탈락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면세점 운영 중도 해지 경력'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앞서 이번 입찰을 공고하면서 중도해지 이력이 있는 사업자엔 감점을 주겠다고 공식화했다. 특히 이번에 나온 사업권 자체가 롯데가 '포기'한 것이어서 롯데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다만 인천공항공사는 구체적인 감점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김해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한 경력이 있는 신세계 역시 감점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신세계가 철수한 점포의 경우 롯데가 포기한 사업장에 비해 규모가 작고, 김해공항은 인천공항공사가 아닌 한국공항공사의 관할이어서 감점이 작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선 일단 신세계가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라가 사업계획 평가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기보다는 롯데의 페널티가 워낙 컸던 탓에 순위가 엇갈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신세계가 큰 페널티를 받지 않는 한 가격에서 이미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반면 신라 측은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는 아니라는 견해다. 신라가 과거 사업권을 따냈던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도 낮은 가격을 써냈지만 최종 승자가 됐던 만큼 이번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신라가 써낸 가격도 인천공항이 제시한 최소보장액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결코 적은 가격이 아니다"며 "홍콩을 비롯한 싱가포르와 인천 등 대표적인 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의 경우 단순히 가격보다는 사업계획이 중요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의 향후 행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롯데면세점은 높은 금액을 제시하고도 복수후보자조차 오르지 못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롯데는 이번 입찰 사업평가에 대한 세부평가 점수 공개 청구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서도 불투명한 평가 절차가 논란을 부르고 있는 것 같다"며 "롯데가 강경하게 나온다면 관세청이 최종 낙찰을 하면서 평가 과정의 공정성 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최종 낙찰 결과에 따라 면세점 업계의 점유율은 요동치게 된다. 신라가 두 개 사업권을 모두 따낼 경우 점유율은 2017년 기준 24%가량에서 30%로 껑충 뛴다. 업계 1위 롯데의 점유율은 42%에서 36%로 떨어진다. 신세계가 두 곳에서 모두 승기를 잡으면 점유율이 13%에서 19%로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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