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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터지는 배달앱 전쟁, '유탄'은 어디로

  • 2022.01.13(목) 06:45

수수료체계 정상화 등 수익성 제고 움직임
시장 경쟁 지속중…비용 인상 피할 수 없어
자영업자·소비자 부담 가중…'공멸' 우려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새해 배달앱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쿠팡이츠는 수수료체계를 개편하며 수익 현실화 작업에 들어갔다. 배달앱 시장의 '치킨게임'이 지속되는 가운데 버틸 여력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배달의민족은 라이더들과 배달료체계 개편을 협의했다. 시장 1위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라이더를 확보하기 위한 복안이다. 심지어 시중은행까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면서 장기적인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이를 바라보는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마음은 복잡하다. 배달앱이 자영업의 빠른 성공을 돕고,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긴 했지만 수수료 인상 등에 필요한 비용은 결국 이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멸'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쿠팡 '선제공격'에 셈법 복잡해진 배달의민족

쿠팡이츠는 올해부터 서울권의 수수료체계를 변경했다. 진행중이던 중개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종료했다. 대신 기본 중개수수료를 내리고 수수료 일반형, 배달비 절약형 등 4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입점 업주의 선택에 따라 수수료가 내려갈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일선 업주 사이에서는 거리 등의 변수에 따라 배달비가 오를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쿠팡이츠의 수수료 개편은 일정 영향력을 갖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을 25% 안팎으로 배달의민족·요기요에 이어 시장 3위를 완전히 굳혔다. '배달의 성지'인 강남에서는 쿠팡이츠 점유율이 45%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건배달 등 서비스의 '질'을 앞세우고,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고객을 '록인(Lock-in)'시킨 결과다. 이를 기반으로 출혈경쟁 속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쿠팡이츠는 올해부터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수수료체계를 개편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쿠팡이츠의 이번 결정에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6월 쿠팡이츠에 대응하기 위한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을 론칭했다. 당시 책정한 서비스 비용은 중개수수료 12%, 배달료 6000원이었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프로모션으로 쿠팡이츠와 동일하게 비용을 맞췄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츠가 수수료체계를 바꾼 만큼, 배달의민족도 수수료체계 개편 검토가 불가피한 '판'이 깔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최근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와 배달료 단체협상안을 체결했다. 직선거리로 산정하던 배달료를 내비게이션상 거리 기준으로 변경한 것이 골자다. 실제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라이더에게 지급할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의민족 입장에서는 여기에 투입될 비용을 다른 곳에서 메워야 한다. 결국 수수료개편 또는 광고료 인상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수수료 현실화가 예상되는 이유는

배달앱의 수수료 현실화 작업은 수익성 악화에 따라 불가피하다는 평이다. 배달앱은 타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더 많은 소비자가 플랫폼을 이용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배달비 등에서의 협상력도 커진다. 때문에 일단 시장을 장악해야 했다. 배달앱들이 시장 초기부터 공격적 투자로 선점에 나섰던 이유다. 이 과정에서 배달의민족 등 업계 선두 플랫폼은 어느 정도 흑자 구조를 완성했다.

상황은 2019년 쿠팡이츠의 등장과 함께 바뀌었다. 쿠팡은 이커머스와 비슷한 전략을 배달앱에도 적용했다. '계획된 적자'를 염두에 두고 공격적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매각 이슈로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요기요의 영역을 잠식하며 단숨에 3위 자리를 굳혔다. 배달의민족도 쿠팡이츠에 대응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배달의민족은 2019년 364억원, 2020년 112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500억원대의 적자를 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배달의민족의 배달료 개편은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게다가 배달앱 시장의 경쟁은 올해 더욱 격화될 예정이다. 요기요를 인수한 GS리테일은 편의점 기반 근거리 배송 서비스인 '퀵커머스'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이에 요기요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가 예상된다. 최근에는 은행까지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금융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다. 단기 영향력은 미지수이지만, 경쟁강도를 고려하면 분명한 악재다. 따라서 최소한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개편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장악을 위한 경쟁은 올해도 이어지겠지만 과거처럼 출혈경쟁을 전제한 프로모션이 계속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완화 이후의 시장 정체 등 변수도 있고 투자 여력도 많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경쟁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쿠팡이츠 외의 배달앱들도 수수료체계 개편이나 광고비 인상 등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출혈경쟁 비용 전가 우려에 '공멸' 비판도

일각에서는 배달앱의 수익성 제고 작업이 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 경쟁 초기 배달앱들은 수수료 인상 등의 비용을 자체 처리해 왔다. 다소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시장을 장악하려는 ‘투자’였다. 하지만 경쟁이 길어지면서 결국 자영업자에게 비용이 조금씩 전가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비는 건당 6000원 안팎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연말 조사했던 2020년 평균 배달비 3394원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는 외식물가 인상으로 이어졌다.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별도로 부담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려야만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어서다. 게다카 코로나19에 따른 원가 부담도 높아지며 프랜차이즈업계도 일제히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치킨·햄버거 등 주요 배달음식의 가격은 새해 전후 연이어 올랐다. 이어 최근에는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카페업계의 가격인상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배달료의 급격한 인상은 시장 위축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달앱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2115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3.4%가 배달비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적정 배달비로는 2000원 안팎을 꼽았다. 배달비가 계속 오를 경우 포장 등의 대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섣부른 수익성 개선 작업이 순식간에 배달앱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한다면 비용 부담은 장기적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전 사회의 공통 현상인 만큼 반발도 거세게 나타날 것"이라며 "수익성 제고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지속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소비자는 언제라도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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