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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권할 땐 언제고?…환경부 생분해 비닐봉투 '촌극'

  • 2022.10.20(목) 06:50

'생분해 봉투'도 사용 금지한 환경부
업계선 "적극 도입 장려할 땐 언제고…"
정책은 '나침반'…오락가락해선 안 돼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앞으로 편의점·제과점 등 소매점에서 비닐봉투가 전면 퇴출 됩니다. 환경부는 다음 달 24일부터 이를 단속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는 매장에서 종량제·종이봉투를 구입하거나 다회용봉투를 지참해야 합니다. 손님에게 비닐봉투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눈 여겨볼 점은 환경부가 'PLA 생분해성 봉투'의 사용도 금지했다는 겁니다. 

'PLA'가 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PLA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소재입니다.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정 조건이 갖춰지면 땅속 분해도 가능합니다. 현재 가장 보편화된 생분해 소재입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예전부터 비닐봉투 대신 이 생분해 봉투 사용을 적극 권장해 왔습니다. 

편의점 등 업계는 이 부분에서 억울한(?) 점을 토로합니다. 그동안 생분해 봉투를 환경부의 장려책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으니까요. CU, GS25 등 편의점 업계는 지난 2020년부터 일반 비닐봉투를 생분해 봉투로 교체해 나갔습니다. 재래시장 등 여러 유통 채널도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이 덕분에 생분해 봉투를 주력으로 제조하는 업체들도 크게 늘었죠.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문제는 환경부의 입장 변화였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이 PLA 생분해 봉투는 '친환경' 봉투로 불렸습니다. 환경부에서 직접 친환경 인증을 줬으니까요. 정부 당국도 생산을 독려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돌연 PLA 생분해 봉투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의 행정고시 이후 시행까지는 불과 2개월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PLA 생분해 봉투에 대한 친환경 인증을 중단했습니다. 아울러 환경부는 11월부터 생분해 봉투의 소매점 판매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일순간 '장려'에서 '금지'로 돌아선 셈입니다. 

환경부는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꿨을까요. 환경부는 국내에 생분해성 봉투의 분리수거 체계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생분해성 봉투가 분리 배출되기 어려워 대부분 사실상 소각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매립시 '생분해'되는 이점이 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편의점 등 PLA 생분해 봉투 제조사들은 당황했습니다.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그동안 편의점 업계는 중소제조사와 손잡고 생분해 봉투 개발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습니다. 당시 정부 지침이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다음달 24일부터는 기존 생산된 생분해 봉투도 팔아선 안 됩니다. 편의점 업계는 남은 봉투 재고를 모두 소각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게 '낭비'가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생분해 봉투를 제조하는 중소업체들입니다. 한순간 날벼락을 맞은 셈이니까요. 주요 납품처인 편의점 등 소매점을 모두 잃어버리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매출 급감을 걱정하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이번 환경부의 비닐봉투 퇴출이 '촌극'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물론 환경부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PLA 생분해성 봉투도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생분해 봉투는 일반적으로 58℃ 조건에서 6개월 동안 있어야 약 90% 정도가 분해됩니다. 이 조건을 갖춘 매립지를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각 처리 방법 역시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환경부의 설명도 일리가 있습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큰 틀에서 일회용품을 퇴출해야 하는 것도 옳은 방향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민 1인당 하루 플라스틱 배출량은 2016년 110g에서 2020년 236g으로 2배가 넘게 증가했습니다. 플라스틱·비닐 등의 재활용 기술도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재활용률은 배출량에 비해 미미한 수준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환경부의 소통에 있습니다. '정책'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특히 환경 정책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친환경은 이 시대의 화두입니다. 기업은 이를 토대로 미래 방향성을 설정합니다. 나침반과 같습니다. 이는 비단 기업에만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일반 소비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침반이 더 이상 오락가락해선 안 됩니다.

편의점 업계와 생분해 봉투 제조업체는 무슨 죄가 있을까요. 이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손실이 됐습니다. 정책에 대한 좀 더 섬세한 소통과 합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야만 목적지를 헤매지 않고 도달할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이번 환경부의 비닐 봉투 퇴출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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