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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누가 넘버 3래?"…매콤한 '비빔면 2위' 경쟁

  • 2022.10.06(목) 07:39

'팔도비빔면' 이은 비빔면 2위 경쟁
2020년 오뚜기 '진비빔면' 흥행가도
작년 농심이 '배홍동'으로 역전 성공

/그래픽=비즈니스워치

1984년 팔도비빔면의 등장 이후 30년 넘게 독주 체제가 이어졌던 비빔면 시장이 요즘 심상치 않습니다. 오뚜기와 농심이 연이어 선보인 비빔면 신제품이 눈에 띄는 실적을 내며 2위 경쟁에 나선 겁니다. 2020년 오뚜기가 선보인 '진비빔면'이 단숨에 무주공산이던 2인자 자리를 꿰차더니 이듬해엔 농심 '배홍동'이 1년 만에 진비빔면을 밀어내고 '넘버 투'를 차지했습니다. 아직 1위인 팔도비빔면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간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2위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비빔면 시장은 라면업계가 가장 소홀한 부문이었습니다. 신제품이 나오는 주기도 늦고, 매출도 빈약했습니다. 비빔면계의 교과서 '팔도비빔면' 때문이었죠. 1984년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된 팔도비빔면은 출시되자마자 여름 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연중 상시 판매로 전환된 90년대 말 이후로는 경쟁자 없는 독주를 이어갔죠. 연매출만 700억원을 웃돕니다. 농심 찰비빔면, 오뚜기 메밀비빔면, 삼양식품 열무비빔면 등 다른 라면 기업들도 나름의 스테디셀러 제품이 있지만 연매출 100억원도 달성하기 어려웠으니, 그 격차를 실감할 수 있죠. 

하지만 2020년 오뚜기가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를 앞세워 선보인 '진비빔면'이 시장 흐름을 바꿔놨습니다. 진비빔면은 출시 3개월 만에 3000만 봉지를 팔아치우는 데 성공하며 같은 기간 1000만 봉 판매에 그친 농심 칼빔면을 압도합니다. 팔도와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맛으로 팔도비빔면이 지겨워진 젊은층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죠. 양을 20% 늘린 것도 '1개는 부족하고 2개는 많아서' 고민인 소비층을 공략한 요인입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듬해, 와신상담한 농심이 반격의 카드를 꺼내듭니다. '국민MC' 유재석 씨를 내세운 '배홍동'입니다. 나름 반응이 있었던 칼빔면을 1년 만에 단종시키고 내놓은 제품인 만큼 각오도 단단했죠. 일반적으로 비빔면 신제품은 봄이 오는 3월 말~4월쯤 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농심은 이를 한 달 이상 앞당겼습니다. 1위는커녕 2위조차 차지하지 못한 비빔면 시장에서 '라면 왕국'의 자존심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농심은 그간 수많은 비빔면을 실패해 왔습니다. 90년대 말 출시된 97비빔면, 98비빔면, 99비빔면에 이어 쫄쫄면, 도토리쫄쫄면, 미역듬뿍초장비빔면, 드레스누들 등이 줄줄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2000년대 초 출시한 찰비빔면이 그나마 농심의 비빔면 명맥을 잇는 수준이었죠. 하지만 배홍동은 달랐습니다.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단숨에 진비빔면을 밀어내고 2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연매출도 '마의 100억원'을 훌쩍 넘어 200억원을 돌파합니다. 

올해는 배홍동과 진비빔면의 '진검 승부'가 시작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무지막지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이 이어지기 때문에 판매량이 잘 나오는 경향이 있죠. 실제 진비빔면도, 배홍동도 출시 직후 대대적인 할인 행사로 2위를 거머쥐었습니다. 올해엔 '신제품 후광'이 사라진 후 진짜 제품력·브랜드 대결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었죠. 

지난해 2위를 빼앗긴 오뚜기도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출시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진비빔면을 '진비빔면 배사매무초'로 리뉴얼했습니다. 배와 홍고추, 동치미를 넣은 농심 배홍동을 의식한 듯 소스의 재료인 배와 사과, 매실, 무, 태양초를 강조했죠.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지금까지는 배홍동이 '한 수 위'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비빔면 성수기인 6~8월, 농심 배홍동은 7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위를 지켰습니다. 팔도비빔면(182억원)과의 격차는 지난해 동기 119억원에서 108억원으로 소폭 줄였죠. 진비빔면과의 차이는 18억원에서 29억원으로 늘면서 2위를 굳히는 모습입니다. 배홍동은 8월까지 연간 누적 매출도 16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8월까지 누적 매출에서도 414억원의 팔도비빔면에 이은 2위를 굳건히 했습니다.

하지만 2위 경쟁이 끝났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1위 팔도비빔면과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팔도의 비빔면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합니다. 전성기 70%를 웃돌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내려왔지만 아직도 전체 시장 파이의 절반 이상이 팔도비빔면의 차지입니다. 신제품들에 관심을 가졌던 소비자들이 '익숙한 것'으로 돌아가는 비중에 따라 언제든 2위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10여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던 비빔면 시장이 올해 정체 모드로 돌아선 것도 주목할 만한 요인입니다. 올해 6~8월 비빔면 시장(3사 합산) 규모는 전년 대비 12.5% 감소했습니다. 팔도비빔면(-9%)은 물론 배홍동(-8.6%)과 진비빔면(-28.6%)도 모두 매출이 줄었습니다. 긴 장마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수요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내년 여름에는 또다른 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열무비빔면 이후 눈에 띄는 비빔면이 없는 삼양식품이 놀라운 신제품을 들고 나올 수도, 진비빔면이 반격에 성공할 수도 있겠죠. 팔도가 '전통'의 힘을 앞세워 2위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어떤 방향이든 더 맛있는 비빔면을 맛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되는 거겠죠. 소비자로서는 여름 입맛 쟁탈전에 나서는 라면 4사의 비빔면 경쟁을 그저 즐겁게 바라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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