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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에 어묵국물' OK…일회용품 규제 완화된다

  • 2023.11.08(수) 06:50

환경부, 일회용품 관리방안 발표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 보류안
자율적 참여 권장하겠다는 계획

규모가 작은 카페는 여전히 플라스틱 용품이 많았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금지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종이컵 사용 금지 등 소상공인들이 크게 반발한 일부 일회용품 품목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부분들을 감안한 친서민 정책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정부가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규제 대신 자발적 참여

환경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종이컵·플라스틱빨대·비닐봉투 등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새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현실화'다. 앞서 발표했던 종이컵 사용 금지 규제 등이 현장에서 큰 비판을 받았던 것을 고려,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규제를 합리화하고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종이컵 사용 금지안은 규제 대신 권고와 지원을 통해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다회용컵 세척을 위한 인력 고용이나 세척시설 설치 부담이 크고 작은 매장의 경우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다. 

대신 다회용컵이나 식기세척기 구매 비용을 지원하고 매장에서 사용한 종이컵을 별도 분리 배출하도록 하는 등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 일회용품 규제 확대/그래픽=비즈워치

플라스틱 빨대 금지안은 계도 기간이 연장된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이후 커피전문점들은 주로 종이 빨대를 도입해 왔다. 다른 생분해성 빨대는 가격이 높거나 공급이 안정되지 않아 사용이 어려워서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금세 눅눅해져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계도 종료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계도 종료 시점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과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허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비닐봉투의 경우 단속과 과태료 부과에 중점을 뒀던 기존과 달리 대체품 사용을 정착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비닐봉투의 주 사용처인 편의점이 대부분 생분해성 봉투와 종량제 봉투로 전환해 단속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편의점 5사의 생분해성 봉투 사용률은 올 상반기 기준 70%에 달한다. 종량제 봉투(23.5%)와 종이봉투(6.1%)를 더하면 99.6%로 사실상 일반 비닐봉투는 퇴출된 상황이다.

다만 일반 비닐봉투(20원)와 생분해 비닐봉투(100원)간 가격 차이가 큰 만큼 정부가 자율적 규제로 돌아설 경우 일선 점주들이 저렴한 비닐봉투 판매를 본사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장 목소리 들은 것"  vs "환경 보호 후퇴"

환경부의 이번 정책 발표안에서 가장 핵심이 된 건 '현장에서의 적용'이다. 2019년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발표 후 이어진 일회용품 사용 금지 규제의 부작용을 청취하고 '현장 맞춤형'으로 재정비했다는 평가다. 

환경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일회용품을 배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커피전문점이나 식당, 푸드트럭, 포장마차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이번 유예 조치로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스타벅스의 다회용컵 반납기/사진제공=스타벅스

환경부가 구체적인 방안 없이 '일단 유예'만 외쳤다는 지적도 있다. '종이컵 재활용 방안'이 대표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일회용 컵 재활용률을 5% 미만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추산으로도 13% 수준이다. 매년 300억개 이상의 종이컵이 버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수거와 재활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선심성 정책'을 펼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소상공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그간 펼쳐왔던 친환경 정책을 뒤로 물린 것이라는 비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정책을 정부 주도로 강제하느냐, 자율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느냐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라면서도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방향성이 자꾸 바뀌어 국민들이 혼선을 빚도록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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