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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유통 빅3, '터널의 끝'은 언제쯤

  • 2020.08.21(금) 16:46

실적 추락에도 "이만하면 선방…곧 개선될 것" 희망
온라인에 주도권 뺏기도 코로나19까지…터널의 끝은?

"올해 2분기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은 실적 회복세를 보였고, 백화점과 홈쇼핑은 하반기에도 꾸준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

"이마트 할인점 실적이 2019년 -3.4%에서 지난 1분기 -2.4%, 2분기 -1.2%로 개선되고 있다." (이마트)

"면세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61억원으로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신세계)

국내 유통 업계 '빅3'인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2분기 실적을 내놨습니다. 예상대로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세 업체의 매출은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했고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큰 폭으로 쪼그라들거나 아예 적자전환했습니다. 

유통 빅3의 실적이 악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선 국내 유통 시장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쏠리면서 전반적으로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의 실적은 하락했습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엎친 데 덥친 격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들은 이런 실적을 내놓으면서 다소 의외의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하긴 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래도 '선방'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더해 올해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담기도 했습니다.

우선 롯데쇼핑을 볼까요. 롯데쇼핑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4조 4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줄었습니다.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98.5% 감소했습니다. 

그런데도 롯데쇼핑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롯데쇼핑의 주력 사업 부문인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보다는 실적이 악화했지만 올해 1분기보다는 다소 나아졌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년보다 실적이 되레 좋아진 하이마트와 홈쇼핑에도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신세계그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마트의 경우 할인점(대형마트) 실적이 여전히 하락세를 나타냈는데요. 하지만 이마트 측에서는 실적 둔화 속도가 줄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마트 할인점의 기존점 신장률이 지난 2019년 -3.5%에서 지난 1분기 -2.4%, 2분기 -1.2%로 하락세가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신세계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신세계백화점의 월별 매출신장률'.

신세계도 2분기 매출 1조 144억원, 영업이익 -431억 원이라는 좋지 않은 실적을 내놨는데요. 신세계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등 면세점을 이용하는 여행객이 사실상 사라진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통상 기업이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때는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곤 합니다. 어떤 기업도 '이번 장사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자백(?)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신 실적의 여러 지표 중에서 그나마 나은 부분을 강조합니다. 아니면 절대적인 수치는 좋지 않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나아지고 있다는 식의 설명을 하기도 하고요. 

이번 실적 발표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있는 그대로 내놨다가는 잿빛 전망이 쏟아질 것을 우려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나마 나은 부분을 강조하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고 보여집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설명을 곁들이는 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할 겁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국내 유통 업계를 주름잡았던 기업들이 이처럼 좋지 않은 실적에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은 무척 안타깝습니다.

다만 이들에 전혀 '희망'이 없는 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들이 강조했던 희망이 단지 부진한 실적을 숨기려는 수식어에서 끝나지 않고 점차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일단 세 기업의 공통적인 주력 사업 부문인 백화점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최근 수년간 하락세를 기록하긴 했지만 더는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실제 3사 모두 2분기 백화점 부분 매출이 전분기보다 증가했고요. 영업이익 역시 선방하는 분위기입니다.

코로나19 정국을 맞아 매출하락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과 면세점의 모습. /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백화점들은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포를 확대해 지역 거점으로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거나 해외 명품과 가전 등 '잘 팔리는' 매장을 더 키우는 등의 변신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온라인에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우선 신세계 그룹의 SSG닷컴의 경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발판 삼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SSG닷컴에서 지난 2분기에 이뤄진 거래 규모는 총 9317억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신장했습니다. 순 매출은 3118억원으로 전년 대비 50.1% 중가했습니다. 특히 기존 대형마트의 강점인 신선식품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이 지난 4월 선보인 '롯데ON'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론칭 초기여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긴 하지만 롯데그룹이 전사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조만간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최근 긴 장마로 일부 신선식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품절 현상이 나타날 경우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의 힘이 발휘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들의 '유통력'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장기간 지속한 장마로 수해가 발생하며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통 채널들의 유통력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올해 상반기와 같은 수요 급증 상황이 나타난다면 이커머스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충분히 수급하기 어려워져 오프라인 유통 채널로 트래픽이 이동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다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나빠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와 현대백화점, 신세계는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을 겁니다. 부단한 '변신'을 통해 반등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들은 그간 우리나라 유통 업계의 발전을 이끌어왔던 기업들입니다. 그런만큼 '터널의 끝'에 빨리 다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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