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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핵심 조직'이 강남으로 간 진짜 이유

  • 2022.05.28(토) 10:05

[주간유통]롯데백화점, 상품본부 강남 이전
정준호 대표 "강남서 1등 점포 만든다"
스타트업 분위기로 새로운 전략 모색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클릭' 조정

군대에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훈련소에서 생애 처음으로 총이란 것을 잡아 봅니다. 만날 TV에서나 보던 것을 직접 손에 들었을 때의 그 묵직한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특히 사격을 앞두고 실탄을 장전한 총을 집어 들었을 때에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섭니다.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훈련소에서는 지급받은 총의 '영점'을 잡습니다. 사실 자대 배치를 받은 후 자신이 지 받을 총의 영점을 잡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죠. 사전 교육을 '철저히' 받고 사로(射路)에 들어섭니다.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준비된 사로로부터 발사" 구령이 떨어지면 가장 용감한 동기가 방아쇠를 당깁니다. 깜짝 놀랍니다. 이후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모두 세 발을 쏩니다. 그리고 탄착점을 바탕으로 '클릭' 조정을 합니다. 과녁 한가운데에 정확히 맞추기 위한 작업입니다. 이때가 가장 어렵습니다. 계산을 잘못해 클릭 조정에 실패하면 다음 사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명중은 커녕 분명 세발을 쐈는데 내 과녁에는 두 발만 꽂혀있는 적이 허다합니다.

이때부터는 죽음입니다. 피나고 알 배기고 이가 갈린다는 PRI(Preliminary Rifle Instruction·사격술 예비 훈련)를 받아야 합니다. 뙤약볕에서 PRI를 받다 보면 하늘이 노래집니다. '만발'을 한 동기들이 그늘 밑에 앉아 쉬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클릭 조정 하나로 천당과 지옥이 결정됩니다.

정준호 대표의 '노림수'

뜬금없이 웬 군대 이야기냐 하셨을 겁니다. 롯데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억 저편에 처박아뒀던 군대의 기억을 끄집어 냈습니다. 최근 롯데의 움직임에서 군대 시절 사격할 때의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요즘 변화가 한창입니다. 그 선두에는 롯데쇼핑, 그중에서도 롯데백화점이 있습니다.

신세계 출신 정준호 대표가 부임한 이후 롯데백화점은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문화로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롯데입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인 유통 사업군을 대표하는 곳입니다. 그런 만큼 그 어느 곳보다도 '롯데스러움'이 강한 곳이었습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지만 정 대표가 부임하면서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정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 사내 임직원들에게 동영상을 통해 인사를 건넸습니다. 사내 인트라넷에는 대표와 임직원들이 소통하는 코너도 만들어졌습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식상한 방법입니다만 보수적인 롯데 내부에서는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는 후문입니다.

정 대표는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합니다. 신 회장이 정 대표를 롯데백화점 수장을 앉힌 것도 이 때문입니다. 롯데백화점이 변화를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면 롯데백화점은 롯데 내부에서 변화의 아이콘이 될 수 있습니다. 신 회장이 바라는 것도 이런 부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정 대표의 변화를 위한 행보는 거침없습니다. 외부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조직도 과감하게 바꿨습니다. 실리와 시너지, 트렌드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밖으로는 변화하는 롯데백화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내부에는 변화에 적응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왜 '강남'을 콕 집었나

최근 롯데백화점은 또 다른 변화를 줬습니다. 핵심 조직인 상품 본부를 강남으로 이전했습니다. 백화점에서 상품 본부는 시장을 분석해 브랜드를 입점·퇴점시키고 경영전략을 세웁니다. 또 각종 대형 행사를 기획합니다. 다시 말해 백화점을 움직이는 '코어(core)'인 셈입니다.

고작 조직 하나를 강남으로 이전한 것이 무슨 대수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키워드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강남'입니다. 수많은 지역 중 유독 강남으로 이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 대표는 대표로 부임하면서 '강남'을 콕 집었습니다. 그는 "강남에서 1등 점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 사진제공=롯데쇼핑

아이러니하게도 강남은 롯데백화점에게 가장 취약한 지역입니다. 잠실점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강남점입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과거 그랜드백화점을 인수해 리뉴얼한 매장입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강남점은 근처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세계 강남점에 완전히 밀렸습니다. 현재는 평범한 동네 백화점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입장에서는 땅을 칠 노릇입니다.

강남 핵심 지역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정 대표가 "고급 소비의 중심인 강남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점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강남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런 강남에 핵심 조직을 옮겼습니다. 경쟁사의 움직임을 좀 더 가까이서 살피고 새로운 전략을 짜기가 수월합니다. 강남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총알은 어디로

롯데백화점이 상품 본부를 강남으로 이전한 것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상품 본부가 새롭게 둥지를 튼 삼성동 위워크 건물에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시설과 여건을 갖췄습니다. 종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조성해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고 이를 조직문화를 변화하는 촉매제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 녹아있습니다.

실제로 샤넬에서 롯데백화점으로 합류한 이효완 롯데백화점 MD1 본부장(전무)은 자신의 SNS를 통해 새로운 상품 본부의 모습을 전했습니다. 이 본부장이 전한 롯데백화점 상품 본부 사무실의 풍경은 마치 스타트업 기업을 연상케하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기존의 롯데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스타트업 정신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겁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위워크 건물로 이전한 롯데백화점 상품 본부 모습 / 사진=이효완 롯데백화점 MD1 본부장 SNS 캡처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상품 본부의 강남 이전 후 롯데백화점의 상품 구성과 브랜드 확보 능력이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변화를 줬더니 실제로 성과가 나더라'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그런 만큼 향후 상품 본부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이 미션을 달성해야만 롯데백화점 내부에서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변화 무용론'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더불어 신 회장이 부여한 미션도 달성할 수 있겠죠.

롯데백화점은 '클릭 조정'을 했습니다. 이제 클릭 조정된 총을 들고 사격에 나서야 합니다. 클릭이 제대로 조정됐을지는 총을 쏴봐야 압니다. 한 클릭만 잘못 조정돼도 총알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갑니다. 핵심 조직 이전에 그룹 차원에서 유통 사업에 8조1000억원을 투입키로 했습니다. 이제 준비는 모두 갖췄습니다.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롯데백화점의 총알은 어디로 날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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