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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연어 1㎏ 3만원" 고물가에 찬바람 부는 새해 수산시장

  • 2023.01.04(수) 07:19

유류비·인건비 부담에 수산물 가격도 '껑충'
새해 밝은 노량진 수산시장…고물가에 '근심'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새해 첫날도 사람이 많지 않았어, 직접 오는 것보다 배달시키는 사람도 많잖아. 신정을 챙기는 집도 줄고 있고, 무엇보다 요즘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어."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은 지난 3일 점심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시장 1층에서 활어 등을 파는 A상회 김순복(가명·63) 씨는 "연초치고 사람들이 영 없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사람들 지갑이 닫힌 게 팬데믹 보다 더 큰 걱정이다. 올해는 좀 나아지려는지 모르겠다"며 "예전엔 새해가 되면 시장이 북적북적해 발 디딜 틈 없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안 오른 것 없다지만

오후가 돼서야 조금씩 사람들의 방문이 잦아졌다. 상인들은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뭐 보러 오셨습니까"라는 말을 건네며 손님 끌기에 안간힘이었다. 상인과 손님들은 가격 흥정을 벌이면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잊지 않았다. 다만 오가는 온정에 비해 한가득 수산물을 구매해 가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가격을 듣고 돌아서는 손님을 적잖게 목격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좌판 앞에서 가격을 두고 일행과 고민을 계속하던 주부 송모씨(54) 씨는 "조기 한 미, 민어 두 미, 뱅어 한 미 등 총 네 마리의 생선을 샀는데 6만원이 넘었다"며 검은 봉지 속을 내보였다. 이어 "설날에 먹을 음식을 장만하려 들렀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산 것이 별로 없다"며 "새우나 게도 사 가려고 했는데 가격을 듣고 그냥 사지 않기로 했다"라고 했다. 

특히 수입 수산물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연어와 킹크랩이 대표적이다. 최단 수입 루트인 러시아 항공로가 전쟁으로 여전히 폐쇄되면서다. 이 때문에 운임비가 크게 늘었다. 이날 A급 블루 킹크랩 1㎏과 연어 1㎏의 가격은 각각 8만원, 3만원 달했다. 최근 연어를 좌판에서 치웠다는 B수산 고동철(가명·59)씨는 "운임비에 인건비까지 올라 도저히 단가를 맞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높은 수산물 가격이 살갗에 그대로 느껴졌다. 대체적인 이날 시세는 △넙치 1㎏ 3만원 △방어 1㎏ 3만원 △우럭 1㎏ 3만5000원 △도미 1㎏ 4만원 △대게 1㎏ 6만8000원 △낙지 1마리 9000원 △소라 1㎏ 2만5000원 △고등어(양식) 1만8000원 △참조기(국산) 1마리 2만원 등이었다. 대부분 많게는 10% 이상 올랐다. 예년보다 체감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평가다. 

수산물 가격 오른 이유 

실제로 농축수산물 중에서도 수산물의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2월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110.64(2020년=100)로 전년 동기보다 0.3% 상승했다. 이 중 곡물과 채소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8.6%, 2.5% 낮아졌지만 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7.5%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유류비와 인건비 등 생산비용 증가로 공급이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노량진 수산시장 주요 수산물 경락 시세/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요 수산물의 경락 시세도 상승세다. 노량진 수산시장이 발표한 12월 4주차(19일~24일) 주간 수산물 동향에 따르면, 광어(양식산·1㎏)의 경락가는 2만700원으로 2021년 평균가(1만6300원) 대비 27%가 올랐다. 농어(자연산·1㎏)도 2만1400원으로 2021년 평균가(1만4600원) 대비 47% 뛰었다. 갈치, 오징어, 고등어, 연어의 경락가(1㎏ 기준)도 각각 38%, 37%, 50%, 43% 씩 올랐다.  

높은 수산물 가격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하락 추세로 접어들었던 유가는 다시 상승세다. 어류 양식에 쓰이는 사료 가격도 여전히 오름세다. 생산비 부담은 결국 조업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국내외 수산물의 가격을 높이는 주 원인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항공로가 다시 열릴지도 미지수다.  

설 명절은 괜찮을까

상인들은 다가오는 설 명절 대목이 걱정이다.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좌판을 정리하고 있던 C상회 박미자(가명·65) "이번 설 명절이 이르기도 해서 신년 초부터 많은 사람들이 설 명절을 준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지난해 코로나19도 겨우 버티며 살아남아 왔는데, 올해도 어려운 한 해가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혀를 찼다.

노량진 수산 시장/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팬데믹이 끝나며 수산물 구매가 더 줄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갑각류 등을 취급하는 D상회 도성온(가명·58)는 "팬데믹 때는 사람들이 집에서 식사하는 일이 늘면서 대게나 어패류들이 적잖게 팔렸다"면서 "이제는 나가서 외식을 해버리니 아무래도 원물 구매가 적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 가격까지 오르니 사람들이 더더욱 찾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부는 수산물 가격 부담 줄이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할인 행사, 쿠폰 발급 등 대책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달 25일까지 '대한민국 수산대전'을 진행한다. 소비자가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에서 수산물을 구입할 때 최대 60%의 할인을 지원받는 행사다. 전통시장에서도 행사가 진행된다. 제로페이 앱(APP)에서 1인당 4만 원 한도로 20% 할인된 가격에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해 사용하면 된다. 

해양수산부 측은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수산물 할인 행사를 매월 개최할 것"이라며 "아울러 소비자단체 등 관계기관과 함께 행사 전후 가격을 점검하고, 불시에 현장도 점검하는 등 소비자들이 할인 행사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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