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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후진' 농심, 하반기엔 달라질까

  • 2022.08.22(월) 06:50

[워치전망대]농심, 24년 만에 분기 적자
오뚜기·삼양식품은 호실적
3분기 이후 실적 회복 기대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농심이 실망스러운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K-라면의 인기가 높았지만 농심만 후진했다. 반면 경쟁자인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호실적을 거뒀다. 관건은 하반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여파로 끝없이 치솟던 글로벌 소맥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 2분기에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미국 2공장도 살림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K-라면 전성기인데...농심은 씁쓸

한국 라면은 전성기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작품에 등장한 라면들도 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게티', 오징어게임에 나왔던 '삼양라면'이 대표적이다. 유튜브 역시 한국 라면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일조했다. '불닭볶음면 챌린지'는 삼양식품의 대표 제품을 삼양라면에서 불닭볶음면으로 바꿔 놨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인기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관세청과 라면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9.9% 늘어난 3억8340만 달러(약 5088억원)였다. 지난해 상반기에 기록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1000만달러 이상 수출국만 중국·미국·일본·대만·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호주·캐나다·네덜란드 등 10개국에 달한다. 이대로라면 사상 처음으로 연간 7억달러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K-라면의 진격에도 국내 라면업계 1위 기업인 농심은 웃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잇따라 호실적을 내는 와중에 홀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농심은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3억원에 그쳤다. 1년 전보다 75.4% 줄었다. 국내 실적만 놓고 보면 3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오뚜기는 전년보다 31.8% 늘어난 4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비슷한 추세다. 농심은 올 상반기에 매출 1조4925억원, 영업이익 386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가격인상 효과에 힘입어 16.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 넘게 빠졌다. 오뚜기는 매출 1조5317억원, 영업이익 10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4.3%, 23.5%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매출 4575억원, 영업이익 51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59.1%와 81.1% 성장했다. 

왜 부진했나

농심은 밀가루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며 원재료 구매 비용이 늘어난 것을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6월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서 톤(t)당 245.12달러에 거래됐던 소맥(SRW) 가격은 올 6월 371.41달러로 50% 넘게 급등했다.전 세계 밀 수출의 28%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치르면서 공급이 급감해서다.

4월에는 인도네시아가 라면을 튀기는 데 사용하는 팜유 수출을 중단하는 이슈도 있었다. 농심 관계자는 "밀가루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원가율이 올랐고 유가 상승 영향에 물류비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0년 상반기 67.5%였던 농심의 매출원가율은 올해 상반기 72%까지 올랐다. 지난해 8월 주요 라면 제품의 가격 인상 효과로 매출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원가 부담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물류비 등 제반비용도 크게 늘었다. 차량비는 지난해 상반기 18억6000만원에서 27억6000만원으로 48.4%, 운송보관료는 623억원에서 770억원으로 23.6% 증가했다. 이 상승분만으로도 2분기 영업이익(43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다만 이는 오뚜기와 삼양식품 등 경쟁사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삼양식품 역시 2020년 상반기 69.1%였던 원가율이 올해엔 73.3%로 급등했다. 라면 외 레토르트, 소스 등의 매출 비중이 높은 오뚜기의 경우 올 상반기 원가율이 83%를 웃돌았다. 단순히 원가 상승만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오뚜기·삼양식품과 농심의 차이

업계에서는 라면 외 캐시카우가 마땅치 않은 것이 농심의 발목을 잡았다고 보고있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라면으로만 1조17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78.9%다. 새우깡과 칩포테토, 양파링 등 스낵류 매출 비중이 14.2%, 백산수 등 음료 매출이 5%대다. 라면업계에 부정적인 이슈가 생길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오뚜기는 전체 매출의 25.5%가 면제품이다. 전년도(27.5%)보다 의존도가 낮아졌다. 식용유 등 유지류와 소스, 건조식품, 농수산 가공품 등이 각각 10%대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만큼 위기가 와도 대처가 수월하다. 오뚜기의 경우 지난해 8월 가격 인상에서 경쟁사들보다 인상폭을 키운 것도 주효했다. 농심과 삼양식품이 평균 6%대 가격 인상에 나선 반면 오뚜기는 평균 12%를 올렸다.

농심보다 라면 의존도가 높은 삼양식품의 경우엔 높은 수출 비중이 실적 개선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70%가 수출에서 나온다. 불닭볶음면의 인기 덕분이다. 2분기 수출액만 1800억원이 넘는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출액이 원화로 재평가되는 과정에서 수혜를 봤다. 농심의 경우 해외 판매 제품의 상당수가 해외 공장에서 생산·판매돼 매출로 잡힌다.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다. 

하반기엔 나아질까

다행히 하반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 우선 소맥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2분기에 톤당 400달러를 웃돌았던 소맥 가격은 8월 들어 28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쟁 발발 전보다는 높지만 추세로 볼 때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4월 가동을 시작한 미국 제 2공장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제 2공장은 연간 3억5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남미 등 미주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식품업계의 릴레이 가격인상에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가 오른 것도 라면이 주력인 농심에게는 호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면의 가격 경쟁력이 다시 한 번 부각되며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라면의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다"며 "해외 법인 중심의 고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 전가력과 원가 안정화를 바탕으로 전사 수익성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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