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지난 3분기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런 결과다. 이유는 분명하다. 주력 사업인 화장품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물류 대란이 확산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럭셔리 화장품을 앞세워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는 애국 소비를 권장하는 '궈차오(國潮)' 바람이 불고 있다. 이 탓에 중국에서 K-뷰티의 입지는 불안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외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해외'가 울린 K뷰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2145억원, 영업이익 5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0.5%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5.3% 감소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역시 매출액은 1조10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2% 줄어든 503억원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 전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아울러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그동안 고전했던 면세 시장에서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덕분에 아모레퍼시픽은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63% 끌어올렸다.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 전략을 통해서다. 그러나 해외 사업은 실적이 좋지 않았다. 해외 사업 매출은 3841억원,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2%, 56.6%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이번에도 '포트폴리오의 힘'을 증명했다.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103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4.5% 증가한 3423억원을 기록했다. 생활용품과 식음료 사업은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생활용품 사업매출액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5400억원을 기록했다. 식음료 사업 매출액도 같은 기간 6.1% 증가한 4437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화장품 사업에서는 아쉬운 실적을 거뒀다. 화장품 사업 매출은 1조2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줄었다. 중국의 광군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불거진 물류 대란이 원인이다. 다만 실속은 챙겼다. 화장품 사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2154억원이었다. 럭셔리 화장품과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을 확대했던 것이 주효했다.
'반전' 나섰지만 전망은 '우울'
이들 모두 주력 사업인 화장품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중요한 시장인 중국 시장의 상황이 바뀌면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중국 화장품 매출 비중은 전체 해외 매출에서 각각 70%, 50%를 차지한다.
중국에선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자국 브랜드를 우선시하는 '궈차오'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K뷰티를 이끈 국내 중저가 브랜드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다. 이 탓에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중저가 브랜드를 주력으로 내세웠던 아모레퍼시픽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통해 반격에 나섰다. 럭셔리 화장품을 앞세웠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 이니스프리 매장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는 징동닷컴 등 온라인 채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럭셔리 브랜드 '후'와 '숨', '오휘' 등을 앞세워 중국 시장 내 지배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많다. 중저가 시장에 집중돼 있는 궈차오 열풍이 럭셔리 시장으로도 번질 수 있어서다. 중국은 현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의 재분배를 이유로 사치품 등에 높은 소비세를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설화수와 후 등 럭셔리 브랜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달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라네즈'를 신규 채널 '세포라 앳 콜스'에 입점시키고 설화수의 이커머스 플랫폼 진출을 확대하며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 2019년 '뉴에이본'을 인수, 지난해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을 확보하며 북미 시장에서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이 중국 외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던 만큼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온라인 채널 전환과 함께 설화수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기 위한 노력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다른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