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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배추에 양념 바르니 끝!"…1인 가구도 '김장'한다

  • 2022.11.23(수) 06:20

절임배추·김치양념 구매 '간편 김장 체험기'
노동력 줄여 1인가구도 반나절이면 마무리
1~2인 가구 중심으로 '김장 밀키트' 인기

90년대까지만 해도 11월부터 12월 초는 으레 '김장철'로 불렸다. 집집마다 배추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온 가족이 들러붙어 배추와 김치 양념을 버무렸다. 그렇게 담근 김치는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나눠 먹는 문화였다. 이런 문화가 특이했는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지난 2013년 김장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2000년대 이후로는 1~2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직접 김장을 하는 집이 줄기 시작했다. 김장이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인 만큼 혼자, 혹은 젊은 부부가 하기에는 부담이 커진 탓이다.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 대기업들이 내놓는 상품 김치의 품질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작게는 한 끼 거리부터 500g, 1㎏ 등 소포장으로 판매된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절임배추와 종가 김치 양념을 이용해 김장을 하는 기자./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하지만 김치만큼 취향을 많이 타는 음식도 드물다. 집마다 다른 '우리집 김치 맛'에 대한 요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사람도 크게 증가했다. 기본적인 밑준비가 된 채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흐름을 따라 김치 시장에도 최근에는 '밀키트' 수준으로 김장을 할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절임배추와 김치 양념 등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을 마친 재료를 판매해 집에서 김장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각 집의 김치 재료를 추가해 넣으면 혼자서도 반나절 만에 김장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온 식구가 며칠을 고생하던 예전의 김장과는 다른, '1인 가구의 김장'이다. 정말 이렇게 간편한 김장이 가능할까. 직접 절임배추와 김치 양념을 구매해 '1인 김장'에 도전해 봤다.

30분이면 재료 준비 끝

절임배추 구매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동네 마트에서는 김장철이면 절임배추 예약을 받는다.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등 대부분의 이커머스에서도 다양한 절임배추를 10㎏, 10㎏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배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0㎏이면 대략 4포기 정도의 배추가 온다. 1~2인 가구라면 1년을 나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다. 절임배추는 배송 중의 변질을 막기 위해 집에서 절인 것보다 소금 농도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배추를 담은 비닐 안에도 소금물이 들어 있다. 이 때문에 배추를 물로 한 번 헹궈 준 후 체에 받쳐 2~3시간 물기를 뺀 뒤 양념을 버무려야 한다.

김치 양념도 이커머스나 대상 등의 자체몰을 통해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이달부터 '김장 대전'을 열고 있는 대상 '정원e샵'에서 판매하는 김치 양념을 주문했다. 종가에서는 취향에 따라 중부식과 전라도식을 선택할 수 있고 무·고춧가루·마늘·액젓·갓 등 모든 속재료도 국산을 이용했다. 양념은 절임배추 10㎏에 양념 5㎏으로 계산하면 대략 맞아떨어진다. 

대상 종가의 김치양념 2종 중 중부식 양념(왼쪽)과 전라도식 양념(오른쪽)./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대상 종가 관계자는 "김치는 발효 과정을 제어하기 어려워 담글 때마다 맛이 달라질 수 있다"며 "종가 김치 양념은 자체 개발한 김치유산균발효액을 넣어 발효과정이 균일해 매년 똑같은 김치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절임배추와 양념이 준비됐다면 김장 준비의 90%는 끝난 셈이다. 갓, 대파, 젓갈 등 집마다 추가로 넣는 김치 속을 더해주며 맛을 맞추면 된다. 중부식 양념은 새우 액젓만 사용하고 배를 넣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살렸다. 전라도식은 마늘을 듬뿍 넣고 젓갈도 멸치육젓·멸치액젓·꽁치액젓·황석어액젓·갈치액젓을 넣어 칼칼하고 진한 맛이다. 다만 두 제품 모두 갓이나 파 함량이 높지 않다. 갓·쪽파 등을 별도로 구매해 함께 넣어 주기로 했다. 

1년치 김장이 2시간이면 끝…'김장 신풍속도' 될까

남은 건 배추에 속을 버무린 후 김치통에 넣는 것뿐이다. 10㎏을 혼자 김장하는 데 1~2시간이면 뒷정리까지 충분하다. 2인 가구라면 주말 반나절만 투자하면 1년치 김장김치를 만들 수 있다. 

집에서 절임배추와 종가 김치양념으로 김장을 하는 모습./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가격 면에서도 포장김치를 사 먹는 것보다 저렴하다. 5.5㎏ 김치 양념이 5만원대, 10㎏ 절임배추는 2만원대로 다른 밑재료를 추가해 넣더라도 8만원 안팎으로 약 15㎏의 김치가 완성된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대기업의 포기김치 5㎏이 4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성비'도 갖춘 셈이다.

밀키트 수준의 노동을 통해 갓 만든 김장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약식 김장'의 최대 장점이다. 김장에서 가장 품이 많이 드는 배추 절이기와 속 만들기를 노동력을 쓰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매년 김장을 해 온 집이라도 환영할 만한 변화다. 특히 양념의 경우 요리 초보들이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젓갈과 마늘 등의 배합을 마친 상태로 판매돼 맛을 본 후 내용물을 추가하는 식의 '베이스 용도'로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본 김치 양념에 갓, 쪽파 등 입맛에 맞는 재료를 추가해 원하는 맛을 만들 수 있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만들기가 어렵지 않은 데다 기존 포장김치의 단점인 '맛의 획일화'를 해결하는 면도 있어 이같은 'DIY 김장'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도 이를 착실히 반영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김장철을 앞두고 진행한 '김장 얼리버드' 기획전에서 절임배추와 김치 양념으로 구성된 '김장 패키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33% 늘었다고 밝혔다. 이마트도 올해 처음으로 절임배추와 양념을 묶은 '김장 키트'를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품업계의 트렌드인 '간편한 조리'에 부합하는 면이 있는 데다 일손과 시간이 부족한 2030 1~2인 가구도 입맛에 맞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김장 밀키트'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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