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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플라스틱이?""죄송해요"…강남서 배달 다회용기 써봤더니

  • 2022.11.07(월) 06:20

서울시-배달앱 '다회용기' 도입 맞손
실상은 아직 '반쪽'…일회용 더 많아
현재 280여 곳 도입…'쇼' 안 되려면

다회용기로 온 것은 사이드로 시켰던 떡볶이 뿐이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놓고 갑니다"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평소 자취를 하면서 수십 번은 시켰던 배달이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특별하다. 생애 처음으로 '다회용 배달용기'를 선택한 날이다. 이날 저녁을 위해 강남까지 와서 1박을 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문을 열어젖혔다. 하얀 비닐 대신 검은 보냉백이 놓였다. 주문한 '치즈 돈까스'는 잘 담겼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슬며시 보냉백의 지퍼를 내렸다. 

지난 4월 배달앱 4사(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땡겨요)는 서울시와 손잡고 다회용 배달용기를 도입했다. 현재 서울시 관악구, 강남구, 서초구, 광진구 4개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넘치는 일회용품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다. 최소 50㎖에서 최대 2640㎖의 다회용 배달용기에 음식이 담겨온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 말이 사실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다회용 배달용기의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소비자가 다회용기를 집 밖에 내놓으면 전문 업체가 수거, 세척 후 자영업자에게 돌려준다. 현재 '잇그린'이라는 업체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 덕분에 다회용기를 선택한다고 해서 배달비가 더 들거나 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딨는 거야

사실 처음부터 주문은 쉽지 않았다. 어느 음식점에서 다회용기 선택이 가능한지 알기 어려웠다. 배민과 쿠팡이츠에서 찾다가 결국 포기했다. 요기요가 가장 찾기 쉽게 되어 있었다. 애플리케이션(앱) 메인 화면에 한식, 중식, 일식 코너처럼 '다회용기' 탭을 따로 마련해뒀다. 생각보다 선택 가능한 음식점이 많아 놀랐다. 분식집부터 마라탕 집까지 다양했다. 서초역 기준 20여 곳 이상이 등록되어 있었다. 파스타집 한곳을 골라 다회용기 옵션을 체크 후 주문을 마쳤다.

(왼쪽부터) 요기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앱 화면의 모습. 요기요가 다회용기 음식점을 고르기 가장 편리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배민과 쿠팡이츠는 앱 상단 '롤링 배너'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배너를 손으로 넘겨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었다. 이 배너를 눌러야 다회용기 사용 음식점이 보인다. '구색 맞추기' 식으로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쿠팡이츠는 17개의 배너 중 12번째에 있었다. 배민에서 돈까스 집을 골라 다회용기로 주문을 하나 더 넣었다. 앱상의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했서였다. 

서울시는 다회용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다회용은 위생에 대한 걱정이 크다. 서울시는 반납한 다회용기가 '애벌세척→불림→고온세척→헹굼→건조→살균소독→검사’ 7단계의 세척과정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 다회용기 사용 주문 건수는 총 2700건이다. 서울시 측은 "이는 지난 1월 요기요와 강남구에서 진행했던 시범사업 주문 건수 대비 250% 이상 증가한 것"이라며 "이달 중 주문 가능 지역에 서대문구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반쪽' 서비스 

다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직접 느껴본 다회용기 서비스는 아직 '반쪽'이었다. 열어본 보냉백 안은 기존 일회용 배달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회용기에 담겨온 것은 사이드로 주문한 떡볶이뿐이었다. 메인 요리인 돈까스부터 소스, 국물, 반찬까지 모두 기존 플라스틱에 담겼다. 아마도 음식 특성 탓인 것 같았다. 돈까스는 반찬 통 등에서 쉽게 눅눅해지는 음식이다. 

사실상 두 번의 배달로 직접 다회용기를 체험해본 것은 '떡볶이' 뿐이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요기요로 주문했던 크림 파스타는 아예 기존처럼 일회용 배달이 왔다. 요기요 측에 문의해 보니 "점주가 잊은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분명 요청사항에 '다회용기 포장을 부탁드린다'고 까지 적었던 터였다. "죄송하다"는 상담원의 말에 "그냥 먹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음식점의 리뷰를 살펴보니 다회용기 사용 리뷰는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러 다회용기 사용을 표시하고 일회용품을 주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이래저래 다회용기 사용의 '실상'은 기대와 달랐다. 

물론 다회용기 서비스는 아직 초기 단계다. 시행착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음식점 입장에서도 기존의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다. 아직은 시행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추후 자리만 잡는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회용기 서비스는 설거지가 필요 없다. 직접 쓰레기를 버릴 필요도 없다. 친환경 의식도 높아졌다.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다.  

'쇼' 안 되려면

관건은 점주의 참여도다. 기본적으로 다회용기 사용 업체가 늘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도 다회용기를 체험해 볼 기회가 생긴다. 아직 다회용기를 도입한 음식점은 극히 적은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다회용기 도입 점포는 280여 곳에 불과하다. 점주들을 다회용기 사용으로 이끌 당근이 필요하다. 무이자 대출이나 감세 등의 정책적 지원을 고려해 볼 만하다. 

보냉백으로 온 다회용기 배달과 일반 일회용 배달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수거와 세척 등 이른바 '친환경 인프라' 강화도 요구된다. 다회용기는 위생이 생명이다. 고도의 세척기술이 필요하다. 다양한 음식을 커버할 다회용기 개발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업체는 국내에 많지 않다. 아직 다회용기 사업은 국내에서 걸음마 단계다. 플라스틱 등 기존 일회용품의 사용이 깊게 자리 잡았던 영향이다. 이 때문에 다회용기 사업은 수익을 보장하기 어려운 분야다. 관련 업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친환경보다 일회용품의 편리성을 원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친환경은 소비자의 의식 전환이 절대적이다.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정책도 인프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일회용 남용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다만 '페널티'보다는 '어드벤티지'가 필요하다. 다회용기 선택자에게는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방식 등이다.

'선' 넘은 플라스틱

현재 배달로 발생하는 일회용품 폐기물의 증가는 큰 문제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심각해졌다. '집콕' 트렌드로 배달이 보편화된 세상이다. 정부는 이달 24일부터 일회용품의 사용을 크게 규제할 계획이다. 편의점, 카페 등에서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 제품을 전면 퇴출한다. 다만 일회용품 사용이 가장 빈번한 배달업계는 쏙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배달·테이크아웃 용기 생산량은 11만 957톤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9.7%가 늘어난 수치다. 이를 일회용 용기의 무게(52g)로 환산하면 총 21억 개의 제품을 생산한 규모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서도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소비자원이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배달 음식 1개에는 18.3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된다. 배달 음식 소비자 1인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는 연간 평균 1342개(10.8㎏)에 육박한다. 

물론 엄연히 배달만의 특수성이 있다. 그 어떤 분야보다 편의성이 절대적이다. 사람들은 '편리'를 위해 배달을 시킨다. 하지만 친환경은 '불편'을 동반하는 일이다. 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지점이 바로 배달인 셈이다. 보냉백에 담겼던 플라스틱이 이런 모순적 상황을 대표한다. 관건은 편리와 불편 사이의 절충점을 찾는 일이다. 다회용기가 그 해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변화는 시작됐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강남권에서 다회용기가 도입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서울시의 지원이 밑바탕이 된 결과로 보인다. 세척·수거 전문 업체를 지원하는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서비스 지역이 넓어지면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추후 소비자에게 다회용기 선택 여부를 묻고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회용기 성공 정착 여부는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달려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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