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카드업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롯데카드를 제외한 카드사 대부분의 순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수익성 개선 보단 비용 절감, 효율 경영 등 마른 수건을 쥐어짜낸 끝에 얻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그동안 '효자노릇'을 한 카드론 영업에도 앞으론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 대선 이후 추가 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지면서 카드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업황 나쁘다더니 두 자릿 수 증가율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현대·우리·BC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2조246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47억원)보다 8.3% 증가했다.
롯데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의 실적이 일제히 개선됐다. 신한카드는 3분기 5527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작년 1~3분기 4691억원에서 17.8% 증가했다. 삼성카드는 올해 5314억원을 확보하며 뒤를 바짝 쫓았다. 전년 대비 23.6%(1014억원) 늘었다.
KB국민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익은 3703억원으로 전년 동기(2724억원) 대비 35.9% 증가했고, 현대카드는 6.3% 증가한 2400억원을 확보했다.
하나카드 역시 작년 1273억원에서 올해 1844억원으로 44.9% 증가하며 실적이 대폭 나아졌다. 이어 우리카드가 19.4% 증가한 1402억원, BC카드는 87.3% 증가한 1251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업계의 실적 파티에도 롯데카드만이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롯데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익은 1025억원으로 작년보다 72% 감소했다. 작년 교통카드 부문인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약 2000억원의 일회성 이익을 본 탓에 기저효과가 발생했다. 다만 이를 제외해도 순익 감소율은 38.9%에 달한다.
카드사 배 불린 카드론…이젠 '너 마저'
실적 개선에도 카드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순익 증가는 비용 절감의 결과일 뿐 실제 수익성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영업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하는 판관비의 경우 삼성카드는 1.3%, KB국민카드는 3.6%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판관비가 줄었다는 건 회원 모집 비용까지 아껴가며 실적 방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신규 가입 혜택이 줄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수익성을 견인했던 카드론 영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은행권을 넘어 카드·캐피탈 업계까지 확장되고 있어서다. 당국은 카드사 등 제2금융 업권에 올해 남은 기간에 대한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업 카드사 8곳의 카드론 잔액은 38조6463억원으로 올해 초(36조2736억원) 대비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신판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지자 수익성이 좋은 카드론에 업계가 달려든 결과다.
최근 당국의 눈초리가 매서워지자 카드론 영업을 축소하긴 했지만, 기존 증가분에 비교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7~8월만 해도 각각 약 6000억원씩 늘며 카드사들의 배를 불렸다.
다만 이는 9월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카드론 잔액이 9월 들어 1400억원 감소했다. 월별 카드론 잔액이 감소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여전히 높은 조달 금리 역시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3분기 신한·삼성·KB국민카드의 이자비용은 각각 13%, 7.3%, 1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여신전문회사채권(여전채)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하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다만 예상보다 금리 인하가 더디자 올 하반기 들어 반전 조짐을 보였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가시화된 10월 초부터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가 떨어졌다 해도 아직 조달 비용이 상승세인데, 다시 금리가 꿈틀거리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시장 상황이 이렇게 유지된다면 내년 실적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