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인테리어 시장 1위 기업 한샘의 주인이 바뀐다. 51년 전 7평 규모 부엌가구 전문점을 업계 선두로 키워낸 조창걸 명예회장은 승계 대신 매각을 선택했다. 가구 시장 호황이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이 매각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 명예회장이 고령인데다, 마땅한 후계 구도가 정해지지 않은 내부 사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한샘은 조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전부를 사모펀드 운용사(PEF)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재 조 명예회장 일가는 약 30.19%의 한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 가격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약 2년 전부터 잠재적 매물로 평가받아왔다. 당시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 PEF와 CJ 등 대기업이 인수를 타진했다. 지난해에는신세계, 올해는 현대리바트 등이 인수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매각이 지지부진하던 사이 상황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가구·인테리어의 수요가 급증했다. 주택 가격이 오르며 '영끌'로 집을 매수한 후 오래 거주하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트렌드가 정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구 소매판매액은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섰다.
한샘의 실적도 성장세다. 한샘의 지난해 매출은 2조675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21.7% 성장한 것이자, 역대 최대 매출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3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샘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2% 늘어난 5531억원이었다. IMM PE가 시장과 한샘의 성장세를 높게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기업 승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조 명예회장은 1939년생으로 올해 82세의 고령이다. 슬하 4남매를 뒀지만 외아들은 지난 2012년 사망했다. 남은 세 자매는 각각 1.32%, 0.88%, 0.72%의 한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에는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자들은 2003년생과 2005년생이어서 아직 경영에 참여하기 이르다.
여기에 조 명예회장 역시 적임자가 없다면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한샘은 30년 가까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운영해 왔다. 1994년부터 2019년까지는 최양하 회장이 한샘을 이끌었다. 이후 강승수 회장과 안흥국 사장 체제로 꾸려왔다.
조 명예회장은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 일부를 회사 재단법인 태재재단(구 한샘드뷰연구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2015년 보유 지분 절반인 260만여 주를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총 166만주가 재단에 출연됐다. 나머지 지분은 매각 이후 기부할 예정이다.
한샘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은 회사의 비전과 미래 가치를 인정하는 전략적 비전을 갖춘 투자자 몰색에 집중해 왔고 IMM PE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라 판단했다"며 "최종 계약 체결 여부, 최종 매매대금 등 구체적 매매 조건은 실사 이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