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면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내년 초까지 물가상승률이 5%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겠지만 오름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20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하면서 물가안정 목표(연 2%)를 크게 웃돌았다.
올 1월 3.6%였던 물가상승률은 7월 중 6.3%로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 들어 5%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간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4.7%)를 넘어 1998년 외환위기 수준(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연초 2%대 중반에서 11월 중 4%대 초중반으로 오름세가 꾸준히 확대됐다. 연간 근원물가 상승률은 3.6%로 금융위기 당시(3.6%)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향후 물가 여건과 관련해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내외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도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에서 말하는 당분간은 통상 3개월을 의미한다. 내년 3월까지는 물가상승률이 5% 수준에서 오르내릴 것이란 뜻이다.
그러면서 한은은 "둔화속도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유가 및 환율 흐름,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 정도, 국내외 경기둔화 정도 등과 관련한 흐름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유가 흐름의 경우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하방압력이 커졌으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한 등 대러 제재, 산유국의 대규모 감산 등 불안요인이 남아있다는 진단이다. 올해 고물가에 기여한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은 글로벌 통화긴축에 따른 국내외 성장세 둔화 영향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