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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좁다"…태평양 넘는 김치·김·라면

  • 2022.10.27(목) 06:50

K-푸드의 글로벌 진출 릴레이 이어져
국내 시장 규모는 성장 멈춰…정체 추세
해외 성장세 가팔라 신성장동력 낙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먹거리인 김치와 김, 라면이 K-푸드 대표 주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고 현지 생산에 나서는가 하면 브랜드명까지 바꿔가며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서구화하면서 성장세가 멈췄지만 해외에서는 K-컬처의 인기와 더불어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 공략을 통해 향후 실적을 견인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내겠다는 계산이다.

국내선 "김치 안 먹어 걱정"인데…해외선 고성장

한국을 대표하는 먹거리인 김치는 그간 정부 주도 하에 글로벌 음식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성과는 크지 않았다. '김치 칵테일'같은 촌극도 벌어졌다. "김치의 발효된 맛과 매운 맛은 외국인이 선호하지 않는다"며 김치의 글로벌화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김치의 글로벌화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2017년 8139만 달러(920억원)였던 김치 수출액은 2018년 9746만 달러(1073억원), 2019년 1억500만 달러(1225억원), 2020년 1억4451만 달러(1705억원)을 거쳐 지난해 1억5992만 달러(약 1831억원)으로 매년 최대 금액을 경신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특히 미국향 수출액이 2018년 90만 달러에서 지난해 283만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발효식품과 식품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일본·미국·유럽 등에서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기존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주로 김치를 소비했다면 최근에는 현지인들이 김치를 찾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김치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풀무원, 대상, CJ제일제당 등 주요 완제품 김치 제조사들도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풀무원은 2019년 5월 수출용 김치공장을 완공하고 미국에 '한국산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김치를 찾는 미국 소비자들 중 비건이 많다는 점에 착안, 다양한 비건 김치를 선보이며 현지 맞춤형 공략에 나섰다.

대상 청정원은 지난 3월 미국 LA에 김치 공장을 세웠다. 연 2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공장이다. 이달부터는 김치 브랜드를 '종가'로 통일하기도 했다. 그간 종가집(국내)와 종가(해외)로 분리 운영하던 브랜드를 통일해 일관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하면 한국 조미김이죠"

아이들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김은 숨겨진 알짜 '수출 역군'이다. 수출 규모만 따져도 지난해 6억9292만 달러(7934억원)로 김치 수출액의 4배가 넘는다. 최근 4년간 성장률도 31.8%로 매우 높다. 반면 국내 소비량은 감소 추세다. 2019년 1억 속이 넘었던 국내 김 소비량은 최근 7000만 속 수준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국내 소비를 수출이 메우는 모양새다.

김 수출을 이끄는 건 기름을 발라 굽고 소금을 뿌린 '조미김'이다. 전체 수출액의 70%가 넘는 5억 달러어치가 조미김 수출액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해조류인 김이 서양에서 건강식으로 포지셔닝하며 선호도가 높아졌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의 6대 글로벌 전략 제품 중 하나로 김을 선정할 정도로 김 시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0년부터 미국에 조미김을 수출해 온 CJ제일제당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비비고김과 자회사의 명가김 등을 통합한 통합 김 브랜드 'CJ명가'를 론칭했다. 

동원F&B(양반김)와 대상 청정원(오푸드)도 해외 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김 점유율 1위인 동원F&B는 강점이 있는 조미김과 김밥용 김이 강점이다. 이에 김을 간식으로 주로 소비하는 서구권보다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에서 강세다. 대상은 2018년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우고 김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현재 30개국에 김을 수출하고 있다.

라면은 일본이 원조? K-라면 나가신다

라면은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수출 식품이다. 2020년 영화 기생충으로 인한 '짜파구리' 열풍과 전세계를 휩쓴 '불닭볶음면 챌린지' 등을 통해 한국 라면이 일본 라면의 아류작이 아님을 알렸다. 

수출액 역시 2020년을 기점으로 급등했다. 2019년 4억6700만 달러(5449억원)였던 라면 수출액은 2020년 6억357만 달러(7123억원)로 솟구쳤고 지난해엔 6억7440만 달러(7722억원)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대 수출액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신라면은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많은 '글로벌 라면'이다./사진제공=농심

농심과 삼양식품이 라면 수출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농심 신라면은 지난해 해외에서만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4200억원을 웃돈다. 올해엔 미국 LA에 연간 3억5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을 세웠다. 기존 1공장과 합하면 미국에서 만들 수 있는 라면이 연 8억5000만개에 달한다. 농심은 2025년까지 북중미 시장에서 8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스테디셀러인 삼양라면에 의존했던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등장으로 수출액이 내수 매출보다 더 많은 '글로벌향 기업'이 됐다.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더이상 '한국 라면'은 '내수용 라면'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식품 시장에만 집중해선 성장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때맞춰 찾아온 K-컬처 이슈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K-푸드를 소개하는 데 최적의 시기이기도 하다. 식품업계가 최근 해외 신규 시장 개척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구 절벽에 부딪힌 국내에서 식품 소비가 극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에는 아직 K-푸드를 접해보지 못한 소비자가 많은 만큼 개척할 수 있는 신규 시장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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