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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스타트업'에 눈 돌린 까닭

  • 2021.06.22(화) 15:11

기존 방식으론 성장에 한계 절감
리스크 줄이고 신사업 찾기 시도

식품 기업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식품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지속했던 안정성을 추구하는 전략에서 벗어나고 신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시도다. 식품 업계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식품의 특성상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따라서 새로운 도전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에서 벗어나 기존 기업이 공략하기 어려웠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활발해지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계 넘나드는 투자 이어져

CJ제일제당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프론티어 랩스'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에 초기 자금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단체) '스파크랩'과 함께 뛰어난 기술·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선발한다. CJ제일제당은 선정된 스타트업에 5000만~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이에 앞서 지난 3월 식품 전략기획실 산하에 사내벤처캐피탈 ‘뉴 프론티어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롯데그룹도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미래식단' 1기에 참여할 스타트업 6곳을 선발했다. 3D프린터로 고급 배양육을 만드는 '팡세', 공유 농장 기반의 제철 나물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티' 등이 롯데그룹과 함께하게 됐다. SPC그룹, 농심 등도 스타트업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식품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내역.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성과도 나오고 있다. 롯데푸드는 건강식 당일배송 스타트업 '프레시코드'가 운영하고 있는 1200여 개 오프라인 거점 '프코스팟'에 도시락 7종을 입점시켰다. 이를 통해 신제품의 시장 접근성 및 배송 역량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SPC삼립은 2017년 세운 '프레시푸드팩토리'에서 식물성 계란 시장에서 주목받은 스타트업 '저스트'의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식품 시장을 넘어선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스페이스리버'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에 앞서 공유오피스 사업을 진행하는 '더벤처스', 리빙테크기업 '이디연', 스포츠 퀴즈 운영사 '데브헤드' 등 이종(異種) 산업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안정적 모험'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

식품 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는 사업 방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식품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안정적 환경에서 점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전략에 익숙하다. 이는 트렌드에 큰 변화가 없고, 성장하는 시장에서는 효과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시장 트렌드가 급변하고 신시장이 떠오르는 상황에서는 대응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밀키트와 수제맥주 시장이다. 이들 시장은 현재 프레시지와 제주맥주가 기성 식품 기업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프레시지는 지난해 창립 5년만에 매출 1000억원의 벽을 넘어섰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의 유행과 함께 '테슬라 요건'을 충족시킬 만큼의 성장을 이루며 상장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은 '파격적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프레시지는 SNS에서 인기를 끄는 음식을 한 달 만에 제품화할 만큼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가지고 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적자를 감수하고 제조 시설에 적극 투자해 인프라를 갖췄다. 제주맥주 역시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생산 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프레시지와 제주맥주 등 식품 스타트업은 과감한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기성 식품 기업은 이와 같은 공격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밀키트와 수제맥주 시장은 오래 전부터 유망 시장으로 꼽혀온 분야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소품종 대량 생산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식품 기업들이 시장에 대응하려면 생산 프로세스를 바꿔야 했다. 주력 소비자들이 마니아층이어서 시장 성장성도 확실치 않았다. 밀키트와 수제맥주에 대한 투자는 모험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시장 공략 시도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가 생겼다. 일본 맥주를 국산 수제맥주가 대체했다. 고품질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밀키트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사전 준비가 잘 돼있었던 제주맥주와 프레시지가 시장의 대부분을 흡수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식품 기업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와 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드테크 기업 중 상당수는 친환경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일례로 식물성 육류 및 세포 배양으로 만든 육류(배양육) 등을 활용한 분야에서는 기성 식품 기업 이상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식품 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면 신사업이라는 실리와 ESG라는 명분 모두를 챙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기업은 안정적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온 만큼 보수적 문화를 가질 수밖에 없다. 도전적 시도보다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어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스타트업에 미리 투자해 둔다면 신사업 리스크를 사전에 방어하면서도 신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앞으로도 스타트업을 찾는 식품 기업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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